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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는 끝났다?…칸 영화제 핵심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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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프랑스 칸 바닷가는 세계 최고 영화 예술을 위한 캔버스가 된다. 미하엘 하네케·토드 헤인즈·린 램지·프랑소와 오종·소피아 코폴라 등 세계적인 감독들이 함께 그려내는 인간과 삶에 관한 이야기에 세계 관객은 열흘 동안 영화의 바다에 깊이 잠영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봉준호(48)·홍상수(57) 감독도 이 바다의 일부분이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가 오는 17~28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다. 개막작인 아르노 데플레생 감독의 '이스마엘스 고스트'로 포문을 열고, 이튿날 오전 토드 헤인즈 감독의 '원더스트럭'을 시작으로 경쟁 부문 초청작 상영에 들어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향해 달린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19일, 홍상수 감독의 '그 후'는 22일 관객을 만난다.

올해 칸영화제에는 봉·홍 두 감독의 작품 뿐만 아니라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감독 변성현) '악녀'(감독 정병길) '클레어의 카메라'(감독 홍상수) 등이 비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올해 칸에서 주목해야할 부분들을 짚어봤다.

◇봉준호 흐림, 홍상수 맑음

지난달 13일 경쟁부문 초청작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한국영화 수상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였다. 독특한 영화 세계를 구축해 이미 세계적인 인정을 받은 두 감독의 작품이라면 황금종려상도 멀지 않았다는 평가였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난 현재, 상황이 바뀌었다. 넷플릭스 논란 때문이다.

올해 경쟁 부문에는 인터넷 스트리밍 상영 기반 작품 두 편이 초대됐다. 그 중 하나가 봉 감독의 '옥자'다(노아 바움백 감독 '메이어로위츠 스토리'). 전통을 중시하는 칸이 본격 실험에 나선 것으로 여겨졌던 이번 행보는 약 한 달 만에 뒷걸음질쳤다. 비평가를 중심으로 프랑스 영화계가 인터넷 스트리밍 영화의 칸 초청에 반기를 든 것이다.

칸영화제 사무국은 이런 반발에 부딪혀 지난 10일 "내년부터 극장 상영 방식이 아닌 작품을 경쟁 부문에 초청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실상 인터넷 상영 작품을 영화로 볼 수 없다는 선언에 가까웠다.

전문가들은 페드로 알마도보르 심사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심사위원단이 이런 분위기를 심사에 반영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로써 봉 감독의 수상은 원천 차단됐다고 본다. '옥자' 투자·제작·배급을 맡은 넷플릭스는 '옥자'를 "칸이 막아설 정도로 대단한 영화"라고 추어올리고 있지만, 현재 상황을 볼 때 수상은 쉽지 않다.

그래도 홍 감독의 '그 후'가 남았다. 홍 감독은 앞서 8편을 칸에 보낸 바 있다. 이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2004) '극장전'(2005) '다른 나라에서'(2011) 등은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유독 프랑스 영화계의 사랑을 받아온 홍 감독이기에 이제는 상을 받을 때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홍 감독 개인사와는 별개로 그의 작품 세계는 이전보다 더 넓어지고, 깊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 또한 수상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해 2월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점 또한 심사위원들의 눈을 홍 감독 영화에 더 주목하게 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작품 또한 앞선 두 편과 마찬가지로 유부남의 사랑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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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하엘 하네케 감독.
◇하네케, 세 번째 황금종려상 받을까

올해 경쟁 부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역시 '해피엔드'다. 이 작품을 만든 독일의 미하엘 하네케(75) 감독은 말 그대로 거장이다. 하네케 감독이 내놓은 두 편의 걸작 '하얀리본'은 2009년 62회, '아무르'는 2012년 65회 때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두 영화는 영화 미학을 극대화한 연출, 여기에 메시지의 철학적 깊이까지 모든 걸 갖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해피엔드'가 어떤 영화인지 알려진 게 많지는 않다. 프랑스 칼레에 정착한 난민 가족의 이야기를 다뤘다는 것, 이자벨 위페르와 토비 존스, 마티외 카소비츠 등이 출연했다는 것 정도다. 하네케 감독이 현재 유럽 최대 이슈 중 하나인 난민 문제를 영화적으로 어떻게 풀어내고, 또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가 아마도 올해 칸을 찾은 관객이 가장 관심을 둘 부분이다.

하네케 감독이 올해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면 전 세계 감독 중 유일무이한 3회 수상자가 된다. 다르덴 형제(1999, 2005)·켄 로치(2006, 2016) 감독 등은 황금종려상 2회 수상자들은 올해 칸에 출품하지 않았다.

◇우리도 황금종려상을 노린다

린 램지(48) 감독도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영화에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들어봤을 연출가다. 2012년 여름 국내 개봉한 '케빈에 대하여'는 흔한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빛을 냈던 작품이다. 램지 감독은 강렬한 이미지, 명확한 목표를 가진 미쟝센 구성으로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와 엄마의 사랑을 지독하게 갈구하는 아들의 이야기를 풀어내 극찬받았다.

그의 신작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는 참전 용사와 그가 구한 어린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다. '해피엔드'와 마찬가지로 현재 이 작품에 관한 정보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주연 배우가 호아킨 피닉스라는 게 꽤나 믿음을 준다. '케빈에 대하여'는 틸다 스윈턴의 선택을 받았고, 이번 작품은 할리우드 최고 연기파 배우 피닉스가 골랐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높인다. 

지난해 초 영화 '캐롤'이 선사한 아름다움을 아직 기억하는 관객이 있을 것이다. 토드 헤인즈(56) 감독의 신작 '원더스트럭'도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미드웨스트에 사는 한 소년과 50년 전 뉴욕에 사는 소녀 사이를 엮고 있는 미스테리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줄리언 무어·에이미 하그리브스·미셸 윌리엄스 등 연기파 배우들이 참여했다.

음악영화 '벨벳 골드마인', 전기영화 '아임 낫 데어', 멜로영화 '캐롤'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재능을 발휘해온 헤인즈 감독이 동화같은 분위기의 '원더스트럭'을 어떻게 연출했을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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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린 램지 감독.
소피아 코폴라(46) 감독은 더이상 아버지의 그늘 아래 있지 않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대부' 시리즈 연출)를 뛰어넘을 수는 없어도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나가고 있고, '썸웨어'(2010)는 그 성과 중 하나였다(베네치아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그가 칸에 가져올 작품은 '매혹당한 사람들'(The Beguiled)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1971년 동명 작품을 리메이크한 영화로 미국 남북전쟁 당시 부상을 입은 장군이 한 소녀에 의해 구출되고, 소녀가 그를 여성만 있는 학교로 데려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성적 긴장감과 질투, 공포로 가득찬 작품이라는 평가로 니콜 키드먼·엘르 패닝·커스틴 던스트·콜린 퍼럴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대거 참여했다.

◇초청작 네 편에 출연한 니콜 키드먼

배우 니콜 키드먼(50)은 올해 칸에 초청된 네 편의 영화에 출연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경쟁 부문에 초청된 '킬링 오브 서크리드 디어'(감독 지오르고스 란디모스)와 '매혹당한 사람들'(감독 소피아 코폴라)의 주연을 맡았다.

이와 함께 영화제 70주년 기념 초청작이자 칸 유일의 여성 황금종려상 수상자인 제인 캠피언 감독의 '탑 오브 더 레이크' 시즌 2에 출연했고, 비경쟁부문 초청작 '하우 투 토크 투 걸즈 앳 파티'(감독 존 캐머런 미?)에도 주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키드먼은 2013년 쟁부문 심사위원을 맡았고, 이듬해에는 그가 주연한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가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명단

▲'인 더 페이드'(감독 파티 아킨) ▲'메이어로위츠 스토리'(감독 노아 바움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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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봉준호 감독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영화 '옥자'의 기자간담회에서 통역기를 착용하고 있다.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 이후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자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 최초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하면서 세계적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선 '옥자'는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 거대 동물 옥자와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자라난 소녀의 이야기다. 지구적 식량문제를 해결한 슈퍼 돼지라며 다국적기업 미란도 코퍼레이션이 옥자를 데려가자 필사적으로 옥자를 찾아 헤매는 미자의 여정을 그렸다. 2017.05.15. suncho21@newsis.com
▲'옥자'(감독 봉준호) ▲'120 바트망 퍼 미닛'(감독 로뱅 캉필로) ▲'매혹당한 사람들'(감독 소피아 코폴라) ▲'로댕'(감독 자크 드와이옹) ▲'해피엔드'(감독 미하엘 하네케) ▲'원더스트럭'(감독 토드 헤인즈) ▲'리더터블'(감독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그 후'(감독 홍상수) ▲'히카리'(감독 나오미 카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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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우 니콜 키드먼.
▲'킬링 오브 서크리드 디어'(감독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젠틀 크리에이쳐'(감독 세르게이 로즈니차) ▲'쥬피터 문'(감독 코르넬 문드럭초) ▲'라망 더블'(감독 프랑소와 오종) ▲'유 워 네버 리얼리 히어'(감독 린 램지) ▲'굿 타임'(감독 베니 사프디·조쉬 사프디) ▲'러블리스'(감독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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