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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흥행속 논란도 가열···무엇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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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의 새 영화 '군함도'가 29일 개봉 나흘 만에 300만 관객 고지를 밟았다. 2014년 1761만 관객을 끌어모은 '명량'(감독 김한민)과 같은 속도다.

 '군함도'는 2015년 '베테랑'(1341만명)으로 1000만 감독 반열에 오른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라는 점, 황정민·송중기·소지섭 등 스타성과 연기력을 모두 갖춘 배우들의 출연, 최근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휘발성이 큰 소재로 꼽히는 일제 강점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제작 단계부터 주목받았다. 총 제작비 300억원이 투입된 블록버스터라는 점도 기대감을 키우는 데 한몫 했다.

 예상했던대로 '군함도'는 흥행에 성공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폭발적인 흥행세 못지 않은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 홍역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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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독과점 논란

 '군함도'가 개봉 첫 날인 26일 차지한 스크린 수는 2027개(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기준)였다. 국내 전체 스크린의 80%에 해당하는 수치다. 류 감독의 전작인 '베테랑'(1341만명)이 2015년 8월 개봉 당시 1000개 정도의 스크린에서 관객을 만났던 것과 비교하면 딱 2배에 해당한다(개봉 첫 날 957개).

 '군함도'는 CJ 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을 맡은 영화다. 국내 극장 48%를 장악한 CGV는 CJ 계열사 중 하나다. 이번 작품은 총 제작비 300억원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로 제작비만 따지면 손익분기점은 무려 1000만명이다. '군함도'를 두고 제작 단계부터 '1000만 프로젝트'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건 결국 '투자금 회수'와 관련이 있다. 수없이 논란이 돼 왔던 '대기업에 의한 수직계열화 논란'이 다시 한 번 촉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의도가 다분한 '스크린 몰아주기'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있다.

 류승완 감독은 29일 이와 관련, "마음이 무겁고, 송구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류 감독은 한 케이블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 이같이 말하며 "여름 (영화) 시장에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제 영화가 있게 돼 송구스럽다. 저희도 우리 영화가 예술영화전용관이나 아이맥스까지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지만, 감독과 제작사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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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 왜곡 논란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류 감독의 사과로 일단락이 된 측면이 있다면, 역사 왜곡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다양한 쟁점이 있지만, 핵심은 친일파 묘사다.

 '군함도'는 앞서 일제 강점기를 다룬 작품들과는 달리 '선(善) 조선·악(惡) 일제' 구도에서 벗어나 있다. 류 감독이 개봉 전 이 작품을 두고, '국뽕 영화'(애국심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강요하는 작품을 비하하는 인터넷 용어)가 아니라고 강조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대신 영화는 친일파를 일제보다 더 인상적으로 다루고, 조선인의 패배 의식도 함께 그린다.

 이를 두고, 각종 만행을 저질렀던 일제를 비판하지는 못할 망정 조선인을 깎아내리는 메세지를 담은 건 '피아 구분'을 전혀 하지 못한 행태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다시 말해, 이른바 '국뽕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제와 조선 사이에서 의도적이고 기계적인 중립을 취하다보니 메시지 방향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류 감독은 이에 대해, "애국심, 애국주의 이런 것은 기본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 소재를 이렇게 끌고 갈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역사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친일파에 대한 내용이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적하고 문제 제기해야 한다. 그게 우리의 몫"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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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성 논란

 '작품성 논란'은 논란보다는 실망감 표출에 가깝다. 류 감독은 최근 2010년 '부당거래'부터 2013년 '베를린', 2015년 '베테랑'까지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작품들을 연달아 내놓으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군함도'는 대체적으로 호평을 받았던 전작들과는 다르게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류승완의 색은 없어지고, CJ의 색만 남았다'는 게 비판의 초점이다. 제작비와 감독의 영화 장악력은 반비례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에서도 마찬가지다. 봉준호 감독이 500억원 규모의 '옥자'를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와 손잡고 만든던 것도 넷플릭스가 창작의 자유를 보장해줬기 때문이었다. '군함도'는 손익분기점이 1000만명인 영화다. 특히 투자자의 입김이 강한 한국영화계에서 류 감독이 연출권을 완전히 보장받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영화계 일반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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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에 반해 류 감독의 앞선 작품인 '부당거래'(40억원) '베를린'(100억원) '베테랑'(80억원) 제작비는 그가 의도한 대부분의 요소들을 영화에 녹여낼 수 있는 규모였다.

 전문가들은 '군함도'에 대해, 1000만에 매몰된 나머지 이른바 한국 관객에게 통한다는 관습적인 표현들을 너무 많인 집어넣은 작품이라고 말한다. '군함도'가 보통 이상의 재미를 안겨주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베테랑' 이후 높아질대로 높아진 류 감독을 향한 기대감을 충족하기에는 한참 모자른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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