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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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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권 "표절 안해···울화증·조울증 시달렸다"

"한동안은 제가 너무 힘들어서 울화증에 조울증까지 왔어요. 최근 일은 정말 힘들었어요.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죠. 매년 6월 중순이면 마당에 있는 앵두나무를 가꾸는데, 이번에는 신경도 못 썼네요." 

전인권(63)은 지난해 말과 올해 상반기 대중음악계에서 가장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보낸 가수다. 탄핵정국에 광화문광장에서 울려 퍼진 그의 '걱정말아요, 그대'는 전국민 위로송으로 떠오르며 그는 '국민가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걱정말아요, 그대'가 지난 4월 독일 밴드 '블랙 푀스'의 '드링크 도흐 아이네 멧(Drink doch eine met)'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표절 시비에 휩싸였고, 대선 정국 당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지지하는 발언으로 다른 후보를 지지한 일부로부터 '적폐가수'라는 포탄을 맞았다. 

결국 이들 여파로 지난 5월 이틀 간 예정됐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콘서트는 하루 공연이 취소되기까지 했다. 

전인권이 상처를 딛고 음악의 신발 끈을 다시 동여맨다. 오는 8∼10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사랑', 18∼20일 같은 장소에서 평화'를 주제로 공연한다. 

1일 오후 여의도에서 만난 전인권은 "이제 다시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사랑과 평화는 록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주제죠.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두 가지에 자연스레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자연스럽게 주제가 됐네요." 

국민가수로 대우를 하다가 순식간에 배신자 취급하는 대중에 대해 섭섭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그는 마약을 해서 옥살이를 했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건 제게 상처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제가 지인들을 배신한 것이니 당시에 온 고난은 견딜 수 있었어요. 정신병원에서 있을 때도 버틸 수 있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대중은 물론 솔직히 기자들에게도 섭섭했어요. 억울하기보다 상처가 이런 것이라는 걸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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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인권, 가수. 2017.08.02. (사진 =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전인권이 그러면서 강조한 건 인권이었다. 자신에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회가 인신공격이 너무 심하다고 봤다. 

"우리 문화에 대해서 거울 보듯이 봤으면 좋겠어요. 욕이 난무하는 것이 우리 자화상이죠. 제가 안철수 씨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이후 정말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비하가 쏟아졌죠."
 
자작곡인 '걱정말아요, 그대'는 물론 들국화 시절에 만든 '행진' 등 전인권은 시적인 노랫말로 유명하다. 그가 영혼이 담겼다며 말을 소중하게 여기는 이유다. 지난해 대중음악인으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포크록의 대부 밥 딜런을 좋아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대중음악은 멜로디도 마찬가지지만 가사가 정말 중요해요. 핑크 플로이드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을 하는 팀은 사운드가 중요하니, 다른 경우지만 대중가요는 노랫말에서 애환을 노래하고 거기에 맞는 멜로디를 멋있게 맞추는 거죠."

표절 시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인정할 수 없다며 "난 표절을 하지 않았다"고 거듭했다. 그럼에도 블랙 푀스를 만나기 위해 독일행을 예고했던 이유는 억울했기 때문이다. "대화를 통해 인간적으로 해결하고 싶었다"는 전인권의 말은 싸움보다 평화를 택하는 그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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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인권, 가수. 2017.08.02. (사진 = 뉴시스 DB) photo@newsis.com

하지만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등 중요한 일정이 연이어 이어지는 동시에 독일에 가겠다는 것 자체에 대해 비난하는 이들이 늘어나자 일단 독일행은 보류했다. 대신 블랙 푀스와 합동 공연 등 현지 지인들을 통해 음악적인 대화를 꾀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 지지로 포탄을 맞았던 전인권은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상록수'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이후 상황이 좋아졌다고 했다. "지금 정부가 잘 하고 있으니까, 이대로만 잘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노래를 유창하게 잘하는 것보다 진심을 다해서 노래하고 싶었다"고 했다. "광주는 예전에도 개인적으로 많이 간 곳이에요. 그 끔찍한 일이 일어난 지 얼마 안 돼서도 갔었는데 주변 산에 가면 무덤만 덜렁 있는 경우도 잦았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큰 상처입니다."

최근의 개인적인 상처는 현재 같이 밴드 연주를 하는 멤버들 덕분에 치유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멤버들이 하나도 안 떠났더라고요. 음악을 함께 한다는 정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고 위안이죠. 그래서 세상에 밴드가 많나봐요."

작가 박민규는 전인권이 엄마처럼 밴드 멤버들을 잘 챙겨준다며 '마더(Mother)'라는 이름을 제안했을 만큼 밴드 멤버들도 전인권에 대한 믿음이 두텁다. "멤버들이 착한 거예요. 실력도 뛰어나고. 제가 한 건 없어요."

이제 '음악에만 전념하고 싶다'는 전인권은 최근의 일들로 "'작은 일에 연연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공연을 준비하면서 음악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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