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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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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KBS 9월 파업 가시화···YTN·EBS도 개혁 시동

MBC·KBS 공영방송들의 '9월 총파업' 가능성이 확대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 24일 오전 9시부터 엿새간 총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해 가결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KBS 기자협회는 28일 0시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고, PD협회는 이틀 뒤부터 제작거부에 합류한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앞서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고, KBS노동조합(1노조)도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파업 동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두 공영방송은 경영진 사퇴가 없으면 이르면 다음 달 4일, 늦어도 9월 중순에는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시사·뉴스 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드라마·예능·라디오 등 모든 부문에서 정상 방송이 어려워진다.

 이달 초 MBC 시사제작국 PD들이 간부진과 아이템 문제로 갈등하다가 제작거부를 선언하면서 시작된 이번 파업 사태는 한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발생했다. 방송계는 현 상황을 두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번 파업은 이명박 정권 때부터 시작돼 박근혜 정권까지 이어진 약 10년에 걸친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완전히 청산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재 공정보도와 제작자율성 보장을 요구하는 MBC·KBS구성원들의 칼끝이 향한 곳은 김장겸·고대영 사장이다. 두 사람은 모두 박근혜 정권 하에서 사장이 된 인물들로 두 방송사 구성원들에게 이른바 '낙하산 인사'로 규정된다. 정권 입맛에 맞는 보도로 공영방송을 해친 주범들이라는 게 구성원들의 주장이며, 이에 따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가장 먼저 내건 요구 사항은 경영진 사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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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4일 사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이 공정 보도와 블랙리스트를 안건으로 하는 총파업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 투표는 29일까지 진행되며 안건이 가결되면 오는 9월 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보도 공정성 확립과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김장겸 사장 등 경영진 사퇴를 요구 중이다. 한편 김장겸 MBC 사장은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08.24. bluesoda@newsis.com

 '공공의 적'으로 불리는 인사들은 현재 경영진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김재철 전 MBC 사장이다. 구성원들로부터 그는 이명박 정권 때인 2010년 3월부터 3년 간 MBC를 파행으로 몰고간 주요 인사로 꼽힌다. 당시 MBC노조는 김 사장을 MB정권이 내리꽂은 인물로 보고 취임 직후 그의 퇴진을 요구하며 39일간 파업에 들어갔는데, 김 사장은 파업을 주도한 노조위원장 등을 해고하며 맞대응했다.

 MBC는 2012년 1월 공정보도 쟁취와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다시 한번 파업에 들어갔다. 170일간에 걸친 최장 기간 파업이었다. 이해 4~6월 전·현직 노조 간부들이 차례로 해고됐다. 김 사장은 이때부터 경력 기자, 이른바 '시용 기자'를 대거 뽑아 파업 기자들을 대체했다. 이 또한 현재 MBC 사태의 원인이 됐다. 파업을 주도했던 기자·PD·아나운서를 현장 업무에서 배제하고, 파업 당시 들어온 경력기자들로 주요 부서를 채워 계속해서 언론 장악을 시도했다는 게 MBC노조의 주장이다.

 김 사장 퇴임 후 김종국 사장(2013년 5월~2014년 2월)을 거쳐 임명된 안광환 사장(2014년 2월~2017년 2월)은 김 사장 체제에서 편성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낸 인물로 공영방송 파괴 공범으로 여겨진다. 현 김장겸 사장은 김재철 사장 시절 정치부장이 된 뒤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등 요직을 거쳐 지난 2월 사장으로 취임했다. 구성원들로부터 뉴스 신뢰도와 공정성을 떨어뜨린 책임자로 지목돼 취임 때부터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아온 장본인이기도 하다. 

 KBS도 MBC와 비슷한 길을 걸었다. KBS 구성원들은 2008년 MB 정부가 한겨레 논설주간에서 KBS를 이끌게 된 정연주 사장(2003년 4월~2008년 8월)을 검찰·감사원·방송통신위원회·국세청 등을 통해 압박하고 해임해 '언론 장악'의 서막을 열었다고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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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4일 사울 마포구 상암 MBC에서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조합원들이 공정 보도와 블랙리스트를 안건으로 하는 총파업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이번 총파업 투표는 29일까지 진행되며 안건이 가결되면 오는 9월 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는 보도 공정성 확립과 블랙리스트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김장겸 사장 등 경영진 사퇴를 요구 중이다. 한편 김장겸 MBC 사장은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08.24. bluesoda@newsis.com

 이명박 정권 하에서 임명된 이병순(2008년 8월~2009년 11월), 김인규(2009년 11월~2012년 11월), 길환영 사장(2012년 11월~2014년 6월) 모두 KBS 내부 인사였다. MB 대선캠프 언론특보였던 김인규 사장을 제외하면 낙하산 인사가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여야 7대4로 쏠린 KBS 이사회에서 권력에 독립한 사장들이 아니라는 게 구성원들의 인식이다. 길 사장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청와대 보도 개입' 논란이 불거져 해임됐다. 

 KBS 새노조는 2012년 1월 MBC가 파업을 시작하자 3월부터 93일 동안  파업 대열에 동참해 경영진 사퇴를 요구했다. KBS 구성원들은 징계 최소화·대선 공정방송위원회 구성·대통령 주례 라디오연설 폐지 등에 합의했으나 김인규 당시 사장 퇴진 등 핵심 조건은 달성하지 못했다.

 한편 EBS·YTN 등 공기업이 대주주인 방송사에서는 이미 언론 개혁 움직임이 감지된다.

 우종범 EBS 사장은 지난 4일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던 인물이다. 

 최순실씨 소유 회사에서 우 사장 이력서가 발견됐다는 한 매체의 보도로 선임 과정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 1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최순실씨와 개인적으로 모르는 사이"라고 부인했다. 

 앞서 5월에는 조준희 YTN 사장이 사퇴했다. 또 이명박 정부 시절 낙하산 논란이 일었던 구본홍 사장 임명 반대 투쟁을 하다 YTN에서 해직된 노종면·조승호·현덕수 기자의 복직이 지난 5일 결정됐다. 이들은 28일 오전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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