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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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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D 피아노 한국인 첫 1위' 손정범 "오늘보다 내일 더 잘 연주하고 싶어요"

"이름이 불리는 순간 무척 기뻤어요. 근데 아직도 잘 실감이 안 나서요. 하하."

10일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피아니스트 손정범(26)의 목소리에는 감격과 설렘이 동시에 묻어났다. 그는 9일(현지시간) 독일 최고 권위의 '2017 제66회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우승했다.

손정범은 "우승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준비가 잘 됐다"면서 "후회 없이 하고 싶어서 연습을 많이 했다"고 했다. 

1952년 시작된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는 기악, 성악 등 클래식 전분야를 망라하는 현지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피아노 부문에서 지난 1973년 정명훈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피아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이래 2009년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이 바이올린 1위, 2013년 비올리스트 이유라가 비올라 1위에 오른 바 있다.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피아노 부문에서 우승한 건 이번 손정범이 처음이다. 올해 피아노 부문에서는 34명이 경합했다. 손정범은 결선에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해 호평 받았다. 

1999년 금호영재콘서트에서 데뷔한 손정범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다. 강충모, 김은옥, 허원숙, 손은정, 곽진영을 사사했다.

한예종 졸업 후 이번 콩쿠르가 열린 뮌헨의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뮌스터 음대에서 아르눌프 폰 아르님을 사사하고 있다. 

손정범은 "뮌헨에서 열린 ARD 국제음악콩쿠르는 내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뮌헨에서 살면서 학위를 땄고 이후에 뮌스터로 옮겼다"면서 "친구들도 살고 있고 아는 선생님들도 많아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모든 라운드에 친구들이 객석에 있었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었다"고 했다. 

고전부터 모던까지 모두 소화해야 하는 레퍼토리 스펙트럼이 넓어 육체적·심리적으로 힘들었지만 평소에 가던 식당과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많다는 점은 정서적으로 편안함을 줬다. 

평소 긍정적인 손정범이지만 콩쿠르 자체가 주는 부담에서 역시 벗어날 수 없다. 그는 2011년 조르지 에네스쿠 국제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2012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 폴 스트레이트(Paul Streit) 특별상, 발티돈 국제음악콩쿠르 2위, 2014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3위 등을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손정범은 콩쿠르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았다. "콩쿠르가 힘든 건 당연한데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한국 클래식 연주자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클래식은 엄밀히 말해 서양 문화권이고 한국은 아직 그걸 받아들이는 입장이라 (연주자들에게)좋은 시스템이 구축이 덜 돼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인들이 콩쿠르에 많이 나가는 이유는 더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죠. 아직까지는 다른 방법은 쉽지 않아요."
 
4세 때 어머니가 피아노 학원에 데려가면서 피아노를 자연스레 시작한 손정범은 "왜 그런지 몰라도 다른 길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그는 우승 직후 "앞으로 모든 연주에 책임감이 필요할 것 같아서 부담되기도 한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콩쿠르에서 1위를 한 이후 가장 큰 고민이에요. 어디에서나 함부로 피아노를 치지 못할 것 같다"는 마음이다. 

오래된 선배 피아니스트들뿐만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서도 최근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많이 접한다는 그는 "저희 세대는 좋은 연주를 쉽고 화질 좋은 라이브 영상으로 접할 수 있어 좋다"면서 "곡마다 잘 치는 연주자가 다르고 그만큼 좋은 피아니스트들이 많다는 걸 느끼고 있어 저 역시 다양하게 배우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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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독일에서 살고 있는 그는 예정에는 없었지만 콩쿠르 우승 이후 이달 중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이번을 계기로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지는 중이다. "예전부터 생각해왔어요. 오늘보다는 내일 더 잘 연주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항상 생각하는 거예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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