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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세에 있어서의 매매대금의 감액과…-

<대법원 2013. 12. 26. 선고 2011두1245 판결>

-법인세에 있어서의 매매대금의 감액과 후발적 경정청구-

 

 

 

I. 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와 부과처분의 경위

원고는 부동산 등의 인수‧매각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외국법인으로서 부산 사상구 소재 화물터미널 부지(이하 ‘이 사건 부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2004.3.29. 소외회사와 사이에 추후 이 사건 부지의 용도 변경이 이루어질 것을 전제로 이 사건 부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그 매매대금을 1,460억6,500만원으로 정하였다.

 

그 이후 원고는 용도 변경의 여부가 불투명해지자 일부 계약조건을 변경하는 제2차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가 2004.11.30. 소외회사와 사이에 최종적으로 제3차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단 용도 변경이 안 된 상태에서 이 사건 부지를 양도하되 매매대금은 1,100억원으로 하고, 용도 변경이 되는 경우에는 당초 약정한 1,460억6,500만원을 기준으로 매매대금을 사후정산하며, 원고의 책임 아래 2005.5.30.까지 이 사건 용도 변경이 완료되도록 추진하되 용도 변경이 안 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거나 약정기한까지 용도 변경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소외회사는 원고에게 매매계약의 해제 등을 요청할 수 있고 원고는 소외회사에 발생하는 금융비용을 일부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 위 제3차 매매계약에 따라 원고는 2004.12.2. 소외회사로부터 위 매매대금 1,100억원을 수령함과 동시에 소외회사에게 이 사건 부지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를 경료하여 주었다.

 

그런데, 부산시가 2004년 9월경 이 사건 부지에 대한 용도 변경안을 포함하여 상정한 도시기본계획안 중 용도 변경부분이 2004.12.28. 구 건설교통부 중앙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서 특혜 논란으로 심의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아니하자 원고는 2005.3.22. 소외회사와 사이에 제3차 매매계약에서 정한 기한 내에 이 사건 부지의 용도 변경이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하고 그러한 사정 등을 감안하여 매매대금을 1,030억원으로 감액하는 합의(이하 ‘이 사건 감액합의’)를 하면서 매매계약서를 2004.12.31.자로 소급하여 작성하였고 원고는 2005.3.28. 소외회사에 그 감액분 70억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2005.3.31. 피고에게 2004 사업연도 법인세를 신고하면서 이 사건 부지의 양도가액을 위 감액분을 제외한 1,030억원으로 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부지의 양도가액을 당초 매매대금 1,460억6,500만원으로 보아 2007.6.1. 원고에게 그 부분에 대한 2004 사업연도 법인세 104억원 상당을 부과고지하였다(이하 ‘이 사건 부과처분’).

 

2. 원심의 판단

 

원고가 2004.12.2. 소외회사로부터 이 사건 부지에 대한 매매대금 1,100억원을 지급받고 그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까지 마쳤으므로 이 사건 부지의 매각으로 인한 원고의 소득은 그 무렵 확정되어 귀속되었다.

 

 

 

따라서 2004 사업연도가 지난 2005.3.22. 원고가 소외회사와 사이에 이 사건 부지의 매매대금 1,100억원을 1,030억원으로 감액하는 합의를 하여 매매계약서를 2004. 12. 31.자로 소급하여 작성하고 위 감액분을 반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2005 사업연도에 발생한 사실로서 2004 사업연도에 귀속된다고 볼 수 없다.

 

 

 

만약 2004 사업연도에 귀속된 이 사건 매매대금 중 위 감액분 상당의 소득이 소급적으로 소멸된다고 한다면 이미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유효하게 성립한 조세법률관계를 당사자의 사후 약정에 의해 자의적으로 변경함으로써 법인세 과세를 면할 수 있는 조세회피행위를 용인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다.

 

 

 

그러므로 원고가 주장하는 이 사건 감액합의는 2004 사업연도에 이미 귀속된 법인세 납세의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부과처분은 적법하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법인세법 제40조제1항은 내국법인의 각 사업연도의 익금과 손금의 귀속사업연도는 그 익금과 손금이 확정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로 한다고 규정하여 현실적인 소득이 없더라도 그 원인이 되는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때에는 그 소득이 실현된 것으로 보고 과세소득을 계산하는 이른바 권리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권리확정주의란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의 확정시기와 소득의 실현시기와의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에는 과세상 소득이 실현된 때가 아닌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 그 때 소득이 있는 것으로 보고 당해 사업연도의 소득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으로는 불확실한 소득에 대하여 장래 그것이 온전히 실현될 것을 전제로 하여 미리 과세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하여 과세요건이 충족됨으로써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 하더라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면,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는 그 전제를 상실하여 원칙적으로 그에 따른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해석은 권리확정주의의 채택에 따른 당연한 요청일 뿐 아니라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제2항의 입법 취지에도 부합한다.

 

 

 

다만, 대손금과 같이 법인세법이나 관련 법령에서 특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실현되지 아니한 소득금액을 그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 대한 차감사유 등으로 별도로 규정하고 있거나, 경상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매출에누리나 매출환입과 같은 후발적 사유에 대하여 납세의무자가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신고해 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은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관련 규정의 문언 내용과 취지 및 체계 등에 비추어 본다면, 여기에서 말하는 후발적 사유에는 사업상의 정당한 사유로 당초의 매매대금이나 용역대금을 감액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감액분을 당초의 매매대금이나 용역대금에 대한 권리가 확정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 포함하여 법인세를 과세할 수는 없다.

 

위 법리에 비추어 원고가 제3차 매매계약에서 정한 기한 내에 이 사건 부지에 대한 용도 변경이 이루어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소외회사와 사이에 매매대금을 1,100억원에서 1,030억원으로 70억원을 감액하기로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2005.3.28. 소외회사에게 위 감액분 70억원을 반환한 사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가 이 사건 부지의 매매대금을 감액하기로 합의한 것은 원고의 주장대로 매매계약의 해제 등으로 인한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서 사업상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여지도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이 점에 관하여 심리한 다음 위 감액분을 익금에 산입한 부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원심이 이 점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은 것은 권리확정주의나 익금의 차감사유인 대금 감액의 사업상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II. 대상판례의 평석

 

 

 

1. 이 사건의 쟁점과 문제의 소재

 

원고는 2004 사업연도에 소외회사로부터 이 사건 부지의 매매대금을 지급받고 그 법인세 납세의무 성립일과 법정신고기한 사이에 소외회사와 그 매매대금의 일부를 감액하는 약정을 하였는 바, 이 사건의 쟁점은 납세의무 성립후 매매대금의 감액과 같은 후발적 사유로 소득이 실현되지 않는 경우 그 감액분을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 반영을 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당초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 반영하여야 하는지 여부이다.

 

 

 

기간과세인 법인세에 있어서 소득금액의 귀속사업연도를 정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손익의 귀속을 어느 사업연도로 확정하는지에 따라 세법 개정에 따른 납세의무의 범위,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의 기산점, 국세징수권 소멸시효의 기산점, 조세범처벌법상 조세포탈범의 기수시기 및 이에 따른 공소시효의 기산점, 이월결손금공제와 결손금소급공제의 대상기간계산 등이 각각 달라진다.

 

대상 판결이 명시적으로 판시하지는 않았지만 매매대금의 감액분의 귀속 사업연도의 확정은 그 매매대금의 감액분이 소득금액의 차감사유가 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의 필요성이 있다. 소득금액의 차감사유가 된다면 이를 특정의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 반영을 하여야 하는데 이는 그 차감사유의 발생을 후발적 사유로 보아 당초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변동시킬 것인지 아니면 그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의 조정사유로 삼을 것인지의 판단으로서 결국 이 사건 쟁점 즉, 차감사유의 발생을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로 인정할 것인지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1) 

 

이하에서는 사후적 매매대금의 감액을 소득금액의 조정사유로 삼을 수 있는지를 우선 살펴보고 이어서 매매대금의 사후적 감액이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가 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특히 이 사건 감액합의는 후발적 사유이지만 법정신고기한이 지나기 전에 이루어졌는 바, 이 부분이 후발적 경정청구에서 별도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도 아울러 살펴본다.

 

2. 매매대금의 감액과 소득금액의 조정

 

대상판결은 성립된 납세의무를 상실시키는 후발적 사유에는 사업상의 정당한 사유로 당초의 매매대금이나 용역대금을 감액한 경우도 포함된다고 하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감액분을 당초의 매매대금이나 용역대금에 대한 권리가 확정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에 포함하여 법인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는 바, 이는 매매대금의 감액이 인정되면 소득금액의 조정사유가 된다고 당연히 전제한 것이다.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제1항제1호는 법인세법 제15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수익의 범위에서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매출에누리액 및 매출할인금액을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인세법 시행령 제68조제5항도 법인이 매출할인을 하는 경우 그 매출할인금액은 상대방과의 약정에 의한 지급기일(그 지급기일이 정하여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지급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매출액에서 차감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인세법에 매출환입금액을 익금에 산입하지 아니한다는 명문의 규정이 없지만 매출액의 사후조정으로 익금에서 제외된다는 점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또한, 소득세법 시행령 제51조제3항은 제1호의2에서 환입된 물품의 가액과 매출에누리는 해당 과세기간의 총수입금액에 산입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제1호의3에서는 외상매출금을 결제하는 경우의 매출할인금액은 거래상대방과의 약정에 의한 지급기일(지급기일이 정하여져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지급한 날)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총수입금액 계산에 있어서 이를 차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법 제29조제5항은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인 공급가액에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에누리액, 환입된 재화의 가액, 할인액 등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양도소득의 매매대금 등의 감액을 수입금액의 차감사유로 보았다.

 

 

 

즉, 대법원 2010.10.14. 선고 2010두7970 판결은 “총수입금액이란 양도재산의 객관적인 가액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경우에 있어서 현실의 수입금액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부동산을 매매계약에 의하여 양도한 경우 당초 약정된 매매대금을 어떤 사정으로 일부 감액하기로 하였다면 그 총수입금액, 즉 양도가액은 당초의 약정대금이 아니라 감액된 대금이다”라고 판시하였다.

 

법인세법, 소득세법, 부가가치세법 및 기업회계의 관련규정과 양도소득세의 양도가액에 관한 위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볼 때 정당한 사유에 의한 매매대금의 감액은 소득금액의 조정항목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앞서 본 매출에누리와 매출할인, 그리고 매출환입은 매출액의 사후조정항목으로서 사업상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들이다. 따라서 사업상의 정당한 사유로 인한 매매대금 감액분을 매출에누리 등과 구분하여 세법상 소득금액의 조정항목에서 배제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다만, 매매대금의 감액은 매도인이 당초 확정된 매매대금에서 일부 매매대금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채권의 일부 포기와 유사하다. 세법상 채권의 포기는 일반적으로 거래처에 대한 접대비 또는 기부금으로 보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대손금으로 손금산입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를 기준으로 익금의 차감여부나 손금 산입 여부를 판정한다는 점에서는 매매대금의 감액과 소득금액의 계산상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으나 매매대금의 감액이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로 인정되면 당초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조정하게 되는 반면 채권의 포기는 그 포기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의 차감사항이 된다는 점에서 귀속시기에 차이가 있다.2) 

 

매매대금의 감액과 채권의 포기의 구별기준은 명확하지 않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매출에누리나 매출 할인은 공급조건이나 품질 또는 그에 준하는 사유로 대금이 감액되는 경우이고 매매대금의 감액을 소득금액의 조정사항으로 보는 것은 매출에누리나 매출 할인과 같이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채권의 포기가 아니라 매매대금의 감액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당초 계약과 관련되거나 그 연장선에서 계약조건의 조정 등의 사유로 감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채권의 포기는 계약조건의 조정 이외의 사실상의 사유로 인한 매매대금의 감액의 경우로서 예컨대 신속한 대금회수, 상대방과의 친분관계 등을 고려하여 매매대금 일부를 포기하는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3)  

 

3. 매매대금의 감액과 법인세의 후발적 경정청구

 

가. 논의의 범위와 순서
국세기본법은 일정한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납세자가 과세표준과 세액의 경정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를 두고 있다.

 

 

 

즉,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제2항은 과세표준신고서를 법정신고기한 내에 제출한 자 또는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결정을 받은 자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한 때에는 제1항에서 규정하는 기간에 불구하고 그 사유가 발생하는 것을 안 날로부터 2월 이내에 결정 또는 경정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하면서 제1호에서는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었을 때, 제2호에서는 소득이나 그 밖의 과세물건의 귀속을 제3자에게로 변경시키는 결정 또는 경정이 있을 때, 제3호에서는 조세조약에 따른 상호합의가 최초 신고‧결정 또는 경정의 내용과 다르게 이루어졌을 때, 제4호에서는 결정 또는 경정으로 인하여 그 결정 또는 경정의 대상이 되는 과세기간 외의 과세기간에 대하여 최초에 신고한 국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이 세법에 따라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할 때, 제5호에서는 제1호 내지 제4호와 유사한 사유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가 당해 국세의 법정신고기한 경과 후에 발생한 때를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제1호 내지 제4호의 사유는 엄격한 의미에서는 최초 신고에 오류가 있는 경우로 볼 수 있지만 당초에는 그러한 오류를 주장‧입증하기 어려웠으나 추후에 그러한 오류가 판결이나 결정 등에 의하여 확인된 경우로서 이를 후발적 경정청구로 인정한 것인 반면 제5호는 순수하게 계약의 해제나 매매대금의 감액 등 후발적 사정이 발생하여 조세법률관계에 변동이 생긴 경우를 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4)

 

 

 

제2호의 예로서 갑이 자신에게 귀속된 소득으로 신고하였는데 과세관청이 이를 을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판명하여 을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는 경우와 같이 제1호 내지 제4호의 사유는 통상의 경정청구의 사유로서도 주장될 수 있다.

 

 

 

이와 달리 제5호의 사유는 납세의무가 성립된 이후 후발적으로 발생한 사정에 터잡아 이미 성립한 조세채권을 소멸시키는 것으로 후발적 사유의 발생 전에는 이를 이유로 한 통상의 경정청구는 허용되지 않는다. 제5호는 이미 성립한 납세의무가 후발적 사유로 소멸되는 경우라는 점에서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가 실현가능성에서 상당히 높은 정도로 성숙되지 않아 납세의무 자체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와 구별된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제2항 제5호의 위임을 받은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제2호와 제4호이다.

 

 

 

제2호는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에 있어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에 관계되는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해제되거나 당해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해제되거나 취소된 때, 제4호는 기타 제1호 내지 제3호에 준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때를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당초 오류를 정정하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제2항제1호 내지 제4호 소정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와는 달리 사후 매매대금의 감액이나 계약 해제 등 순수한 후발적 사정으로 조세법률관계의 변동을 가져오는 경우에 이를 전면적으로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로 인정해야 할 것인지는 법문상 명확하지 않다.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는 제2호에서 계약해제의 경우에는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해제되거나 해당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해제되거나 취소된 경우라고 하여 그 후발적 사유를 제한하고 있고 나아가 매매대금의 감액 등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단지 제4호에서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규정에 준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후발적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상속세나 증여세와 같은 1회성의 기간과세의 세목이 아닌 경우에는 후발적 사유가 생긴다면 후발적 경정청구를 통하여 구제를 받아야 하겠지만 계속기업을 전제로 경상적‧반복적 거래를 수행하는 법인에 대하여 적용되는 법인세에 있어서는 매매대금의 감액 등과 같은 후발적 사유는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에서 이를 인정하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이상 그 사유가 생긴 그 사업연도의 법인세 과세표준에서 해당 금액을 차감하여 신고하여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문제된다.

 

이에 대해서는 긍정설과 부정설이 대립하고 있는바, 이에 대한 논거와 대상판결의 평가와 의미를 살피기에 앞서 대상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를 그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사안이 아니라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사안에서도 주장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으므로 우선 이 부분의 타당성을 살펴보되, 여기에서는 법인세에 있어서 매매대금의 감액이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될 수 있는지의 법리적 문제 이외에 그 각론에 해당하는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2호 소정의 부득이한 사유와 제4호 소정의 각호에 준하는 사유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판단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한다.

 

나.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의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의 주장
후발적 경경청구 사유를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도 위법사유의 하나로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 대법원 2002. 9. 27. 선고 2001두5989 판결은 “매매계약의 해제 전에 부과처분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해제의 소급효로 인하여 매매계약의 효력이 소급하여 상실되는 이상 부가가치세의 부과대상이 되는 공급은 처음부터 없었던 셈이 되므로 당초의 부과처분은 위법하다 할 것이며 납세자가 과세표준신고를 하지 아니하여 과세관청이 부과처분을 한 경우 그 후에 발생한 계약의 해제 등 후발적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경정청구제도가 있다고 하여 그 처분자체에 대한 쟁송의 제기를 방해하는 것은 아니므로 경정청구와 별도로 위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다툴 수 있다”고 판시하여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이 있은 후에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경우 이를 원인으로 한 경정청구와는 별도로 그 처분 자체에 관하여 다툴 수 있다고 보았다.

 

절차적인 측면에서도 “납세자가 감액경정청구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한 후 증액경정처분이 이루어져 그 증액경정청구에 대해서도 취소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한 납세의무의 확정에 관한 심리의 중복과 판단의 저촉을 피하기 위하여 감액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는 그 취소를 구할 이익이나 필요가 없어 부적법하다”는 것이 대법원 2005.10.14. 선고 2004두8972 판결의 입장인 바, 이는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감액경정청구의 사유를 주장할 수 있음을 전제하는 것으로서 여기에는 후발적 경정청구도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부과처분취소소송이 먼저 제기되고 이어서 감액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이 제기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심리의 중복과 판단의 저촉을 피하여야 하는 사정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만일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별도의 거부처분을 받은 경우에만 감액경정청구의 사유를 주장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납세자로서는 부과처분 취소소송의 진행 중에 별도의 감액경정청구를 하고 거부처분을 받아야 하는 무익한 절차만을 강요받는 셈이 된다.

 

 

 

이러한 점만 보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가 존재하면 이를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주장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납세의무 성립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과 세액의 산정 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여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후발적 경정청구의 취지5)에 비추어 보아도 당연히 허용되어야 한다.

 


다. 법인세에 있어서도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하자는 견해
긍정설은 법인세에 있어서도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하는 것이 권리의무확정주의와 후발적 경정청구제도의 취지 등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1) 사후조정을 전제하는 권리확정주의에의 충실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은 소득의 귀속시기에 관하여 권리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대법원은 권리확정주의에 대하여 “소득이 원인이 되는 권리의 확정시기와 소득의 실현시기와의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을 때 과세상 소득의 실현된 때가 아닌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때를 기준으로 하여 그 때 소득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연도의 소득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불확실한 소득에 대하여 장래 그것이 실현될 것을 전제로 하여 미리 과세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며 납세자의 자의에 의하여 과세연도의 소득이 좌우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과세의 공평을 기함과 함께 징세기술상 소득을 획일적으로 파악하여 징수를 확보하고자 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한다(대법원 1984.3.13. 선고 83누720 판결, 대법원 2003.12.26. 선고 2001두7176 판결 등 다수 참조).

 

 

 

따라서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하여 과세요건이 충족됨으로써 일단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 하더라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소득의 전부 또는 일부가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되었다면 당초 성립하였던 납세의무는 그 전제를 상실하므로 그에 따른 소득세나 법인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논리적이다. 대상판례의 판시사항이기도 하다.

 

 

 

권리확정주의는 후발적 경정청구에 의한 사후조정 또는 사후시정을 당연한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법인세에 있어서도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 국세기본법 문언의 해석론과 납세자의 권리구제 필요성

 

 

 

통상적 경정청구와 후발적 경정청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제1항 및 제2항,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의 문언상으로도 법인세에 대하여 이를 배제하는 문언이 없는 이상 후발적 경정청구를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종합소득세를 구성하는 사업소득의 경우에도 법인의 소득과 별 다른 차이가 없는데 소득세에 대해서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하면서 법인세를 달리 취급하는 것은 국세기본법상의 경정청구 조항의 문언에 반한다.

 

 

 

특히 법인세법 시행령 제69조제3항은 작업진행률에 의한 익금 또는 손금이 공사계약의 해약으로 인하여 확정된 금액과 차액이 발생한 경우에는 그 차액을 해약일이 속하는 사업연도의 익금 또는 손금에 산입한다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는 법인세에 있어서 원칙적으로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함을 전제로 하면서 작업진행률을 적용한 건설공사에 있어서 그 예외를 규정한 것이다.6) 따라서 이러한 예외조항이 없는 이상 법인세에 있어서도 후발적 경정청구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또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후발적 사유의 발생한 사업연도에 법인이 휴‧폐업하거나 후발적 사유에 따른 손금을 상쇄하는 익금이 없는 경우에는 그 손금산입의 효과가 충분하게 반영되지 않아 납세자의 권리구제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나아가 당초 사업연도와 비교하여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에 법인세율이 낮아진 경우 등에는 납세자에게 불리한 결과가 발생한다.

 

 

 

라. 법인세에 있어서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부정하자는 견해

 

법인세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하여 후발적 경정청구는 부정하자는 견해로서 그 논거는 아래와 같다.

 

 

 

(1) 계속기업에 대한 기간과세원칙을 채택하는 법인세의 특성

 

계속기업을 전제로 일정 기간을 단위로 손익을 계산하는 기간과세원칙을 채택하고 있는 법인세의 경우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의 조정사유가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매대금의 감액 등을 후발적 경청청구사유로 인정할 필요성이 적다.

 

통상의 경정청구와 후발적 경정청구를 규정한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과 제2항은 일종의 절차 규정으로 볼 수 있으므로 후발적 경정청구 조항의 문언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전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유가 조세 실체법적으로 과세표준 및 세액의 변동을 가져와야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매매대금의 감액과 같은 사정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되기 위해서는 그 사정의 발생으로 당초 신고하거나 부과받은 과세표준과 세액이 정당한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하여야 하는데 법인세법은 계속기업을 전제로 일정 기간을 단위로 손익을 계산하는 기간과세원칙을 채택하면서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대손금에 관하여 그 시효가 완성된 사업연도의 손금으로 계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이러한 점들에 비추어 보면 법인세에 있어서는 당초 사업연도가 아니라 그 후 사업연도에 매매대금 등의 감액과 같은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당초 사업연도의 과세표준은 변동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더욱이 영리법인의 경우 특히 대량으로 경상적‧반복적으로 행해지는 상품 판매 등에 있어서 매출에누리나 대금 감액 등이 매 사업연도에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납세자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사유가 발생할 때마다 그 매매대금 등이 익금에 산입된 당초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조정하도록 하는 것은 비경제적이고 번거롭다.

 

(2) 법인세법과 국세기본법 문언의 해석론

 

매출에누리 금액은 조세법률관계에 변동을 가져오는 후발적 사유의 하나로서 사업 상의 정당한 사유로 인한 매매대금의 감액과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제1호는 매출에누리 금액을 수입금액에서 제외한다고만 규정하였지 어느 사업연도의 수입금액에서 제외하는지에 관하여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다만, 소득세법 시행령 제51조제3항제1호의3은 외상매출금을 결제하는 경우의 매출할인금액은 거래상대방과의 약정에 의한 지급기일이 속하는 과세기간의 총수입금액 계산에 있어서 이를 차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매매대금의 감액도 위 매출할인금액 규정을 유추 적용하여 당초 매출이 이루어진 사업연도가 아니라 감액이 발생한 사업연도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긍정설은 국세기본법상 경정청구제도에 관한 규정이 법인세를 배제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부정설의 견해가 문언에 반한다고 비판하나 부정설이 위 조항의 문언에 반드시 배치된다고 할 수 없다. 예컨대, 증여계약 합의해제의 경우에도 국세기본법상 경정청구사유에서 제외된다고 볼 문언상의 근거가 없음에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1조제4항이 우선 적용되어 법정신고기한 이후의 해제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될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국세기본법상의 경정청구사유에 관한 문언만으로 부정설을 배척할 수는 없고 오히려 앞서 본 바와 같이 조세실체법의 해석론에서 부정설의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3) 부가가치세법상 수정세금계산서 규정과의 조화로운 해석

 

부가가치세법은 사업자가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때에는 공급가액과 작성일자 등의 필요적 기재사항이 기재된 세금계산서를 그 공급을 받는 자에게 발급하도록 하면서 세금계산서 발급후 그 기재사항에 관하여 착오 또는 정정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세금계산서를 수정하여 발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후발적 사유가 발생하여 수정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경우 수정세금계산서의 작성일자를 당초 재화의 공급시기로 볼 것인지 아니면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날로 볼 것인지가 문제되는데 매매대금의 감액에 의하여 공급가액이 차감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법 시행령 제70조제1항제3호에 따라 그 차감사유가 발생한 날이 수정세금계산서 작성일이 된다.

 

 

 

매출환입의 경우는 제1호에 의하여 재화가 환입된 날이 수정세금계산서 작성일자이고 따라서 매출에누리의 경우에도 매출에누리가 발생한 날을 그 작성일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재화나 용역의 공급시기는 소득의 귀속시기와 일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한데 위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매매대금 등의 감액이 매출에누리나 일부 합의해제와 유사하다고 본다면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하지 않는 부정설을 취하는 것이 부가가치세법상 후발적 사유에 의한 수정세금계산서 발급조항과 조화로운 해석이 된다.7)

 

(4) 권리확정주의의 개념과 배치

 

권리확정주의를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의 확정시기와 소득의 실현시기와의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 과세목적상 소득의 현실적으로 실현된 때가 아닌 권리가 확정된 때를 기준으로 하여 그때 소득이 있는 것으로 보고 당해 연도의 소득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정의하면서 후발적으로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당초 권리의 확정으로 성립한 납세의무가 다시 성립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또한 이러한 법리가 소득세법에서 회수 불가능한 채권의 경우 권리의 실현가능성이 성숙‧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득이 성립하지 아니하였다는 권리확정주의 판례의 연장선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면 현실적으로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확정되는 후발적 사유가 언제까지 발생해야 과거 사업연도의 납세의무가 그 전제를 상실하였다고 보아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

 

 

 

후발적 사유의 시점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면 조세법률관계의 안정을 심히 저해하는 것이 되고 법인세에 있어서는 그 피해도 크지 않으므로 후발적 경정청구를 부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두 견해에 대한 평가와 대상판결의 의미

 

가. 긍정설에 대한 추가적인 논거

 

결국 법인세에 있어서의 후발적 경정청구의 인정 여부는 관련규정의 문언 및 체계와 각 견해의 장단점의 분석 등을 거쳐 판단되어야 할 것인바, 앞서 본 국세기본법 문언의 해석론과 다음과 같은 논거에 비추어 국세기본법 문언해석에 보다 충실한 긍정설의 입장이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국세기본법 제3조는 국세기본법과 다른 세법과의 관계에 관하여 국세기본법은 다른 세법에 우선하여 적용하되, 다른 세법에서 후발적 경정청구제도에 대한 특례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는 그 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특례규정의 예로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79조를 들 수 있는데, 제1항은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회복청구소송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로 상속개시일 현재 상속인 간에 상속재산가액이 변동된 경우와 상속 개시후 1년이 되는 날까지 상속재산의 수용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사유로 상속재산의 가액이 크게 하락한 경우에는 그 사유 발생일로부터 6개월 내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고, 제2항은 부동산 무상사용에 따른 이익의 증여로 증여세의 결정을 받은 자가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해당 부동산을 상속 또는 증여받는 등의 경우, 특정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의 증여로 증여세 결정을 받은 자가 대부기간 중 대부자로부터 해당 금전을 상속 또는 증여받는 등의 경우에 3개월 이내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소득세법 제46조의2는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확정신고 후 예금 또는 신탁계약의 중도해지로 이미 지난 과세기간에 속하는 이자소득금액이 감액된 경우 그 중도해지일이 속하는 과세기기간의 종합소득금액에 포함된 이자소득에서 그 감액된 이자소득금액을 뺄 수 있고, 다만,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에 따라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경정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중도해지로 인한 이자소득금액계약의 특례 규정을 두고 있다.

 

 

 

이는 중도해지라는 후발적 사유에 대해 국세기본법상 경정청구 규정에 따라 후발적 경정청구를 하게 되면 과세표준 및 세액의 경정 또는 환급절차에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예외적인 특례규정을 두어 중도해지일이 속하는 과세기간에서 직접 이자소득금액을 감액하여 간편하게 경정 또는 환급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은 세법의 특례조항은 후발적 사유에 관한 것으로서 후발적 경정청구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수정하기 위한 것이고 법인세법의 경우에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작업진행률에 의한 공사계약에 관하여 특례규정을 두고 있는 바, 위에서 언급한 후발적 경정청구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수정하는 특례조항의 적용이 없는 부분에서는 계속기업을 전제하는 법인세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대금감액으로 인한 후발적 경정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할 것이다.

 

나. 종전 대법원 판례의 태도와 대상판결의 평가
대상판결 이전에도 대법원은 법인세에 있어서 후발적 경정청구의 인정 여부 등에 대하여 대상판결과 유사한 입장을 표명하였다.

 

 

 

즉, 대법원 2014.3.13. 선고 2012두10611 판결은 원고가 2006 사업연도와 2007 사연연도에 아파트와 상가를 신축 분양한 후 작업진행률로 분양률을 적용하여 분양수입금액 등을 계산하여 법인세를 신고‧납부한 후 2008 사업연도부터 2009 사업연도까지 사이에 위 아파트와 상가의 분양계약이 수분양자의 분양계약조건 미이행 등을 이유로 해제된 사안에서 “후발적 경정청구 제도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과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서 개별 세법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그 적용범위를 함부로 제한할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법인세에 있어서도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4조의2제2호에서 정한 해제권의 행사나 부득이한 사유로 인한 계약의 해제는 원칙적으로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가 된다”고 판시하거나

 

 

 

대법원 2014.1.19. 선고 2013두18810 판결도 소외회사가 2007. 3. 19. 주주총회에서 주주인 원고들에게 이익잉여금을 현금배당하기로 결의하여 원고들이 그 배당금 전액을 배당소득으로 하여 2007년 및 2008년 귀속 종합소득세를 신고 납부하였으나 그 후 2010. 2. 소외회사가 파산선고를 받은 사안에서 “납세의무의 성립 후 소득의 원인이 된 채권이 채무자의 도산 등으로 인하여 회수불능이 되어 장래 그 소득이 실현될 가능성이 전혀 없게 된 것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되었다면 이는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제2호에 준하는 사유로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 제4호가 규정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 후발적 경정청구를 긍정하는 입장이었다.

 

 

 

전자는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25조의2제2호에서 명문으로 규정하는 계약의 해제의 사안으로 위 조항의 문언에 직접 부합하지 않는 대금감액에 관한 대상판결의 사안과는 다소 차이가 있고 후자는 위 조항의 제2호 소정의 ‘부득이한 사유’와 제4호 소정의 ‘제2호에 준하는 사유’를 넓게 해석하여 소득세에 관하여 후발적 경정청구의 범위를 확대한 사안으로 법인세의 후발적 경정청구가 문제되는 대상판결의 사안과는 구분된다.

 

대상판결은 법인세에 있어서의 대금감액이 원칙적으로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고, 다만, 경상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상품 판매 등에 있어서 매출에누리나 대금감액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경우에는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조정하게 되면 납세자에게 크게 불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때마다 매출이 이루어진 사업연도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경정해야 하는 번거로운 점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여 그 예외를 인정하는 절충적 입장을 택하였다.

 

 

 

그동안 법인세에 있어서 대금 감액 등의 사유로 후발적 경정청구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법인세법의 문언상 불분명한 부분이 있었는데, 대상판결은 긍정설의 입장에서 대금감액으로 인한 후발적 경정청구를 명확하게 인정하였고 그 후발적 경정청구가 제한되는 경우를 경상적‧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후발적 사유에 대하여 납세의무자가 사업연도의 소득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법인세를 신고해 오는 예외적인 경우, 즉 결국 납세자가 스스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로 선택하지 아니한 경우로 제한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의 범위도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대상판결이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제2항제5호는 법인세의 법정신고기간 이후의 사정으로 그 후발적 사유를 제한하고 있음에도 대상판결은 법정신고기한 이전에 발생한 사정도 후발적 사정으로 인정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가진다.

 

 

 

즉, 대상판결의 사안의 경우 이 사건 감액합의가 2004 사업연도 법인세의 법정신고기한 경과 전인 2015. 3. 22.에 이루어졌음에도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이 법정신고기한 경과 전에 후발적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제2항제5호의 문언상 후발적 경정청구로 구제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 가능하나 이 경우에도 후발적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경정청구제도는 납세자의 과다신고에 대한 권리구제수단이므로 후발적 사유의 발생시점이 법정신고기한의 전후에 따라 경정청구의 허용 여부를 달리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8) 가사 그 사유가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아니라고 보더라도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제1항은 통상적 경정청구 사유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 경정청구기간 내에는 후발적 사유로 인한 통상적 경정청구도 가능하다고 보이는 점9)에 비추어 적어도 통상적 경정청구는 허용되어야 하고, 이는 후발적 경정청구를 인정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결론에 차이가 없다.

 

나아가 대상판결은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를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과세권의 소멸사유 즉 부과처분의 위법사유로 주장할 수 있다고 전제함으로써 권리확정주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켰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권리확정주의는 납세자의 자의에 의하여 과세연도의 소득이 좌우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과세의 공평을 기함과 동시에 소득을 사전적으로 파악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을 뿐 소득이 종국적으로 실현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그 원인이 되는 권리가 확정적으로 발생한 적이 있기만 하면 무조건 납세의무를 지우겠다는 취지는 전혀 아니다. 그럼에도 종전에는 원심과 같이 소득의 원인이 되는 권리가 일단 확정적으로 발생하여 납세의무가 성립한 후에 계약 해제 등을 이유로 납세의무의 소멸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확정주의에 배치되는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소득귀속시기를 앞당기는 방편인 권리확정주의를 실체적인 소득의 발생근거로 보는 것으로서 타당하지 않다. 그 보다는 계약 해제와 같은 후발적 사유를 해당 납세의무의 소급적 소멸사유로 보는 것이 적절한지, 권리확정주의에서의 사후조정을 인정하여야 하는지를 따지는 것이 바람직한 바, 대상판결은 이러한 접근방법을 시사하였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10) 

 

 

 

 

 

각주

 

 

 

1) 조윤희, “법인세와 후발적 경정청구”, 사법 27호, 2014. 3., 308면.
2) 조윤희, 전게논문, 310면.
3)  조윤희, 전게논문, 315면.
4) 조윤희, 전게논문, 316면.
5) 고은경, “조세법상 경정청구제도에 관한 연구”,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08. 6., 53-54면.
6) 김완석, “법인세의 후발적 경정청구”, 세무와 회계연구 제2권 제1호, 2013. 6., 38-39면.
7) 조윤희, 전게논문, 328면.
8) 심경, “경정청구 사유에 관한 고찰”, 사법논집 40집, 2005. 12., 128면.
9) 과세관청도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 갑이 아파트를 건축하는 을 회사에 아파트신축용으로 임야를 양도하면서 매매대상 임야가 아파트의 건축이 가능한 토지인지 여부를 알 수가 없어 건축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매매계약을 당연히 취소하고 수령한 매매대금을 반환하여 주시로 하는 조건부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소유권이전등기는 하지 않고 취득세 및 양도소득세는 신고‧납부를 하였는데 을 회사가 건축허가를 받기 위하여 3년여동안 노력하였으나 결국 위 임야에 아파트 건축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어 갑이 당초 약정대로 수령한 매매대금을 회사에 반환한 사안에서 신고‧납부한 양도소득세를 경정청구를 통하여 환급받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현행의 소득세법상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요건을 판단함에 있어 부동산을 조건부로 거래하는 경우에는 그 조건을 성취한 날이 양도 또는 취득시기가 되는 것이므로 조건이 성취되기 전에 양도소득세를 신고‧납부하였으나 그 조건이 성취되지 아니하여 거래가 성립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납부한 양도소득세를 국세기본법 제45조의2제1항제1호의 규정에 따라 법정신고기간 경과후 1년 이내에 결정 또는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하였는 바(재일 46014-3051, 1995. 11. 17.), 위 사정이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에도 해당할 수 있다는 점에 후발적 사유를 통상의 경정청구의 사유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10)  조윤희, 전게논문, 331-332면.

 

 

 

 

 

- 백제흠(白濟欽) 변호사 약력 -

 

■ 자격취득
‧ 변호사, 대한민국(1991)
‧ 변호사, 미국 뉴욕주(2004)
‧ 공인회계사, 미국 일리노이주(2004)
■ 학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사 1988)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1994)
‧ Harvard Law School (International Tax Program 2002)
‧ NYU School of Law (LL.M. in Taxation 2003)
‧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2005)

 

■ 경력
‧ 서울지방법원 등, 판사(1994-2001)
‧ 국세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2006- 2010)
‧ 중부지방국세청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 및 이의신청심의위원회, 위원(2007- 2009)
‧ 기획재정부 세제실, 고문변호사(2012- )
‧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2013 -  )
‧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2013 -  )
‧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수원, 원장 (2014 -  )
‧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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