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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법상 특수관계가 수입물품의 거래…-

<대법원 2009.5.28. 선고 2007두9303 판결>

 -관세법상 특수관계가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의 소재와 입증의 정도-

 

 

 

 

 

I. 대상판결의 개요

 

 

 

1. 사실관계의 요지와 이 사건 부과처분의 경위

 

 원고는 1983년 5월경 의약품 제조업, 의약품 수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내국법인으로서, 외국법인인 소외회사가 원고 주식의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어 원고와 소외회사 사이에는 관세법 시행령1) 제23조제1항제5호 소정의 특수관계가 있다.

 

원고는 1999년 9월경부터 2002년 5월경까지 사이에 소외회사로부터 수십차례에 걸쳐 대장암 치료제(이하 ‘이 사건 의약품’)를 수입하고 관세법 제30조에 따라 실제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하여 관세 및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였다.

 

원고는 1993년 3월경 보건복지부로부터 보험수가를 지정받고 이 사건 의약품을 판매하였는데, 이 사건 의약품의 국내판매가격은 소외회사가 2001년 1월경 책정한 가격정책상의 최저판매가격보다 낮은 가격이었고 그 매출원가율은 초기에는 60%, 2002년 9월경 환율변동 이후에는 50% 내지 55%로서 원고가 소외회사로부터 수입하여 판매하는 비만치료제, 독감치료제 등의 매출원가율 70%보다 낮았다.

 

한편 관세청은 ‘이윤 및 일반경비 인정신청에 따른 처리지침’에 따라 이 사건 의약품과 수입물품 부호가 일치하는 물품을 수입하는 국내 8개 업체를 비교대상업체로 선정하여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을 가중평균하여 계산하였는데, 그 비율은 18%〜57%로 산정되었다.

 

피고는 2002년 5월경 원고가 수입한 이 사건 의약품에 대하여 실질심사를 한 다음 원고와 소외회사 사이의 특수관계가 이 사건 의약품의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관세법 제30조제3항제4호를 적용하여 원고가 신고한 실제거래가격을 부인하고 관세법 제33조2)에 따라 국내판매가격에 의하여 과세가격을 결정하면서 원고의 회계보고서에 따른 이윤 및 일반경비가 관세청장이 정하는 기준비율의 범위 내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관세법 시행령 제27조제4항, 관세법 시행규칙 제6조제1항3)을 적용하여 위 기준비율의 120%를 기초로 이윤 및 일반경비를 산정하여 원고에게 1999년부터 2002년까지의 위 수입신고분에 대하여 관세와 부가가치세 합계 1,198,971,890원을 부과할 것을 통지하였다.

 

이에 원고는 피고가 산출한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하여 관세법 시행규칙 제6조제2항4)에 의하여 국내 의약품 수입업체의 회계보고서를 토대로 이윤 및 일반경비를 산정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는데, 피고는 원고가 신청한 비율 중 2002년도의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만을 일부 축소하고 나머지 연도의 신청은 전부 받아들여 2003년6월12일 및 10월23일 원고에 대하여 관세와 부가가치세 합계 650,554,500원의 부과처분(이하 ‘이 사건 부과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부과처분에 대하여 전심 절차를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하여 제1심 및 원심에서 승소판결을 선고받았고 피고는 이에 대하여 상고를 제기하였다.

 

2. 피고의 상고이유와 대상판결의 요지

 

가. 피고의 상고이유의 요지

 

피고는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제7조의 시행에 관한 협약(이하 ‘WTO5) 관세평가협정’) 제1조제2항, WTO 관세평가위원회의 결정사항 6.1, WTO 관세평가협정 예해 14.1 등에 의하면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납세자에게 있으므로 구매자에 의하여 그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수입가격은 부인되어야 하고, 가사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대한 제1차적 입증책임을 과세관청이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합리적인 의심을 가질 정도의 입증으로 족하고 이러한 합리적 의심에 대하여 이를 번복할 제2차적 입증책임은 납세자가 부담한다고 전제하면서, ① 피고는 원고가 제출한 회계보고서에 의하여 계산한 이윤 및 일반경비가 관세청장이 정한 기준비율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 ② 이 사건 의약품의 국내 재판매가격이 소외회사가 2001년 1월경 책정한 가격정책상의 최저판매가격보다 낮은 점 ③ 이 사건 의약품의 매출원가의 비율이 원고가 소외회사로부터 수입한 다른 완제의약품의 그것보다 낮다는 점을 증명하였으므로 피고로서는 원고와 소외회사 사이의 특수관계가 이 사건 의약품의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 판결은 위법하다.

 

나. 대상판결의 요지

 

관세법 제30조는 과세가격 결정의 원칙에 관하여, 제1항에서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구매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및 중개료 등 그 각호에 정한 금액을 가산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한다고 정하고, 제3항제4호에서 ‘구매자와 판매자간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수관계가 있어 그 관계가 당해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해당할 때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거래가격을 당해 물품의 과세가격으로 하지 아니하고 관세법 제31조 내지 제35조의 규정에 의한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한다고 정하고 있다.6)

 

이러한 각 규정의 취지 및 내용, 과세요건 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 있는 점,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제2항 (a)는 구매자와 판매자간에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그 실제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수락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근거가 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관세법 제30조제3항제4호를 적용하기 위하여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 외에도 그 특수관계에 의하여 거래가격이 영향을 받았다는 점까지 과세관청이 증명하여야 한다.

 

그리고 국내재판매가격을 기초로 한 과세과격의 결정에 관한 규정인 관세법 제33조는 관세법 제30조 내지 제32조에서 정한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적용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과세관청이 관세법 제33조제1항, 관세법 시행령 제27조제4항에 의하여 납세의무자가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근거로 계산된 당해 수입물품에 대한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그 물품이 속하는 업종에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이윤 및 일반경비로서 관세청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출한 기준비율의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혔다는 것만으로는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명을 다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의약품의 매출원가율이 구매회사가 수입한 다른 의약품에 비하여 낮고 다른 업체들의 평균치에 미치지 못한다거나 그 재판매가격이 수출자인 판매회사의 가격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의약품의 거래가격이 구매회사와 판매회사의 특수관계에 영향을 받아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II. 대상판결의 평석

 

 

 

1. 이 사건 쟁점 및 문제의 소재

 

관세의 과세가격은 관세법 제30조의 수입물품의 실제거래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실제거래가격이 부인되고 관세법 제31조 내지 제35조에 규정된 방법을 순차로 적용하여 과세가격을 결정한다.7)  실제거래가격이 부인되는 경우 제2방법 이하의 방법이 적용되는데, 특수관계자 거래의 특성상 제2방법과 제3방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종‧동질‧유사물품이 존재할 가능성이 낮으므로 대부분의 경우 제4방법의 적용이 문제된다. 국내판매가격을 기초로 한 제4방법을 적용하는 경우에는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의 직접적 쟁점 이외에 추징세액의 규모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인 동종‧동류의 수입물품에 적용되어야 할 이윤 및 일반경비율 산정 및 적절한 조정방안이 명확하지 않아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과세관청과 납세자 사이에 추징규모 등에 대하여도 추가적 다툼의 여지가 높다.

 

관세법 제30조제3항제4호를 적용하여 과세하는 경우에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특수관계가 있는지 여부의 판단은 비교적 용이하지만 이러한 특수관계가 과연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입증이 실패한 경우가 상당수 발생하게 되는데 그와 같은 경우 입증책임의 부담을 누구에게 지우는 것이 타당한지가 문제된다. 결국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 그에 대한 입증책임의 완화를 허용할 것인지에 따라 과세처분의 적법성의 당부가 판가름되는 것이다. 특히 국제교역의 60% 이상이 특수관계자 거래가 차지하는 상황8)에서 다수의 특수관계자간 수입거래에 대하여 과세관청에 의한 저가수입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므로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입증책임의 문제는 실무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관세법 제30조제3항제4호(이하 ‘쟁점 법률규정’)는 실제거래가격이 부인되는 경우를 규정하면서 구매자와 판매자가 특수관계에 있을 것,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2가지의 요건을 규정하고 있을 뿐 달리 그 입증책임을 누가 부담하고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한편 관세법 시행령 제23조제2항(이하 ‘쟁점 시행령규정’)은 실제거래가격이 존중되는 경우에 관하여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당해 물품의 가격이 특수관계가 없는 구매자와 판매자간에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가격결정방법에 의하여 결정되거나 당해 산업부문의 정상적인 가격결정관행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결정된 경우 등이라고 하고 있을 뿐 이러한 사정의 존재나 부재를 과세관청이나 납세자 중 누가 입증하여야 하는지 분명하게 언급하고 있지 않다. 쟁점 법률규정과 쟁점 시행령규정이 실제거래가격이 부인되고 존중되는 대립적 상황을 전제하면서 그 체계적 관계와 입증책임의 소재에 대하여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경우에 조세소송의 입증책임의 일반원칙으로 돌아가 과세관청이 수입가격이 특수관계에 의하여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지, 아니면 특수관계자 거래라는 특수성에 주목하여 납세자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거나 다른 조세 분야의 입증책임의 완화나 전환 등의 예외를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되는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는 원고와 소외회사 사이에서는 관세법 시행령 제23조제1항 소정의 특수관계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툼이 없으므로 관세법상 원고와 소외회사 간의 이러한 특수관계가 이 사건 의약품의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가 문제가 된다. 피고는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에 특수관계가 존재하는 이상 그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납세자에게 있다고 하고 가사 그 입증책임이 제1차적으로 과세관청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입증의 정도는 ‘합리적 의심’의 수준 정도만 증명하면 되는 것이며 과세관청이 그러한 입증에 성공하는 경우 납세자가 그 합리적인 의심을 번복하여야만 실제거래가격을 관세법 제30조제1항에 의한 과세가격으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을 누가 부담하는지, 만일 과세관청이 부담한다면, 과세관청은 이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의 사정만 입증하면 되는지 아니면 전체 요증사실에 대하여 입증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를 우선 따져보아야 한다. 나아가 입증책임의 소재에 불구하고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결국 사실인정의 문제이므로 피고가 앞서 주장한 사정에 의하여 특수관계가 이 사건 의약품의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도 부수적인 쟁점이 된다.

 

본 판례평석에서는 우선 관세법상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평가규정을 살펴 본 다음 이 사건의 주된 쟁점이 되는 특수관계가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 문제, 그리고 부수적 쟁점인 피고 주장의 사유에 의하여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논의한 후 대상판결의 의미에 대하여 평가하고자 한다.

 

2. 관세법상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평가

 

가. 관세법상 관세과세가격의 결정

 

관세는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관세법 제30조제1항은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은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는 물품에 대하여 구매자가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구매자가 부담하는 수수료 및 중개료 등 그 각 호에 정한 금액을 가산하여 조정한 거래가격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실제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지급했거나 지급할 가격이란 거래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수입물품에 대한 대가로, 그리고 수입품의 판매조건으로 판매자에게 또는 판매자를 위하여 지급했거나 지급할 총 금액을 말한다.9) 이러한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하여야 할 가격에 관세법 제30조제1항제1호 내지 제6호 소정의 수수료와 중개료, 포장용기와 포장비용, 생산지원비용, 지적재산권 사용료, 사후귀속이익, 운임 및 보험료 등을 가산하고 관세법 제30조제2항제1호 내지 제4호 소정의 수입후 행해지는 용역에 대한 대가, 내국운송비, 세금과 공과금, 연불이자 등을 공제하여 과세가격을 결정한다.

 

관세법 제30조는 제1항 본문에서 당해 수입물품의 실제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하기 위해서는 당해 물품이 우리나라에 수출하기 위하여 판매되어야 하는 요건 이외에 제3항에서 구매자가 이를 사용 또는 처분하는 데에 특별한 제약이 없어야 하고(제1호), 가격 성립에 금액으로 계산할 수 없는 조건 또는 사정이 있어서 그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어야 하며(제2호), 구매자가 그 물품을 사용, 처분한 후의 이익을 판매자에게 되돌려 주는 조건이 없어야 하고(제3호),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특수관계가 없어 그 관계가 당해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여야 한다(제4호)고 정하고 있다.

 

관세법 제30조제3항은 위와 같은 사유로 실제거래가격이 과세가격에서 제외되는 경우 관세법 제31조 내지 제35조의 방법, 즉 동종ㆍ동질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한 과세가격의 결정방법(제2방법), 유사물품의 거래가격을 기초로 한 과세가격의 결정방법(제3방법), 국내재판매가격을 기초로 한 과세가격의 결정방법(제4방법), 당해 물품의 제조원가를 기초로 한 결정방법(제5방법), 합리적 기준에 의한 과세가격의 결정방법(제6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한다고 하고 있다. 위 6가지 방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각각 일정한 요건이 구비되어야 하는데, 과세가격 결정은 제1방법부터 순차로 적용가능성을 검토하되 요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다음 순위의 평가방법을 적용한다. 다만 제4방법과 제5방법은 납세의무자가 요청하는 경우 그 순서를 바꾸어 제5방법이 우선 적용될 수 있다.10)

 

나. 내국세법의 이전가격세제와의 비교

 

내국세법에서는 6가지의 관세과세가격결정과 유사하게 이전가격세제를 두고 있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조법’) 제4조제1항은 국외특수관계자 거래에 대한 과세조정에 대하여 과세당국은 거래당사자의 일방이 국외특수관계자인 국제거래에 있어서 그 거래가격이 정상가격에 미달하거나 초과하는 경우에는 정상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경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조법 제5조제1항은 정상가격은 비교가능 제3자가격법(제1호), 재판매가격법(제2호), 원가가산방법(제3호), 이익분할방법(제4호), 거래순이익률방법(제5호),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타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제6호) 중 가장 합리적인 방법에 의하여 계산한 가격으로 하되 제6호의 방법은 제1호 내지 제5호의 방법으로 정상가격을 산출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세과세가격결정에서는 수입자가 판매자로부터 물품을 수입하면서 관세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수입물품의 거래가격 내지 원가를 낮추는 경우를 상정하여 여러 가지 규정을 두고 있는 반면, 이전가격세제는 반대로 거주자나 내국법인이 국외특수관계자로부터 물품 등을 수입하면서 그 거래가격 내지 원가를 높이는 방법으로 내국세의 부담을 낮추는 것을 전제로 대응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납세자로서는 관세과세가격결정과 이전가격세제에 의한 추가 과세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양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을 적정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관세과세가격결정과 이전가격세제를 비교하여 보면 이전가격세제의 경우에는 국외특수관계자 간의 거래에 한하여 국조법 제5조제1항의 정상가격 산정방법의 순위를 정하지 않고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적용하여 정상가격을 산출하는 반면 관세과세가격결정방법은 특수관계를 묻지 않고 적용하되 특수관계가 영향을 미치는 경우 등 제1방법의 적용이 배제되는 경우에는 제2 내지 6방법을 순차로 적용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차이가 있다. 관세과세가격결정은 수입물품의 객관적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이전가격세제의 이익분할방법 등이 채택되지 않는 등 이전가격세제의 전통적인 방법만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그 밖에도 관세법상 특수관계자의 범위가 다르고 비교가능성이 떨어지는 거래에 대한 차이조정에도 차이가 있다.11)

 

3. 관세법상 특수관계자로부터의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평가

 

가. 논의의 정리

 

특수관계자로부터의 수입물품에 대한 과세평가와 관련하여 쟁점 법률규정은 실제거래가격이 부인되는 경우를, 쟁점 시행령규정은 실제거래가격이 존중되는 경우를 각기 규정하고 있다. 특수관계가 이 사건 의약품의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입증책임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쟁점 법률규정과 시행령 규정의 체계적 관계에 대한 판단과 해석이 중요하다. 쟁점 법률규정은 쟁점 시행령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적용되고 실제거래가격이 존중되는 경우에 관한 쟁점 시행령규정에 대하여는 납세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는 이유로 쟁점 시행령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는 때에 바로 쟁점 법률규정에 의하여 실제거래가격이 부인된다고 본다면 쟁점 시행령규정의 적용에 대한 입증이 쟁점 법률규정의 적용을 좌우하므로 결국 쟁점 법률규정에 대한 입증책임을 납세자가 부담하는 셈이 된다. 그와 달리 쟁점 시행령규정은 쟁점 법률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는 안전조항(safe harbor rule)의 기능만을 수행한다고 보면 쟁점 시행령규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쟁점 법률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입증책임의 일반원칙으로 돌아가 과세관청이 별도의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한편 특수관계가 이 사건 의약품의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쟁점 법률규정과 쟁점 시행령규정 이외에 WTO 관세평가협정 등도 같이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WTO 회원국이므로 WTO 관세평가협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WTO 관세평가협정은 관세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진다. WTO 평가협정은 일반서설(general introductory commentary)과 24개의 본문조문(article), 3개의 부속서(annex)로 이루어져 있는데 3개의 부속서 중 부석서 I은 주해(interpretative notes)이다. 관세평가제도의 정책적 문제를 취급하기 위하여 WTO에 관세평가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관세평가위원회의 결정사항은 결정(decision)이라는 형태로 발표되고 있다. 이중 일반서설, 24개의 본문 조문, 부속서만이 법규로서의 효력을 가지고 있다.

 

관세평가위원회와는 별도로 관세평가제도의 구체적이고 기술적 문제를 다루기 위하여 WCO12)에 관세평가기술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관세평가위원회의 결정사항은 권고의견(advisory opinion), 예해(commentary), 해설(explanatory note), 사례연구(case study), 연구(study) 형태의 문서로 발표되고 있다. 관세평가기술위원회의 권고의견 등은 회원국을 구속하는 법적 효력을 가지지는 않으나 각 국가는 관련 내용을 자국의 법에 반영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그 준수를 사실상 요구받고 있다.13)

 

나.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친 경우 그 실제거래가격을 부인하는 규정

 

쟁점 법률규정은 구매자와 판매자 간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실제거래가격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제1항 (d)도 수입품의 관세가격은 거래가격, 즉 수입국에 수출판매되는 상품에 대하여 실제로 지급했거나 지급할 가격이며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관련이 없어야(buyer and seller are not related) 관세의 목적상 수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제2항 (a)는 거래가격을 수락할 수 있는지 결정함에 있어서 구매자와 판매자가 특수관계가 있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 거래가격을 수락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지는 않고 이러한 경우 판매를 둘러싼 상황이 검토되며 그 관계가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는 거래가격이 수락되며 수입자에 의해 또는 기타의 방법으로 제공된 정보에 비추어 과세관청은 그 관계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경우 그 근거를 수입자에게 통보하며 수입자는 답변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기회가 제공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관세법과 WTO 관세평가협정의 위 규정들은 특수관계가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친 경우에 실제거래가격을 부인할 수 있는 일반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보이고 구체적 기준이나 그에 대한 입증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히고 있지 않다.

 

다.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더라도 그 실제거래가격을 존중하는 규정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매번 심사하여 판단하는 것은 납세자나 과세관청에 매우 번거로운 일이 된다. 이에 관세법과 WTO 관세평가협정은 거래상황과 비교가격에 의한 판단방법을 두어 그와 같은 번잡함을 줄이고 있다. 위 두 판단방법 중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특수관계자 사이의 실제거래가격이 존중된다. 다만, 비교가격에 의한 판단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동종‧동질‧유사물품이 있는 경우는 거의 없어 거래상황에 의한 판단방법이 주로 이용된다.

 

(1) 거래상황에 의한 판단방법
거래상황에 의한 판단방법으로 3가지 방법이 규정되어 있다. 첫째, 특수관계가 없는 구매자와 판매자 간에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가격결정방법으로 결정된 경우, 둘째, 당해 산업부문의 정상적인 가격결정관행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결정된 경우, 셋째, 판매자가 대표적 기간에 당해 물품의 가격이 그 물품의 생산 및 판매에 관한 모든 비용과 동종 또는 동류의 물품의 판매에서 실현된 당해 기업의 전반적인 이윤(overall profit)을 합친 금액의 회복을 보장할 수 있는 경우가 그것이다. 첫째와 둘째는 쟁점 시행령규정 제1, 2호에 도입되어 있는 방법이고 셋째는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제2항의 주해 제3항에 규정되어 있는 방법이다.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 제2항의 주해 제3항 전단은 과세관청이 추가적인 조사 없이 당해 거래가격을 수락할 수 없을 때에는 판매를 둘러싼 상황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추가적인 상세정보를 제공하는 기회를 수입자에게 부여하여야 하고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당해 가격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등 거래의 모든 관련사항을 조사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2) 비교가격의 의한 판단방법
비교가격에 의한 판단방법은 간이한 판별방법으로서 특수관계자간 거래가격이 첫째, 특수관계가 없는 우리나라의 구매자에게 수출되는 동종‧동질물품 또는 유사물품의 거래가격(제2방법 및 제3방법), 둘째, 국내 재판매가격을 기초로 하여 결정되는 거래가격(제4방법), 셋째, 당해 물품의 제조원가를 기초로 하여 결정되는 거래가격(제5방법)과 비교하여 그 가격 중 어느 하나와 매우 근접함을 수입자가 입증하는 경우에는 언제라도 그 거래가격이 수락된다고 하고 있다.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제2항 (b)와 쟁점 시행령 규정 제3호 가목 및 나목에 규정된 판단방법이다.

 

비교가격의 근접과 관련하여 구 관세법 시행규칙(2012.2.28. 기획재정부령 제273호로 일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제1항은 기획재정부령이 정하는 가격이란 수입가격과 비교가격의 차이가 비교가격을 기준으로 할 때 100분의 10 이하인 경우를 말하고 다만 세관장은 해당 물품의 특성‧거래내용‧거래관행 등으로 보아 그 수입가격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비교가격의 100분의 110을 초과하더라도 비교가격에 근접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수입가격이 불합리한 가격이라고 인정되는 때에는 비교가격의 100분의 110 이하인 경우라도 비교가격에 근접한 것으로 보지 아니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비교가격에 의한 판단방법은 수입자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된다.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2항(c)는 비교가격에 의한 판단방법은 수입자의 주도로 그리고 비교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하고 과세가격은 위 규정에 따라 결정될 수 없다고 하여 비교가격은 비교의 목적으로만 사용되고 과세가격으로 사용될 수 없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관세법 시행규칙 제5조제2항도 비교가격은 비교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어야 하며 비교가격을 과세가격으로 결정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비교검사는 수입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비교검사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더라도 거래상황에 의한 판단방법에 의한 조사절차를 별도로 거쳐야 하고 곧바로 실제거래가격을 부인하고 제2방법 이하의 방법으로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위법하다.14)

 

4. 특수관계가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입증책임

 

가. 논의의 범위

 

조세소송의 입증책임도 민사소송과 같이 민사상의 법률요건 분류설에 입각하여 분배되고 있다. 권리발생사실을 과세요건사실로 보아 납세의무자‧과세물건‧과세표준 등의 입증책임을 과세관청에 지우고 있는 것이다.15) 반면에 비과세요건에 해당하는 사실이나 부과제척기간 및 소멸시효의 완성 등은 납세의무자가 입증하여야 한다.16) 원칙적으로 과세관청에게 입증책임이 있지만 과세관청에게 입증책임을 부담시키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사실상 추정 등의 법리를 동원하여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여 납세자에게 입증의 필요를 전환시키고 있다.17)

 

관세의 경우에도 관세의 과세가격에 대한 가산요소 또는 공제요소에 대해서는 과세관청이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소급과세금지원칙이나 비과세관행에 대해서는 납세의무자가 입증책임을 진다.18) 쟁점 법률규정에 의하여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을 부인하기 위해서는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특수관계가 존재하여야 하고 그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전자의 요건에 대해서 대법원은 과세관청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 판단19)하였으나 후자의 요건에 대한 입증책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판단이 없었으므로 쟁점 법률규정과 쟁점 시행령규정에 더하여 WTO 관세평가협정의 관련 규정 등의 체계적 해석에 의하여 그 입증책임의 소재를 판단할 필요성이 있다. 나아가 만일 과세관청이 입증책임을 부담하는 경우라도 특수관계자 거래라는 이유로 과세관청의 입증의 정도를 완화하는 해석이 가능한지 여부도 문제된다.

 

나. 입증책임의 소재에 대한 두 가지 견해의 대립

 

(1) 제1설
제1설은 피고의 입장으로서 WTO 관세평가협정과 관세법의 다음과 같은 규정의 합리적인 해석에 따르면 납세자에게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거나 실제거래가격이 존중되는 사유에 대하여 입증책임이 있다는 견해이다.20)

 

첫째,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 제2항 (b)는 수입가격 내지 거래가격이 3가지의 비교가격과 검사하여 그 가격 중의 하나와 매우 근접함을 수입자가 입증한 경우에는 언제나 수입가격이 수락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납세자가 수입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비교가격과의 근접성을 입증하여야 하는 부담을 져야 한다.

 

둘째, WTO 관세평가위원회 결정사항 6.1은 거래가격이 신고되면 과세관청은 그 신고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제출된 세부자료나 서류들의 진실성이나 정확성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 신고가격이 수입물품에 대하여 실제로 지급하였거나 지급할 금액임을 밝히는 서류나 증거를 포함하여 추가적인 소명을 수입자에게 요청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같은 취지에서 관세법 제30조제4항은 세관장은 납세의무자가 제1항에 따른 거래가격으로 신고한 경우 해당신고가격이 동종‧동질물품 또는 유사물품의 거래가격과 현저한 차이가 있는 등 이를 과세가격으로 인정하기 곤란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납세의무자에게 신고가격이 사실과 같음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을 받은 관세법 시행령 제24조제1항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란 납세의무자가 신고한 가격이 동종‧동질물품 또는 유사물품의 가격과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제1호), 납세의무자가 동일한 공급자로부터 계속하여 수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한 가격에 현저한 변동이 있는 경우(제2호), 신고한 물품이 원유‧광석‧곡물 등 국제거래시세가 공표되는 물품인 경우 신고한 가격이 그 국제거래시세와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제3호), 납세의무자가 거래선을 변경한 경우로서 신고한 가격이 종전의 가격과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경우(제4호)라고 규정함으로써 납세자에게 신고가격의 적정성에 대한 입증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제2항 (a)는 구매자와 판매자가 특수관계에 있지 않거나 특수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동 특수관계가 당해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조건 하에 거래가격이 수락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예해(commentary) 14.1도 수입자가 실제거래가격 방식에 의해 과세가격을 신고할 때 판매자와 특수관계에 있지 않거나 그 특수관계가 당해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을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확실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였으므로 그 입증의무는 수입자인 납세자에게 있다.

 

넷째, 쟁점 시행령규정 즉 관세법 시행령 제23조제2항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특수관계에 있는 경우 당해 물품가격이 특수관계가 없는 구매자와 판매자간에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가격결정방법으로 결정된 경우(제1호), 당해 산업부문의 정상적인 가격결정관행에 부합하는 방법으로 결정된 경우(제2호)에는 그 특수관계가 당해 물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동조 제4항은 제2항의 규정을 적용받고자 하는 자는 관세청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가격신고를 하는 때에 그 증명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납세자는 실제거래가격을 존중받기 위해서 그 입증의무를 이행하여야 한다.

 

(2) 제2설
제2설은 원고 및 대상판결의 입장으로서 제1설에서 들고 있는 납세자 입증책임 부담의 근거들은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타당하지 않으므로 조세소송의 입증책임의 일반원칙으로 돌아가 과세관청이 그 입증책임을 부담한다는 견해이다.21) 

 

첫째,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제2항 (b)는 수입가격 내지 거래가격이 3가지의 비교가격과 검사하여 그 가격 중의 하나와 매우 근접함을 수입자가 입증한 경우에는 언제나 수입가격이 수락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비교검사제도는 수입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특수관계의 영향을 간편하게 판정하는 제도로서 비교검사에서 불합격하더라도 과세관청으로서는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제2항 (a)에서 규정한 거래상황에 의한 판단방법에 대한 조사절차를 거쳐서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별도로 따져야 하고, 또한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제2항 (a)는 구매자와 판매자간에 특수관계가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그 수입가격을 수락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근거가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WTO 관세평가협정 제1조제2호 (b)는 특수관계로 인하여 수입가격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이 수입자에게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둘째, WTO 평가위원회 결정사항 6.1은 수입신고가격의 진실성이나 정확성이 의심되는 경우 즉 수입자가 실제 수입가격과 다르게 수입신고를 하였다고 의심이 되는 일반적인 경우에 관한 것으로서 쟁점 법률규정 소정의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친 경우와는 그 맥락이나 차원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1998년 12월 관세법 개정시 위 결정사항을 관세법 제30조제4항에 도입하였는데 그 입법취지는 관세법은 선의의 수입자의 성실한 신고를 전제로 수입자가 자진 신고한 실제거래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그 거래와 관련된 증빙자료는 수입자가 보유하고 있고 신고납세제도 하에서 수입자가 자료제출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이를 달리 부인할 근거가 없어 이를 규정함으로써 불성실 신고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22) 즉, 위 결정사항 등은 수입신고가격 자체의 진실성이나 정확성이 의심되는 경우이나 쟁점 법률규정은 수입신고가격의 진실성이나 정확성이 의심되지는 않지만 그 수입가격의 결정이 특수관계로 인하여 부당하게 낮게 책정된 것이어서 수입가격을 부인하는 경우라는 점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셋째, 예해 14.1은 수입자가 수입가격 신고시 당해 수입신고가격이 특수관계에 의해 영향을 받지 않았음을 가능한 한 최대한으로 확실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우선 예해 14.1은 그 자체로 법규적 효력이 없다는 점에서 적절한 전거가 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수입자가 수입가격 신고시 이러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볼 수 없는 점, 과세관청이 수입가격 신고후 각종 조치를 통하여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더라도 추가로 수입자가 특수관계로 인하여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힌 경우에는 그 실제거래가격을 과세가격을 삼아야 하는 점, 예해 14.1의 원문에는 ‘ensure’나 ‘be shown’ 등의 단어가 사용되는데23) 이는 입증을 의미하는 ‘prove’나 ‘evidence’와는 구별되므로 전체적으로 자료제공의무 정도를 부담시키는 취지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예해 14.1은 본래의 입증책임에 관한 것이 아니고 단순히 성실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하게 하도록 하는 선언적 내용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넷째, 쟁점 시행령 규정 즉 관세법 시행령 제23조제2항과 쟁점 법률규정 즉, 관세법 제30조제3항제4호의 조문체계상 쟁점 법률규정이 과세관청이 실제거래가격을 부인할 수 있는 과세요건사실을 규정한 것에 대하여 쟁점 시행령 규정은 쟁점 법률규정이 적용되더라도 그 과세요건사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납세자의 항변사유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쟁점 시행령 규정을 근거로 입증책임이 납세자에게 있다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다.

 

다. 입증책임의 완화문제

 

일반적인 조세소송에 있어서 입증책임이 완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입증책임의 완화를 관세법상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도 과세관청에게 허용할 것인지 여부가 문제된다. 조세소송에 있어서 과세관청의 입증책임 완화에 관한 판례의 기본적인 입장은 과세요건사실의 입증책임은 과세관청에 있지만 구체적인 소송과정에서 경험칙에 비추어 과세요건을 추정할 만한 간접적인 사실이 밝혀지면 납세자가 당해 사실이 경험칙 적용의 대상적격이 되지 못하는 사정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당해 과세처분이 과세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국세법상의 이전가격세제의 정상가격의 입증책임에 관하여 대법원은 과세관청의 입증책임을 완화한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즉 판례는 구 법인세법 시행령(1994.12.31. 대통령령 제1446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6조제5항에 규정된 바와 같이 국외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의 경우 납세의무자로서는 과세관청이 정상가격을 조사하기 위하여 요구하는 자료 및 증빙서류를 성실하게 제출할 의무가 있고 과세관청이 스스로 위와 같은 정상가격의 범위를 찾아내어 고려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므로 국외 특수관계자와의 이전가격이 과세관청이 납세의무자에게 같은 법 시행령 제46조제5항 소정의 자료 및 증빙서류의 제출을 요구하는 등의 최선의 노력으로 확보한 자료에 기하여 합리적으로 산정한 정상가격과 차이를 보이는 경우에는 비교가능성 있는 독립된 사업자 간의 거래가격이 신뢰할 만한 수치로서 여러 개 존재하여 정상가격의 범위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 및 당해 국외특수관계자와의 이전가격이 그 정상가격의 범위 내에 들어있어 경제적 합리성이 결여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에 관하여 그 입증의 필요가 납세의무자에게 돌아간다고 판시24)하였다.

 

이러한 판례의 입장을 고려하여 특수관계자 사이의 수입물품 거래에 있어서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과세관청의 입증책임을 완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견해25)가 있다.

 

라. 소결론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의 소재에 대한 제1설이나 제2설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으나 기본적으로 쟁점 법률규정이 실제거래가격을 부인하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고, 반면에 쟁점 시행령규정은 쟁점 법률규정의 적용대상이라고 하더라도 일정한 사유가 있으면 쟁점 법률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는 체계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쟁점 법률규정의 해당여부는 과세관청이 입증하여야 할 과세요건 사실이고 쟁점 시행령 규정의 해당여부는 납세자가 입증하여야 할 항변사실로 보는 제2설이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과세처분의 과세요건사실이 다투어지는 상황에서 그 과세요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항변사실을 납세자가 입증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그 과세요건사실이 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특히 납세자에게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을 부여한다면 이는 부존재의 입증을 요구하는 것이 되어 입증책임의 일반원칙에도 반하는 것이 된다. 원심판결도 이점에 대해서 같은 입장이다.

 

입증책임의 완화를 주장하는 견해도 수긍할 점이 있지만 그 근거로 제시하는 합리적인 의심이라는 것은 추상적인 불확정 개념으로서 그 객관적인 기준을 구체화하기 어렵다. 막연히 과세관청이 합리적 의심을 입증하였다는 이유로 납세자가 특수관계로 인하여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게 한다면 이를 납세자로 하여금 부존재의 입증을 요구하는 것이 되어 사실상 그 입증 불가능으로 과세관청에 의한 남용의 우려가 있고 과세처분의 적법성에 대한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다는 일반원칙을 중대하게 잠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이전가격세제와는 달리 관세과세가격결정의 경우에는 그 과세대상이 되는 수입물품에 대한 과세관청 자치의 심사나 조사가 가능하므로 이전가격세제에 비하여 과세관청의 입증곤란의 정도가 강하다고 볼 수 없다는 점에서도 입증책임 완화문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5. 이 사건의 경우 특수관계가 이 사건 의약품의 수입가격에 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가. 논점의 정리

 

피고는 특수관계가 이 사건 의약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로서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사정 즉, 이 사건 의약품의 국내재판매가격이 소외회사의 가격정책상의 최저판매가격보다 낮다는 점, 원고가 소외회사로부터 수입하는 다른 완제의약품의 매출원가율보다 이 사건 의약품의 매출원가율이 낮다는 점, 과세관청의 기준비율과 납세자가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토대로 산정한 이윤 및 일반경비율이 다르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과세관청으로서는 다국적 기업 사이의 내부적 거래에 있어서 그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 사건의 경우 입증책임의 소재나 완화문제와는 별도로 피고가 주장하는 3가지의 사정에 기하여 특수관계가 이 사건 의약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하급심 판결이나 조세심판원 결정 등을 보더라도 직접적인 내부의 의사결정에 관한 입증에 미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간접적인 사실에 의하여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고 있다. 예컨대, 수입물품의 수입가격이 구매자의 영업상 손실 뿐만 아니라 영업외 손실까지 보전하도록 결정되어 판매자가 경우에 따라 제조원가 이하로 물품을 판매함으로써 구매자가 항상 법인세 차감전 당기순이익이 매출액대비 2%의 흑자가 되도록 한 사안,26) 쟁점 물품의 국내판매가격에서 관세 등 부대경비와 추가가공비, 이윤 및 일반경비를 공제한 가격이 수입신고가격 대비 100분의 10을 초과하여 수입가격과 비교가격의 차이가 수입가격을 기준으로 100분의 28 내지 100분의 59에 해당하는 사안,27) 쟁점 물품의 수입기간 중 청구법인의 영업이익율 등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에도 수입가격이 일정한 사안,28) 청구법인이 개별품목별로 일정이익을 보장하기 위하여 협상을 통해 수입가격을 조정하지 아니하고 수출자가 자회사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가격정책에 따른 수입가격으로 거래한 사안29)에서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실무적으로는 과세관청에서 제시하는 간접사실에 대한 합리적인 반박이 수반되지 않으면 간접사실만으로도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상당한바, 이 사건에서 피고가 제시하는 3가지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특수관계의 영향을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나아가 간접사실만에 의하여 특수관계의 영향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순차 검토한다.

 

나. 이 사건 의약품의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관세청장이 정한 이윤 및 일반경비에 대한 기준비율을 초과하는 사정

 

피고는 우선 원고의 회계보고서에서 이 사건 의약품의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관세법 제33조제1항, 관세법 시행령 제27조제4항 소정의 관세청장이 정한 기준비율을 초과하고 있다는 점을 수입가격에 대한 특수관계자 영향의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런데 관세법 시행규칙 제6조제2항은 납세의무자는 관세청장이 정한 기준비율이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관세청장에게 당해 수입물품에 적용하고자 하는 이윤 및 일반 경비를 산정해 줄 것을 신청할 수 있고 그 신청이 있는 경우 관세청장은 이를 산출하여 당해 납세자의 수입물품에만 적용될 이윤 및 일반경비를 산출하여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와 같이 관세법령 자체에서 기준비율에 따른 이윤 및 일반경비를 산정하는 것이 불합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일정한 경우에는 그 기준비율의 적용을 납세자의 신청에 의하여 과세관청 스스로 배제하도록 하고 있는 점, 관세청장은 매년 업종별로 이윤 및 일반경비에 대한 기준비율을 정하고 있는데, 같은 업종에 속하더라도 세부적으로는 수입 내지 수백개의 수입물품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특정 수입물품에 대한 이윤 및 일반 경비가 그 기준비율을 초과한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특수관계가 특정 수입물품의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이윤 및 일반경비를 공제하여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관세법 제33조는 관세법 제30조의 실제거래가격을 과세가격으로 삼을 수 없는 경우에야 비로소 적용되므로 관세법 제33조의 이윤 및 일반경비 초과여부를 가지고 관세법 30조의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선‧후가 뒤바뀐 측면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주장의 위 사유만으로 원고와 소외회사의 특수관계가 이 사건 의약품의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다. 이 사건 의약품의 재판매가격이 소외회사의 가격정책상의 최저 판매가격보다 낮다는 사정

 

피고는 이 사건 의약품의 재판매가격이 소외회사가 가격정책으로 정한 최저판매가격보다 낮다는 점을 그 근거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의약품의 재판매가격은 약사법령 하에서 보험수가결정제도에 따라 1998년말경에 결정된 것이고, 소외회사의 가격정책은 2001년에 권고사항으로 결정된 것이라는 점, 국내재판매가격은 원화로 정해진 반면 소외회사의 가격정책상의 가격은 스위스 프랑으로 정해져 있었는데, 1998년 12월 당시 이 사건 의약품의 재판매가격을 스위스 프랑으로 환산하면 소외회사가 정한 최저판매가격보다 높았고, 위 가격정책을 발표할 당시인 2001년 1월경에도 스위스 프랑으로 환산하면 최저 판매가격보다 높았다는 점, 재판매가격 결정방식에 의한 수입가격결정구조 하에서 국내보험수가 제도 때문에 재판매가격 자체가 변경될 수 없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주장의 사유만으로 수입가격에 대한 특수관계 영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라. 이 사건 의약품의 재판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매출원가의 비율이 다른 완제의약품의 그것보다 낮다는 사정

 

피고는 이 사건 의약품의 매출원가 비율이 소외회사로부터 수입한 다른 완제의약품에 비하여 낮다는 사정을 그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원고가 소외회사로부터 수입한 다른 의약품은 비만치료제‧독감치료제‧항악성종양제이므로 이 사건 의약품과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점, 이 사건 의약품의 매출원가율이 60% 정도였고 환율변동에 따라 50% 내지 55%로 그 비율이 낮아지기는 하였으나 현재까지 외화를 기준으로 한 수입가격은 변동이 없는데 외화를 기준으로 수입가격을 책정한 다음 환율이 변동될 때마다 반드시 재판매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소외회사와 특수관계가 없는 내국법인이 소외회사로부터 수입하는 완제의약품의 경우에도 재판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매출원가의 비율이 50% 정도인 점, 피고가 이 사건 부과처분을 위하여 비교대상업체들을 대상으로 산출한 이윤 및 일반경비율이 최저 18%에서 최대 57%에 이르러 원고의 이윤 및 일반경비율 40〜50% 보다 높은 업체가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 주장의 위 사정 역시 원고와 소외회사의 특수관계가 이 사건 의약품의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마. 소결론 및 추가적 고려사항

 

쟁점 법률규정은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는 경우 실제거래가격을 부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특수관계자가 관세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고의로 수입물품의 가격을 낮추는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세부담을 낮추기 위해서 고의로 거래가격을 낮춘다면 수출자의 거주지국에서 국세의 과소 납부를 초래하여 그 거주지국 과세관청에서 이전가격 문제를 제기할 여지가 있고 만일 관세 추징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을 높게 잡는다면 우리나라의 내국세 납부가 줄어들게 되므로 내국세 과세관청에서 이전가격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내국세 문제 외에도 수입가격과 관련된 다른 여러 가지 행정규제상의 문제도 수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충돌되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거래 당사국의 관세 외에 내국세 등 전반적인 조세부담 및 규제상의 요소 등을 고려하여 거래가격을 결정할 수 밖에 없으므로 납세자가 특수관계자와 거래를 한다고 하더라도 오로지 우리나라에서의 관세부담만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의사결정의 경위와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쟁점 법률규정 소정의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인정문제는 단순히 간접사실에 의하는 것보다는 그 요증사실에 대한 보다 근접하고 직접적인 사정이 입증되는 경우에 한하여 이를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위 쟁점에 대한 대상판결의 판시는 타당하다.

 

6. 대상판결의 의미와 평가

 

그 동안 관세법 제30조제3항제4호에 정한 특수관계가 당해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아 증명책임에 대하여 논란이 되어 왔는데, 대상판결은 쟁점 법률규정의 특수관계가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이 과세관청에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과세관청이 납세자가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근거로 계산된 당해 수입물품에 대한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기준비율의 범위에 속하지 않았다는 것을 밝혔다는 것만으로는 특수관계가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명을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고 이 사건 의약품의 재판매가격이 소외회사가 정한 가격 정책상의 최저판매가격보다 낮거나 원고가 소외회사로부터 수입한 다른 의약품들의 매출원가율이 이 사건 의약품의 매출원가율보다 높다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사유에 대한 설명이 있는 이상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의약품의 수입가격이 특수관계에 영향을 받아 부당하게 낮게 책정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함으로써 간접사실에 의한 요증사실의 인정에 제한을 가하였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에 따르면 실제거래가격이 부인되는 쟁점 법률규정에 대해서는 과세관청이 입증책임을 지고 실제거래가격이 존중되는 쟁점 시행령규정에 대해서는 납세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쟁점 법률규정에 대한 입증책임을 과세관청이 부담하더라도 특수관계자 사이의 직접적인 의사결정에 대한 입증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이는바, 쟁점 시행령규정과 쟁점 법률규정의 체계적 관계와 두 규정의 적용대상인 아닌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사유 중에서 어느 정도의 사정을 입증하면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의 설시가 없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이 있다.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수입가격을 결정함에 있어 관세 외에 내국세 등도 같이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사정을 고려하면 특수관계가 수입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의 기준 제시와 관련하여 납세자가 특수관계자가 결손 등의 사정으로 내국세 부담을 고려할 필요가 없는지, 납세자나 특수관계자에게 적용되는 이전가격세제가 관세에 대해서 적용되는 관세과세가격결정과 동일한지 아니면 다른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지, 납세자의 경제활동이나 거래에 있어서 당해 수입물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등도 그 참고사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대상판결의 결론에 찬성하며 추후 유사사안에서의 구체적 판시를 기대한다.

 

 

 

 

 

각주

 

 

 

1) 본 판례평석의 관련법령은 관세법령을 포함하여 모두 구법이지만 현행법령과 그 내용에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경우 편의상 구법 표시는 생략한다.
2) 관세법 제33조에 의한 과세가격 결정방식은 국내판매가격을 기초로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으로서 그 산식은 과세가격=(국내판매가격)-(수입자의 이윤 및 일반경비+기타 관련비용+조세)이다.
3) 관세법 시행령 제27조제4항, 관세법 시행규칙 제6조제1항은 원칙적으로 납세의무자가 제출하는 회계보고서를 근거로 이윤 및 일반경비를 산정하되, 그에 따른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 당해 물품이 속하는 업종에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이윤 및 일반경비로서 관세청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출한 이윤 및 일반경비의 비율(이하 ‘기준비율’)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에는 기준비율의 100분의 1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윤 및 일반경비로 인정하여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4) 관세법 시행규칙 제6조제2항은 납세의무자는 관세청장이 정하는 기준비율을 기초로 산정한 이윤 및 일반경비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관세청장에게 당해 수입물품에 적용하고자 하는 이윤 및 일반경비를 산정해 줄 것을 신청할 수 있고, 그와 같은 신청이 있는 경우 관세청장은 당해 납세의무자의 수입물품에만 적용될 이윤 및 일반경비를 산출하여 이를 적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5)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6) 이 사건에 같이 적용되는 2000.12.29. 법률 제6305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구 관세법 제9조의3제1항, 제3항제4호도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7) 관세법 제30조 내지 제35조에 규정된 과세가격의 결정방법을 실무상 제1방법 내지 제6방법이라고 한다.
8) 이득수, “다국적기업간의 이전거래에 대한 합리적 과세방안”, 관세와 무역 제427호, 2006. 5., 26면.
9) 홍용건, “관세법 제30조 제3항 제4호 소정의 ‘특수관계가 당해 수입물품의 거래가격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한 증명책임의 소재”, 대법원 판례해설 제80호, 2009, 95〜96면.
10) 정재완, 관세법, 도서출판 청람, 2016, 224〜225면.
11) 오윤, “이전가격과 관세과세가격의 조화방안”, 조세법연구 제12-1집, 2006. 7., 263〜264면.
12) 세계관세기구(World Customs Organization).
13) 홍용건, 앞의 글, 94면.
14) 김기인, 한국관세법, 한국관세무역개발원, 2015, 362면.
15) 대법원 1994. 8. 12. 선고 92누12094 판결 등.
16) 대법원 2000. 7. 7. 선고 98두16095 판결; 대법원 2006. 6. 29. 선고 2005두2858 판결 등.
17) 김영순, “특수관계자간 수입거래와 관련한 입증책임 분배의 입법적 개선방안”, 법학연구 제18집 제2호, 2015. 6., 188면; 이준명, “조세소송에 있어서의 입증책임”, 재판자료 제115집, 2008, 267면.
18) 대법원 2006.6.29. 선고 2005두2858 판결.
19) 대법원 1993.7.13. 선고 92누17112 판결.
20) 홍용건, 앞의 글, 106〜113면; 권은민, “관세법상 ‘특수관계에 의한 영향’의 입증책임”, 조세실무연구 1, 2009, 438〜442면.
21) 홍용건, 앞의 글, 106〜113면; 권은민, 앞의 글, 438〜442면.
22) 나성길, “신고가격이 의심스러운 경우에 대한 관세평가와 입증책임에 관한 고찰”, 한국관세학회.
23) 예해 14.1의 해당 부분 원문은 다음과 같다. “When declaring the customs vale under the transaction value method the importer has an obligation to ensure to the greatest extent possible that the price in not influenced. This is placed upon the importer by virtue of Article 1 which stipulates that the transaction value shall be used provided that the buyer and seller are not related or, where the buyer and seller are related, it cannot be shown that the relationship did not influence the price.”
24) 대법원 2001. 10. 23. 선고 99두3423 판결.
25) 김영순, 앞의 글, 203〜204면.
26) 서울고등법원 2010. 7. 1. 선고 2009누10873 판결.
27) 국심 96관29호, 1996. 10. 8.
28) 조심 2015관0012호, 2015. 5. 8.
29) 조심 2013관0285호, 2014. 4. 30.,

 

- 백제흠(白濟欽) 변호사 약력 -

 


■ 자격취득
‧ 변호사, 대한민국(1991)
‧ 변호사, 미국 뉴욕주(2004)
‧ 공인회계사, 미국 일리노이주(2004)
■ 학력
‧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사 1988)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1994)
‧ Harvard Law School (International Tax Program 2002)
‧ NYU School of Law (LL.M. in Taxation 2003)
‧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박사 2005)

 

■ 경력
‧ 서울지방법원 등, 판사(1994-2001)
‧ 국세청 자체평가위원회, 위원(2006- 2010)
‧ 중부지방국세청 과세전적부심사위원회 및 이의신청심의위원회, 위원(2007- 2009)
‧ 기획재정부 세제실, 고문변호사(2012- )
‧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2013 -  )
‧ 기획재정부 국세예규심사위원회, 위원 (2013 -  )
‧ 서울지방변호사회 조세연수원, 원장 (2014 -  )
‧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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