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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연재]글로벌 세금전쟁…국세청, 대응전략은?(4)

이전가격과세 강화기조, 상호합의·APA ‘과세주권 수호 최후 보루’

국세청은 역외탈세와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에 대해 엄정 대응하는 한편, 국제거래와 관련된 성실신고 지원과 해외진출기업에 대한 세정지원을 통해 경제활성화 견인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과세권 확대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국제현황 분석과 함께 과세권확보를 위한 국세청의 대응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연재 순서

 

 

의류를 판매하는 국내 기업 A는 B국에 진출해 제조기업 C를 설립하고 B국에서 임가공을 마친 의류를 국내로 수입하는데, 이때 의류의 수입거래는 국내 모기업과 해외 자회사간의 내부거래로서, 그 거래에 적용되는 가격을 이전가격이라 한다. 세후소득을 극대화 하고자 하는 A의 입장에서는 만약 B국의 세율이 우리나라의 세율보다 낮다면 가급적 B국에 많은 소득을 남기려 할 것이다.

 

국내 기업 D는 E국에 진출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최근 E국 과세당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후 이를 부당한 과세처분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경우 D는 우리나라 국세청에 상호합의 신청을 할 수 있다. 상호합의(Mutual Agreement Procedure)는 조세조약상 양 당사국의 대표들(권한있는 당국)이 상호 의견교환을 통해 과세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와함께 가전제품을 제조·판매하는 국내기업 F는 G국에 판매법인 H를 설립해 우리나라에서 가전제품을 수출해 현지에 판매하는 사업을 시작하려 하나, 향후 이전가격의 적정성에 대해 우리나라 국세청 또는 G국 과세당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

 

이 경우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정상가격산출방법 사전승인제도(APA, Advance Pricing Arrangement)이다. APA란 납세자가 국외 특수관계기업과의 거래 발생 전에 정상가격산출방법과 정상가격범위 등을 사전에 국세청장으로부터 승인을 받는 제도를 말하는데, APA는 국제거래에 대한 사전승인제도이므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통상 국가간 상호합의 절차에 따라 진행할 것을 같이 요청해 양국간 쌍방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각국의 이전가격과세 현황으로 보면, 이전가격 과세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들은 그동안 정립해 온 과세논리를 바탕으로 꾸준히 이전가격 과세를 강화해 왔다. 신흥개발국들도 자국의 국제거래 규모 증가와 국제거래에 대한 인식 제고에 따라 이전가격과세를 강화해 나가는 추세다. 특히, 2015년 10월 G20 정상회의에서 승인된 BEPS(Base Erosion&Profit Shifting : 소득 이전을 통한 세원 잠식)에 따라 무형자산의 사용 허여나 이전거래 등과 관련한 이전가격 과세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한편, 상호합의(MAP, Mutual Agreement Procedure)란 조세조약에 규정된 이중과세 분쟁해결 절차 중의 하나로, 일방국에서 조세조약에 반하는 과세처분이 있는 경우 양 당사국의 권한을 가진 대표자들(권한 있는 당국)이 상호 의견교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제도를 말한다.

 

또한 이중과세 사전예방 제도인 APA(Advance Pricing Arrangement: 정상가격산출방법 사전승인제도)란 납세자가 향후 국외 특수관계자와의 이전가격 거래에 적용하고자 하는 정상가격산출방법에 관하여 국세청장의 사전승인을 얻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상호합의·APA 처리 현황을 보면, 국세청의 상호합의는 93년 일본의 종합상사에 대한 과세분 상호합의로 시작된후 우리나라 경제규모 및 국제거래 규모의 증가, 거래 상대방 국가의 다변화 추세에 따라 과거에 비해 납세자 신청 건수 및 협상 상대국의 숫자가 크게 증가했다. 국제거래의 규모도 팽창했을 뿐만 아니라 그 형태 또한 복잡해져서 업무 처리에 있어 방대한 지식과 상당한 시간을 요구하는 사안이 많아졌다. 

 

비공식 통계 기준으로 90년대 APA는 연간 3~4건에 불과했으나 2000년대 초반에는 연평균 12건으로 증가했다. 관련 통계가 공개되기 시작한 08년도 기준 APA 신청․처리건수는 각각 22건, 14건 이었으나 2014년도 기준으로는 각각 37건, 26건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다. 

 

상호합의 주요 논점도 90년대에는 고정사업장 과세에 대한 상호합의가 주를 이뤘으나 2000년대에 들어 유형자산 거래에 대한 상호합의나 APA가 증가했고, 2010년도 이후에는 서비스 거래나 로열티 거래에 대한 논의로 그 쟁점이 다양해졌다. 이에 국세청은 업무처리 측면에서도 상호합의 논의와 APA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APA 신청 전에는 사전상담을 거치도록 돼있는데, 이를 통해 신청 대상거래의 적격 여부 및 정상가격 산출방법 등에 폭넓은 검토를 하게 된다. 현재 국세청에서는 납세자와 맞춤형 사전상담을 실시해 APA 처리 기간 단축 및 APA 업무처리 내실화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또한, 상호합의 회의 전에는 상대방 과세당국과 전화통화 및 서신교환 등을 활용한 의견교환의 횟수를 늘리고 있는데, 이렇게 함으로써 납세자와 과세당국의 의견이 상대방 과세당국에 충분히 전달될 수 있으며 양 과세당국의 입장차가 좁혀진 상태에서 회의를 시작하는 경우 보다 신속한 회의진행이 가능하다.

 

상호합의와 APA는 국가간 거래에 대한 분쟁 해결의 수단으로서,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당사국간 의견교환이 중요하므로 국세청은 이를 위해서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OECD는 상호합의 회의의 효율화와 효과성 제고를 목적으로 재정위원회 산하에 MAP Forum 이라는 기구를 설치하여 각국 상호합의 팀간 공동의 이해 증진 및 의견교환의 장으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MAP Forum 신설 이후 매년 이 회의에 참석해 상호합의 관련 국제논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으며 각국 대표와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국가간 신뢰관계 형성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상호합의가 교착상태에 빠지거나 혹은 상대방 협상 실무자의 비협조로 회의 진행이 어려운 경우 우리측 고위급 관계자가 상대국을 직접 방문해 설득하기도 하며 여의치 않은 경우 상대방 고위급 관계자가 참석하는 국제회의에 특별히 참여해 상호합의 사안을 설명하기도 하는 등 국가간 대화채널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상호합의 및 APA 제도는 납세자의 입장에서는 부당한 과세처분에 대한 실효성 있는 구제수단이며, 향후 발생할 이전가격거래에 확실성을 부여해 안정적 기업경영에 기여한다. 또한, 과세당국의 입장에서는 자국에 귀속될 적정한 과세소득을 확보하는데 기여해 과세주권 수호의 최후 보루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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