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4.19. (금)

[연재]글로벌 세금전쟁…국세청, 대응전략은?(8)

국가간 금융정보교환 ‘금융비밀주의 철폐’- 조세회피행위 차단 공조

국세청은 역외탈세와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에 대해 엄정 대응하는 한편, 국제거래와 관련된 성실신고 지원과 해외진출기업에 대한 세정지원을 통해 경제활성화 견인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과세권 확대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국제현황 분석과 함께 과세권확보를 위한 국세청의 대응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연재 순서

 

 

중견기업의 사주 A씨는 수년전부터 아들 B씨에게 ‘세금 없는 상속’을 준비해 오고 있었다. 이미 해외에 설립된 현지법인이 있으니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스위스 등에 금융계좌를 개설하기만 하면 가공거래와 금융상품을 활용 ‘우회상속’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자금을 철저히 은닉하기 위해 해외금융계좌를 통한 몇 단계의 자금세탁과정을 거치고 자금운용주체를 패밀리트러스트로 전환하는 등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차근차근 은밀하게 실행했다.

 

세무조사까지 대비한 완벽한 계획이었지만 A씨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2,137억원의 세금을 고지 받았다. 국세청이 A씨의 스위스 비밀계좌 정보를 확보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믿었던 스위스가 금융 비밀주의를 철폐하고 과세당국 간 정보교환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국내에서 임대업을 영위하고 있는 고액자산가 C씨는 딸 D씨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했다. C씨와 D씨는 여행목적으로 종종 들리는 호주에 D씨 명의의 계좌를 개설해 주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C씨는 본인과 가까운 지인들을 동원해 국내 자금을 휴대 반출해 D씨의 호주계좌에 계속해서 입금했다.

 

D씨는 호주에 들릴 때마다 예금을 인출해 호주 또는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D씨는 최근 호주은행으로부터 한국의 납세자번호, 즉 ‘주민등록번호를 알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간 호주계좌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을 국세청에 신고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빠의 선물로 받은 자금에 대해 증여세도 내지 않았기 때문에 갑자기 불안감이 밀려왔다.

 

이어럼 국세청은 과거 금융 비밀주의 국가였던 스위스·싱가포르에도 정보교환 요청을 할 수 있다. 또한 2017년부터 세계 다수 국가는 한국 거주자 금융정보를 우리 국세청에 매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국세청이 A씨의 스위스 비밀계좌 정보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스위스 국세청에 A씨의 금융정보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호주은행이 D씨에게 한국 주민등록번호의 확인을 요구한 것은 D씨의 금융계좌정보를 한국 국세청에 매년 정기적으로 통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2008년부터 대자산가의 역외탈세문제가 글로벌 차원에서 시대의 화두로 부상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더불어 대형 역외탈세수사사건(리히텐슈타인 LGT, 스위스 UBS)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009년 이후 G20 정상회의와 OECD는 역외탈세에 관심을 가지고 정식의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G20 정상은 블랙 리스트 공표 등 금융비밀주의 국가에 대해 OECD의 정보교환기준을 수용하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OECD 정보교환기준은 상대국의 정보제공 요청을 자국의 금융비밀보호법 등을 이유로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 한국 국세청이 A씨에 대한 세무조사 시 스위스 국세청에 A씨의 스위스 계좌정보를 요청하면, 스위스는 내국법의 금융비밀주의 원칙을 이유로 정보제공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압박에 철옹성 같았던 스위스가 금융 비밀주의를 포기하였고, 싱가포르․홍콩도 OECD의 정보교환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국내법을 개정했다. 2016년 현재 우리나라는 스위스, 싱가포르와 금융정보를 포함한 조세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다만, 홍콩의 경우 ‘한·홍콩 조세조약’이 국회에서 비준되면, 바로 금융정보, 재무정보 등 역외탈세 입증정보를 요청해 확보할 수 있게 된다.

 

2016년 현재 우리나라는 조세조약 등에 의거 총 115개국과 정보교환을 할 수 있다. 특히 그간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쿡아일랜드, 마셜제도, 바하마, 버뮤다, 케이맨제도,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사이프러스, 세이셸 등과도 정보를 요청해 확보할 수 있다.

 

한편 2009년 금융비밀주의 철폐에 이어 2013년 9월 G20 정상들은 조세투명성 제고를 위하여 정보교환을 더욱 강화할 것을 결의했다. 이에 OECD는 국가간 금융정보 자동교환 표준모델(Common Reporting Standard)을 마련해 비거주자 금융정보를 정기적으로 자동 교환하는 ‘다자간 금융정보 자동교환협정’ 체결을 추진했다.

 

이에 2017년부터 55개국, 2018년부터는 총 96개국과 비거주자 금융정보를 매년 1회 정기적으로 교환하게돼 D씨의 계좌정보가 국세청에 정기적으로 통보되는 것이다. 호주 은행이 D씨에게 한국 주민등록번호를 요청한 것은 국세청에 금융정보 통보를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국세청도 국내 금융사를 통해 수집한 호주 거주자의 한국 금융계좌 정보를 호주 국세청에 통보하게 된다.

 

국세청은 2017년부터 이렇게 비거주자 금융정보를 매년 세계 주요국과 상호 교환해 역외탈세 단서정보를 찾아낸다. 그 단서정보는 국세청의 내부정보와 융합분석을 거쳐 역외탈세 혐의분석에 활용된다. 금융정보 자동교환 대상국가는 스위스, 싱가포르, 홍콩은 물론 중국, 호주, 일본, 캐나다를 포함한 주요국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주요 조세회피처도 해당된다.

 

그렇다면, 위 사례의 D씨의 금융계좌정보를 확보한 한국 국세청은 어떤 조치를 하게 될까? 가장 먼저 D씨가 해외금융계좌신고 의무를 이행했는지 검토해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또한 D씨에 대해서는 호주은행에 예치한 자금의 출처조사를 통해 C씨의 증여가 입증되면 증여세 등 관련 제세를 부과하게 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