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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25. (목)

[연재]글로벌 세금전쟁…국세청, 대응전략은?(11)

해외 진출기업 세정지원 ‘현지기업 몰라서 세금 납부하는 일 없앤다’

국세청은 역외탈세와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에 대해 엄정 대응하는 한편, 국제거래와 관련된 성실신고 지원과 해외진출기업에 대한 세정지원을 통해 경제활성화 견인에 역점을 두고 있다. 글로벌 과세권 확대경쟁이 가속화 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국제현황 분석과 함께 과세권확보를 위한 국세청의 대응전략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연재 순서

 

 

지난해 4월, 1만 8천여 km 떨어진 브라질에서 한·브라질 정상회담이 열렸다. 양국 정상은 향후 경제·통상, 기술 및 인적교류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과 공조를 약속했다.

 

특히 브라질 대통령은 한국이 브라질의 7대 교역 파트너며, 브라질 내에 이뤄지고 있는 한국 기업의 투자 진출에 환영의 뜻을 보내고 앞으로 더욱 확대되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순방 이후 1년이 지난 요즈음 브라질의 분위기는 어떨까.

 

A기업은 우리나라에서 이름을 대면 누구나 알 수 있을만한 굴지의 대기업이다. 남미 대륙의 47% 차지, 10개국과 접경, 약 2억명의 인구, GDP 세계 8위(약 1조 1천억$, ’15년 기준), 풍부한 부존자원 보유 등 최적의 남미 진출 거점으로 평가받는 브라질에 진출해 그동안 십수년간 사업을 영위하며 국위를 선양했다.

 

그러나 지금 A기업은 해결되지 못한 10억 달러라는 법인세가 남아있다.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해석 차이에 따른 세액과 지연이자 등이 누적돼 어마어마한 금액이 된 것이다.

 

이전가격세제는 기업과 국외특수관계자간 거래 시 정상가격보다 높거나 낮은 가격을 적용해 세금이 감소되는 경우, 과세당국이 세금을 재산정해 부과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브라질 자회사가 한국 모법인으로부터 제품 1개당 100원(이전가격)을 받고 사오는 경우, 브라질 과세당국이 ‘90원이 정상적인 가격’이라고 판정하면, 차액 10원만큼에 상응하는 세금을 더 내야한다.

 

브라질 과세당국은 A기업이 조금이라도 수익을 얻는 해마다 세무조사를 실시해 독특한 과세방법으로 수억 달러를 부과했다. 기업의 매출총이익률이 60%에 미달해도 60%로 가정해 과세하는 방식이었다. 동일한 방식으로 B기업에게는 수년 간 7억 달러라는 법인세가 누적됐다.

 

브라질의 불복절차는 행정심만 약 10년, 행정소송을 포함하는 경우 약 20년이 걸리며, 행정심판에서 납세자가 이기더라도 국세청이 납세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과세당국의 인위적 개입이 끝나지 않는다.

 

브라질은 전 세계적 과세 표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이전가격지침을 따르지 않는 주요 나라들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그 가운데에서도 브라질의 투자환경이 지극히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일명 ‘브라질 코스트’로 통칭되는 과도한 조세관리비용, 부족한 인력과 산업 인프라, 관료주의적 행정 등이 투자 장애요인으로 자리잡고 있어,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2015년 발표한 사업환경이 좋은 국가(Doing Business 2015) 순위에서 189개국 중 120위에 머무르고 있다.

 

또한 세목은 84개에 달하고(우리나라 25개), 과세방식이 복잡해 약간의 부주의에도 탈세를 하게 될 수 있으며, 하나의 과세기준에 여러 종류의 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세무관리비용이 매우 높다.

 

우리 기업들은 당면하고 있는 세무상 리스크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국세청 관계자는 “신흥공업국들의 행정 수준을 우리나라의 60~70년대로 가정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확립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관존민비(官尊民卑)가 강한만큼 우리나라도 같은 관(官)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세주재관이 이미 근무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에서는 국세주재관이 조세조약 재해석, 부당한 과세 철회 및 환급지연 해결 등 폭넓은 영역에서 현지 기업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한 세무서는 한-인도네시아 조세조약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원천징수를 하고자 했으나, 국세주재관이 인니 국세청의 서면 답변서를 수령함으로써 방지할 수 있었다.

 

중국 소재 G사는 827백만 RMB의 증치세(우리나라의 부가세) 환급을 신청했으나, 현지 국세청과 재정부의 예산배정에 대한 이견 등으로 7개월 이상 환급이 지연돼, 국세주재관은 재정부 예산사와 세정사, 국가세무총국 화물용역사와 수입기획사 등 관련 부서에 공문발송, 직접면담 등을 통해 조속한 환급을 설득함으로써 100% 환급결정을 이끌어 냈다.

 

특히 브라질은 한․브라질 조세조약상 ‘상호합의에 의한 세액조정 결정 규정’ 미비를 이유로 국가간 과세 상호합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만큼, 인도 국세주재관과 같이 조세조약 개정을 추진하고, 상호합의 협상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전문가의 역할이 절실하다.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 시, 양국의 과세가 중첩되는 소득에 대해서는 양국이 상호합의(MAP·APA)를 통해 해결(조세조약 제25조)하며, 이후 그 결과에 따라 양국의 과세내용을 조정(조세조약 제9조 제2항)한다.

 

국가에 따라 상기의 ‘조세조약 제9조 제2항’이 규정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으나, 제9조 제2항 유무와 관계없이 ‘조세조약 제25조’에 근거해 양국간 상호합의를 이행하고, 이를 통해 이중과세를 해결하는 것이 국제적 과세원리이다.

 

그러나 인도는 한-인도 조세조약 상 제9조 제2항이 없다는 핑계로 양국 상호합의 회피하고 있었다. 2012.5월 부임한 초대 국세주재관은 인도 재무부·국세청을 지속적으로 방문하여 한-인도 조세조약 상 제9조 제2항 신설 필요성을 설명했고 기재부와 인도 재무부는 한-인도 조세조약 개정 시 조세조약 제9조 제2항을 신설했다.

 

국세주재관은 현지 세정간담회를 통해 주재국의 주요 세제․세정 변동 사항을 현지진출기업 등에게 전파함으로써, 기업들이 제도를 몰라서 당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대비시키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해 개최한 현지 세무설명회·세정간담회는 총 31건으로 총 8명(OECD 대표부 1명 제외)이 1인당 분기별 1회(年 4회) 꼴로 개최한 셈이 된다. 또한 기업 스스로 이전가격을 이해하고, 현지 당국의 공격적 이전가격 세무조사를 대비할 수 있는 준비하는 마음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상공회의소․회계법인·로펌 등과 함께 해외진출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주요 개도국의 이전가격세제 및 과세동향, 대응방안 등을 주제로 이전가격세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브라질을 포함한 총 43개국에 대해 국세청 내 ‘해외세정 연구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우수 발표작을 중심으로 ‘해외진출기업을 위한 세무안내서’를 발간해 우리 기업이 실질적으로 도움받을 수 있는 현지의 세정사항을 지속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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