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4.25. (목)

기타

'태평무' 인간문화재 보류 왜…분란은 언제까지?

무용계 분란을 낳은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 ‘태평무’ 보유자(인간문화재) 인정 건이 ‘보류’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화재청은 26일 오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제7차 무형문화재위원회의에서 태평무 보유자로 예고된 무용가 양성옥 교수(62·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원)에 대한 인정을 미뤘다.

앞서 지난 2월 문화재청이 양 교수를 ‘태평무’ 보유자로 인정, 예고하자 무용계에서 여러 시비가 일었다.

◇태평무 후계자 논란 왜?

태평무는 왕과 왕비가 나라의 태평성대를 축원하는 춤을 재연한 것이다. 1988년 12월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92호로 지정됐다.

명무 한성준(1874~1941)에 이어 태평무를 전승해온 강선영이 지난 1월 91세를 일기로 별세하면서 명예 보유자 공석 상태가 됐다. 태평무 보유자는 3년여 간 공석이었다.

강선영의 제자로는 이현자(80) 태평무 전수조교, 이명자(74) 태평무 전수조교, 그리고 양 교수가 있다.

당시 양 교수가 선배들을 제치고 보유자로 인정받은 셈이다. 양 교수는 1980년 강선영의 문하에 입문했다. 1996년 5월1일 태평무 전수교육조교로 선정됐다.

그러자 무용계 한 편에서 평생 춤에 매진해온 원로를 푸대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에서는 양 교수가 태평무뿐 아니라 신무용에 일가견이 있다는 점을 걸고 넘어졌다. 또 심의 의원 명단이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3월 이현자 전수조교는 청와대 등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양 교수가 태평무 보유자가 확정되면 이 분야에서 28년 만에 새로운 인간문화재가 탄생하게 되는 셈이었다.

◇문화재청, 태평무 보유자 인정 왜 보류했나?

문화재청 무용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심사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은 국수호 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을 비롯해 김복희 한국무용협회 이사장, 김매자 창무예술원 이사장, 배정혜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등 원로 주축 30여 명의 무용인은 양 교수에 대한 보유자 인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앞서 ‘태평무 보유자 인정예고에 대한 무용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는 등 동시에 문화재청에 대한 압박을 해왔다. 지난 24일에는 성명서 ‘무형문화재 보유자 인정에 대한 대한민국 범무용인의 입장’을 통해 “문화재청의 태평무 보유자 인정에 대한 비정상적 행정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특히 문제를 삼는 건 보유자를 정하는 문화재청의 행정 절차다. 현재 제도가 투명하지 않으며 불합리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문화재청은 결국 양 교수에 대한 인정을 보류한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다양하게 변화된 현재의 시대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무형문화재 종목별 특성과 전승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전승활성화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인간문화재, 무엇이길래

인간문화재, 즉 보유자는 무형문화재의 최고 서열이다. 다음이 전수교육조교, 이수자 순서다. 인간문화재가 지정되면 1년에 한 차례 기능을 공개해야 한다. 전수교육을 하는 의무도 생긴다.

대신 문화재청으로부터 전승 지원금으로 매월 131만7000원을 받게 된다. 공개 행사 비용도 지원 받는다. 이수 교육을 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수입이 발생할 수 있다.

더 큰 혜택은 명예다. 인간문화재는 해당 분야에서 막강한 권력을 갖는다. 전승 자체가 도제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스승에게 모든 권한이 몰리는 것이다.

◇분란은 언제까지

문화재청이 심의를 보류함에 따라 양 교수에 대한 인정 예고가 무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 교수는 9월2일까지 보유자로 인정되지 않으면 자동으로 인정 예고가 무효된다. 위원회는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자 보류라는 표현으로 이를 진정시키려고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에서는 비교적 젊은 양 교수의 전승 능력이 아깝다며 이번 결정에 아쉬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비대위 측은 문화재청이 ‘보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을 여전히 문제 삼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또 다시 우리를 기만한 것”이라며 “보류라는 말은 안 맞다. 지금의 절차를 백지화하고 무용계와 논의를 통해 적벌한 행정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는 승무(제27호)와 살풀이춤(제97호)의 보유자 인정 예고 역시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생전 승무, 살풀이춤 등 중요무형문화재 2개 분야를 보유한 인간문화재였던 이매방(1927~2015)이 지난해 별세하면서 두 춤에 대한 보유자가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살풀이춤은 26년, 승무는 16년 동안 새로운 인간문화재가 선정되지 않고 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