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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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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린 롯데수사, 재점화되는 '경영권 분쟁'…향방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으로 110여일간 진행된 검찰의 롯데 수사가 마무리 수순으로 접어들었다. 아직 검찰의 영장 재청구 방침여부가 변수로 남아있긴 하지만 롯데家 총수 일가 5명에 대한 불구속 기소로 사실상 수사 종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그러나 오너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은 예전과 다름없이 현재 진행형이다. 검찰 수사가 완전 종결되면 형 신동주 日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간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재점화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30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17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의 신동빈 회장과 400억원대의 부당급여 수령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 모두 재판에 넘겨질 처지에 놓여있다. 이번 검찰의 수사를 통한 형제 간의 득실은 비슷하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혐의의 경중을 떠나 롯데 수사를 계기로 당초 계획했던 신동빈 회장의 도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해임을 요구하는 이른바 '무한주총' 전략을 구사하기도 난처한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경영권 분쟁의 빌미가 사라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선 어떻게든 이 문제를 마냥 덮고 있을 수는 없다.

애초에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 수사도 지난해부터 시작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단초를 제공했다. 이로 인해 일본 측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롯데의 지배구조가 밝혀지고 '롯데는 일본 회사'라는 오명도 받아오면서 그룹 이미지는 겉잡을 수 없이 실추됐다.

구속을 면한 신동빈 회장이 "그룹을 책임지고 고치겠다.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힌 약속이 장기적으로 제대로 이뤄지고, 또 곧 공개될 '그룹 혁신안'이 공허한 메아리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려면 마지막 남은 걸림돌인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이다.

특히 최근 롯데 측에선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일본인들에게 롯데그룹의 경영권이 넘어가는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쳐왔다. 신 회장 수감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에서 신 회장을 해임하고,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는 공교롭게도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동생 신 회장이 스쿠다 사장 등 일본 전문경영인이 아닌 아버지 신격호 회장 및 자신과, 즉 부모·형제끼리 손을 잡아야한다"면서 자신이 경영권 분쟁을 이어 가는 이유가 '롯데가 일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강조해왔다.

'구속 수감'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면한 신 회장 입장에선 일본 롯데에서 자신의 장악력을 강화해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재발할 가능성이 높은 일본인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상황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이미 한번 무산된 호텔롯데의 상장을 재추진하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신 회장이 스쿠다 사장이나 일본인 경영진들의 동의 하에 자신의 경영권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이 방법뿐이다.

하지만 앞서 검찰이 지적한대로 호텔롯데가 상장된다면 구주 매각 과정에서 조단위의 자금이 일본 롯데로 흘러들어갈 것이라는 우려와 매년 막대한 금액이 일본인들에게 배당될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롯데그룹이나 신 회장 측에선 명쾌한 해명을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에 사정이 밝은 재계 관계자는 "호텔롯데 재상장을 추진하려면 롯데 측에선 국부유출 등에 대한 우려에 대해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논리를 세워야 하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미 내막을 의심하고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면서 "결국 재판이 마무리되기 이전에 신동주 전 부회장과 타협점을 찾아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호텔롯데 등기이사직 사임 등 롯데그룹 측의 최근 일련의 움직임은 앞으로는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면서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도 결국은 지분이 비슷한 형제 간의 그룹 분할 등을 통해 이전투구를 끝내고 아름답게 막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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