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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블롬슈테트·게르기예·하딩…가을밤 물들일 남자들 온다

클래식의 계절인 가을의 향취를 더욱 짙게 만들 오케스트라 연주가 가득하다. 11월까지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거장 지휘자들과 대형 오케스트라들의 내한이 잇따라 펼쳐진다.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 & 밤베르크 교향악단(26~27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독일 오케스트라의 또 다른 강자 '밤베르크 교향악단'이 오케스트라의 명예지휘자인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와 첫 내한공연한다. 2006년 밤베르크 교향악단의 명예지휘자에 위촉된 블롬슈테트는 1982년 이래 다수의 연주와 해외 투어를 이끌며 악단과 밀접한 음악적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내한공연은 빈-서울-도쿄를 아우르는 월드 투어의 하나다. 내년 7월 90세 생일을 맞는 마에스트로 블롬슈테트를 위해 밤베르크 교향악단이 준비하고 있는 축하공연의 워밍업 성격을 띤다.

쾰른 필하모닉과 함께 독일 중견 오케스트라의 표본으로 손꼽히는 밤베르크 교향악단은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에 위치한 인구 7만의 도시 밤베르크를 기반으로 1946년 창단됐다. 2009년 독일 시사지 '포쿠스(Focus)'가 선정한 '독일 오케스트라 랭킹'에서 6위를 차지했다. 1위 베를린 필하모닉 등 '톱 10'에 오른 9개 오케스트라가 이미 내한공연을 마쳤고, 밤베르크 교향악단이 이 중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과 만난다.

블롬슈테트는 올해 89세를 맞는 관록의 명장이다. 스타니슬라프 스크로바체프스키(93), 네빌 마리너(92)와 함께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1920년대생 지휘자 중 한사람이다.

이번 내한공연 레퍼토리는 블롬슈테트가 오랜 음악인생 동안 헌신을 다해온 독일 핵심 작품들을 망라하고 있다. 26일에 준비된 베토벤 교향곡 6번(전원)과 5번(운명)은 블롬슈테트 특유의 유장한 호흡이 기대된다. 27일에는 슈베르트 교향곡 7번(미완성)과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 준비됐다. 사적인 주장이나 감정의 고백 대신, 음악 본연이 지닌 신비로움을 끌어내는 해석이 기대된다.

◇발레리 게르기예프&마린스키 오케스트라(31일 오후 8시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러시아 음악계의 차르(황제)'로 통하는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그의 단짝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합도 눈길을 끈다. 18세기에 창단된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는 러시아 음악을 대표하는 단체다. 베를리오즈, 바그너, 차이콥스키, 말러, 라흐마니노프, 쇤베르크 등 수많은 최고의 음악가들이 지휘한 바 있다.

예프게니 므라빈스키, 유리 테미르카노프 등 거장들의 지휘를 통해 그 전통을 이어왔다. '현존하는 최고의 지휘자'로 평가받는 게르기예프는 1978년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첫 인연을 맺은 후 1988년 수석 지휘자, 1996년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이번 내한에서도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의 선택은 역시 러시아 음악이다. 20세기 러시아를 대표하는 두 작곡가 프로코피에프와 쇼스타코비치를 선택했다. 고전주의 풍 음악을 20세기적으로 재해석해낸 프로코피에프 교향곡 1번 '클래시컬(Classical)'과 발레음악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중 일부를 연주한다. 한국의 차세대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쇼스타코비치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거장 지희자 게르기예프와 손열음의 만남은 2011년 게르기예프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손열음이 준우승함으로서 출발했다. 이후 게르기예프는 손열음을 협연자로 초청, 그녀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제1회 국제 마린스키 극동 페스티벌을 통해 격정적인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다.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 신포니아 바르소비아(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29~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1월1일 대구콘서트하우스)

지한파로 여러차례 내한한 폴란드 현대음악의 거장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는 폴란드 오케스트라 '포니아 바르소비아'의 33년 만의 첫 내한을 이끈다.

무려 270장이 넘는 디스코그래피를 보유한 신포니아 바르소비아는 도이치그라모폰, EMI, 데카, 유니버설 등의 음반사에서 앨범을 발매하고 디아파종상, 에코클래식상 등을 받았다.

펜데레츠키는 2003년부터 이 악단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28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그의 '현을 위한 신포니에타'와 더불어 캐나다 피아니스트 얀 리시에츠키가 쇼팽 피아노 협주곡을 협연하며, 베토벤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30일 예술의전당에서는 펜데레츠키의 '샤콘느'와 그의 제자 류재준의 '마림바협주곡', 그리고 드보르작 교향곡 7번이 연주된다. 11월1일 마지막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는 '현을 위한 심포니에타', 쇼팽 피아노 협주곡, 그리고 드보르작의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류재준의 마림바 협주곡은 한국의 마림비스트 한문경이 연주한다.

◇정명훈 &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1월 1~2일 롯데콘서트홀·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전 서울시향 예술감독인 정명훈 도쿄필 명예음악감독과 올해 174년을 맞는 세계 최고(最高)의 악단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한국에서 처음 만난다.

정 감독과 빈 필의 인연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빈 필은 42세의 젊은 지휘자 정명훈에게 첫 공연 데뷔와 더불어 로시니 '슬픔의 성모' 음반의 녹음을 맡겼다.

첫 음반의 성공 이후 정 감독과 빈 필은 드보르작 교향곡 3번과 7번, 같은 작품의 6번과 8번, 그리고 역시 드보르작의 세레나데 음반을 잇따라 발표했다.

빈 필의 모체인 빈 슈타츠오퍼가 2014년 상임 감독이었던 프란츠 벨저 뫼스트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비상사태에 돌입했을 때 공연을 불과 세 달 남겨두고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이도 정 감독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정 감독과 빈 필하모닉은 서로에게 가장 강점인 레퍼토리의 교집합을 골라 들었다. 서울시향 취임 후 정명훈이 오케스트라를 조련하기 위해 전곡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베토벤과 브람스 교향곡, 그 중에서도 빈 필이 각각 칼 뵘과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녹음해서 오랫동안 DG 카탈로그를 지배했던 베토벤 교향곡 6번과 브람스 교향곡 4번이 그것이다.

◇마이클 틸슨 토머스 &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11월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05년 전통의 세계적인 악단 '샌프란시스코 심포니 오케스트라'(SFS)가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을 펼친다. 시카고 심포니,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LA 필하모닉, 보스턴 심포니, 뉴욕 필하모닉,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악단으로 이들 중 한 번도 내한하지 않았다.

금관악기부의 힘과 목관악기부의 투명함, 현악부의 유려함이 특징이다. 15번의 그래미 어워드 수상 실력을 객관적으로 증명한다. 대중과 호흡도 열심이다. 미디어를 활용한 음악 프로그램,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무대 연출 등이 특징이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데이비스홀은 이런 시도에 호응한 젊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1999년 음악감독 마이클 틸슨 토머스(MTT)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평균 관객 나이가 57세에서 55세로 낮아졌다. 21년간 이 악단을 이끌어온 토머스는 샌프란시스코 역대 지휘자 중은 물론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 중 가장 오래된 기록이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와 틸슨 토머스는 첫 한국 내한공연을 맞아 자신들을 대변하는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하이라이트는 말러 1번 '거인'이다. 말러 1번 '거인'에 앞서 연주되는 '아그네그램(Agnegram)'은 틸슨 토머스가 1998년 작곡한 곡이다.

토머스가 이번 내한공연의 협연자로 지목한 피아니스트는 '쇼팽 스페셜리스트' 임동혁이다. 그는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데이비드 진먼 & NHK심포니 오케스트라(11월13일 롯데콘서트홀)

창단 90주년을 맞이한 NHK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약 2년6개월 만에 내한공연한다. 이번 무대의 하이라이트는 폴란드 작곡가 헨릭 고레츠키의 교향곡 제3번 '슬픔의 노래'다. 레퀴엠의 성격이 강한 이 곡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학살당한 폴란드인들을 음악으로 추모하는 곡이다. 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의뢰로 작곡됐다.

장엄한 현악기군의 음색 위에 소프라노의 선율이 더해진다. 거장 지휘자 데이비드 진먼이 런던 신포니에타와 연주한 레코딩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빌보드 클래식 차트 38주간 연속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진먼이 이번에 NHK 심포니와 함께 내한한다. 지난 2014년 취리히 톤할레와 내한공연 이후 2년 만이다. 원전음악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아우르는 그는 각광 받은 고레츠키의 교향곡 제3번 지휘를 한국 청중 앞에서 몸소 펼쳐보인다. 2차례 이상 이 곡의 음반을 발매한 폴란드 출신의 소프라노 요안나 코즈워프스카가 목소리를 보탠다.

지난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한국인 최초 우승자이자 제7회 금호음악인상 수상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제5번을 연주한다.

◇다니엘 하딩 & 파리 오케스트라(11월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프랑스 최고의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OdP)가 5년 만에 네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이번 내한의 지휘봉은 올해 9월부터 OdP의 새 음악감독에 오르는 다니엘 하딩이 잡는다.

20년 전부터 영국 클래식의 미래로 손꼽히던 하딩은 파리 오케스트라 최초의 영국인 음악감독이다. 버밍엄 심포니 시절부터 하딩을 후원해온 사이먼 래틀의 런던 심포니(LSO) 음악감독(2017~) 부임이 2015년 초 정해졌고, 뒤이어 LSO의 수석 객원지휘자인 하딩이 OdP 음악감독을 수행하게 됐다.

그동안 유럽 무대를 통해 고전을 대하는 도전적인 자세를 보여 준 하딩은 OdP의 깨끗한 사운드를 얼마나 화려하게 표현해낼지 기대를 모은다.

이번 내한에서는 드뷔시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과 베를리오즈의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을 들려준다. 미국이 자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이 그의 장기인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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