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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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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6년, 국세공무원 자긍심·명예 한시도 안 잊어"

“투명 재정운용으로 흑자 기록…일부 유족 이의제기에 서운함 보다 황당”

[인터뷰]조용근 前천안함재단 이사장

 

2010년 12월 설립된 천안함재단 초대 이사장에 임명된 조용근 이사장이 11월 30일 6년간의 재임기간을 마치고 퇴임했다. 임명 당시 한국세무사회장 신분이었으며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한 국세청 고위직 출신이라는 점에서 조 이사장의 임명소식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조 이사장은 지난 6년간 무보수로 봉사에 임하며 공익재단의 투명한 운영에 혼신을 기울여 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민들이 십시일반 모금한 기금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관리함으로써 그 결과 재단기금은 2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조 이사장은 “재단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세간의 오해로 인해 아쉬움도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조 이사장으로부터 그간의 재단 운영과정과 퇴임 소회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이사장직을 마친 소감이 어떻습니까.

 

“천안함재단의 기틀을 제가 마련하는데 역량을 다 발휘했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투명하고 바르게 재정을 운영해 왔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런 재단이 곳곳에 많이 나와야 합니다. 앞으로는 재단을 만들어 설립의 취지를 우리의 뇌리에 박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육군 병장출신이 천안함재단 이사장에 임명돼 관심을 모았습니다. 당시 어떠한 과정이 있었나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이후 396억 6천만원의 기금이 모아졌는데 성금모금 주관부서인 사회복지공동 모금회에서는 유가족 대표와 해군대표, 시민단체에서 추천된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기금의 효과적 배분을 논의했고 저 역시 참여를 하게 됐습니다.

 

 

 

천안함재단 기틀 만들고 투명하게 운영한 것 소중한 자부심

 

 

 

당시 특별위원회는 천안함재단 46용사 유가족 가정에 각각 5억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후, 특별위원회 해단식에서는 396억 6천여만원의 기금 중 250억여원을 유족에게 전달하고 남은 146억 6천여만원으로 천안함재단을 설립하기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사장 후보로 제가 강희락 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았는데 ‘세무사회장직을 맡고 있어 곤란하다’고 고사를 했으나 ‘나라에서 하는 일이고 국민을 위한 일이니 당신이 맡아달라’는 위원들의 요청으로 고심 끝에 이사장직을 수락하게 된 것 입니다”

 

⏢재단이 보통 재단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겠군요. 

 

"국세청 출신인 제가 이사장을 맡아 제대도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면 국세청이 욕을 먹게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찌 보면 국세청 홍보대사 역이었죠. 국세청과 세무사회에서 파견된 대표선수로 간 것이라는 마음이었습니다. 주위에서 ‘세무공무원 등 고유직역에 있는 분들은 자신밖에 모르지 않느냐’는 말을 하는데 저는 ‘그게 아니다. 세무공무원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국세공무원에 대한 홍보대사라는 기분으로 6년간을 지냈습니다.

 

 

 

"'국세공무원 홍보대사'라는 소명의식으로 열과 성 다했다"

 

 

 

무엇보다 기금운용의 투명성을 위해 저는 업무용 법인카드 없이 지금까지 활동을 하면서 3~4천만원의 개인 비용을 들여 활동에 임했고, 이사회 참가수당도 공익재단에 100% 기부했습니다.

 

특히 재정수지 현황을 천안함재단 홈페이지에 실시간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100% 투명한 재정운용을 최 우선으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설립 당시 146억 6천만원의 재단기금은 현재는 148억 6천만원으로 원금손실 없이 2억원의 흑자상태에서 차기 집행부에 인계조치할수 있었습니다.”

 

⏢재임기간 동안 천안함재단의 역점 사업은 무엇이었습니까?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지원도 중요했지만, 생존 장병에 대한 관심도 절실했습니다. 그 분들을 만나보니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심적 고생이 심했습니다. 재단 이사장을 맡은 직후 그 분들을 만나 1인당 500만원씩 격려금을 주었고 멘토를 해 주었습니다. 지금도 7~8명에게 멘토를 해주고 있습니다.  

 

2년전 생존장병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분의 어린 아들이 하는말이 ‘내  생일날에는  우리 아빠가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날은 3월 26일, 천안함 폭침일인데 아이의 아버지는 매년 대전 현충원에 참배를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사람아 자네 아들 생일을 우선시 해야지. 자네 아들도 트라우마에 걸려 있다는 생각을 왜 안하나’라고 했습니다.

 

 

 

재단운영비 지출내역 홈피공개…강사료도 공익재단에 기부

 

 

 

유족의 경우도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전사자 가족에 전달된 위로금으로 인해 가족간의 갈등이 있는 경우도 있다는 말을 들으니 참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NLL 사수장병들을 격려하는 일과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고취시키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천안함 폭침이 조작이라는 사람들에게 교통·식사비를 지원하며 평택 사령부에 전시된 천안함 선체 견학을 추진했습니다. 우선 교총과 MOU를 맺어 선생님과 학생들 함께 천안함 선체와 아산 현충원을 돌아보는 안보견학코스를 마련했습니다 

 

대학생들도 현장을 직접 가본 후에는 ‘(천안함 폭침이)조작이라고 들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는 말을 건넬 정도로 진실을 전달할수 있었고, 수만명이 견학에 참여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유족도 유족이지만. 생존장병 지원, 병영문화 개선, 국민들의 안보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했습니다. 천안함 승조원들도 천안함재단의 이러한 역할을 원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이사장직을 퇴임하면서 ‘소회문’을 내놓으셨습니다. 그 이유는 뭔가요.

 

“유가족 46명이면 40명은 내 마음을 아는데, 대 여섯명이 문제를 삼았습니다. 이유는 재단기금이 자신들의 돈이라는 논리였습니다.

 

재임기간 중 김인기 前KBS 사장에게 10돈 가량의 행운의 열쇠를 선물한 것이 호도가 됐는데, KBS는 천안함 폭침 이후 생방송을 통해 모금운동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거액이 모이게 된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이지요. 또 재단을 꾸리는 과정에서는 장소가 없어 고심하던중 방송국 별관을 사무실로 내주었습니다.

 

이후 김인기 사장이 임기를 마치게 되자 유가족 대표도 참석한 재단 이사회에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황금 열쇠를 전달하기로 의결하게 된 것입니다.

 

선의의 선물이었는데 이러한 내용이 부정적으로 보도된 후 김인기 사장이 전화를 걸어와 행운의 황금 열쇠를 재단에 다시 반환 기부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심정이었습니다.

 

□평택해군기지에서 골프를 쳤다는 등 이런저런 말이 있었는데요. 

 

평택해군기지내에 체력단련장이 있습니다. 거기서 무보수로 일한 재단이사회 감사의 퇴임을 격려하기 위한 자리가 있었습니다. 물론 재단돈으로 골프비용을 지불하지 않았습니다. 재단돈으로 출장가 강사료를 챙겼다는 부분도 저는 군부대에서 한 푼도 개인적으로 받은적이 없으며 모두 공익재단에 환원했습니다.

 

3년전 일인데 제 자서전을 재단예산으로 구입해 해군에 기증하는 과정 역시, 해군에서 장병들 정서순화를 위해 기증문의가 있어 재단이사회 의결절차를 거쳐 결정한 사안이었지만 이를 유가족 일부가 이의를 제기하자 저는 개인비용으로 해군에 기증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투명하고 바르게 재정을 운영해 왔는데 일부에서 실상을 알지 못하고 기금운용에 문제가 있는 것 처럼 이의를 제기 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럼 그런 오해가 왜 불거졌다고 생각하시는 지요?

 

“사심없이 좋은 일은 하는데 이상한 말이 흘러 나와 정말 실망했습니다. 앞으로 좋은일을 할수 있겠는가 생각도 들었습니다. 세무공무원이라는 명예를 걸고 투명하게 일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제 주위의 지인들은 ‘이제 좋은 일을 하지 말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가 뭐라 해도 인간 조용근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격려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퇴임날 연평도 군부대에 북카페 기증…끝가지 '국군사랑' 

 

 

 

우리나라 여건이 남이 잘되면 헐 뜯고 하는데 그런 풍토는 없어져야 합니다. 솔직히 말도 안되는 의혹을 받으며 서운했다기 보다는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무공무원은 다르다는 생각을 위해 봉사를 해 왔는데 제가 살아온 70년 동안 이런경험은 처음 겪어 봤습니다.

 

저는 6년간 천안함재단과 관련 개인 호주머니에 한 푼도 넣은 적이 없습니다. 100% 강사료 받으면 사회로 환원을 했고, 오히려 개인돈으로 생존장병 등에게 식사 등에 대접을 한 액수가 3~4천만원은 될 것입니다”

 

⏢앞으로 활동이 궁금합니다.

 

“금년 연초부터 천안함재단 이사장직을 마무리하며 장병들을 위해 뭐라도 하나 만들어야지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해 1,300만원을 들여 DMZ 부대에 북카페를 기증을 했는데, 올해는 제 연금을 모아 NLL 연평도 부대에 1,600만원을 들여 북 카페를 11월 30일 퇴임날에 맞춰 기증 했습니다.

 

저는 국세공무원 출신으로 사회공헌활동을 끝까지 잘해야 한다는 신념입니다. 국세공무원 선·후배들은 욕을 먹더라도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하며. 이러한 역할이 민들레 들씨처럼 번지기를 기대합니다"

 

조용근 이사장은 '비록 천안함재단이사장 임기는 마쳤지만 앞으로도 변함 없이 대한민국 해군을, 아니 대한민국 국군 영원히 사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회공헌활동은 쉼 없이 지속 될 것이라면서, 우선 12월 중에 우리나라 장학재단 활성화를 위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한국장학재단 청렴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이 달중 전국 2,500여개 장학재단의 구심체인 연합회가 구성되면 장학재단 활성화를 위한 또 다른 대장정이 시작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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