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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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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점]거세지는 특검 연장 압박…황 대행 선택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압박이 거세지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최종 선택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오는 28일 만료를 앞둔 특검팀이 수사기간 연장의 명분을 갖춘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황 대행에게 특검의 연장신청을 받아들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4당은 19일 국회에서 원내대표 회동을 열어 "황 대행은 특검 기간 요청을 조속히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특검이 지난 16일 수사 기간 종료일까지 특검법 수사대상에 대한 수사를 모두 완료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제출한 기간 연장 신청서를 받아들이라고 압박한 것이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은 수사 준비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70일 이내에 수사를 완료해야 하고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회에 한해 수사기간을 30일 연장할 수 있는데 직무정지 중인 박근혜 대통령을 대신해 황 대행이 이를 승인할 수 있다. 

특히 야4당은 황 대행이 오는 21일까지 특검 연장을 수용하지 않으면 특검 연장 법안을 오는 23일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지난 17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도 수사기간 연장 압박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 부회장이 최씨에게 건넨 자금에 대해 대가성이 있을 여지가 상당하다는 점을 법원이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인 만큼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특검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게 됐다.

삼성그룹 총수까지 구속될 정도로 뇌물죄 관련 사안이 엄중하다는 인식과 마지막까지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는 여론도 커질 수 있다. 다만 특검법 개정을 통한 국회 차원의 수사기간 연장은 여당인 자유한국당이 부정적인 상황이어서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의 의석을 모두 더하면 3분의 2가 넘지만 국회선진화법의 제약으로 인해 특검이 해산되기 전인 2월 안에 법안 처리는 쉽지 않다.

더구나 법사위 자유한국당 간사가 핵심 친박 김진태 의원이라 논의 자체가 안될 수 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불명확하다. 국가의 중대한 안위와 직결된 사안에 한해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을 할 수 있게 했는데, 과연 특검법 개정이 여기에 해당하느냐 여부에는 논란이 뒤따른다.

설령 야4당이 곡절 끝에 특검법을 처리해도 황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또다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 200석 이상의 찬성으로 이를 다시 의결해야 한다. 산너머 산인 형국이다. 결국 황 대행이 특검 연장의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의 시선은 황 대행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쏠려 있는 것이다.

일단 황 대행 측은 "특검 연장 여부는 법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수사기간 만료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서둘러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여론과 야당의 압박을 감안할 때 황 대행이 특검의 요청을 승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하지만 아직은 연장 거부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린다는 분석이다.

황 대행이 최근 보수층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자신을 임명한 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특검 연장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이유에서다. 만일 황 대행이 특검 연장을 받아들인다면 그를 지지했던 보수층이 순식간에 등을 돌릴 수 있다. 자신을 법무부 장관부터 국무총리까지 임명했던 박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보수층과 여당의 비판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게다가 수사기한이 연장된 상태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특검이 '민간인' 상태의 박 대통령을 수사할 수 있다는 점도 황 대행으로서는 부담이다. 이 경우 특검 입장에서는 '전직' 대통령 예우는 일부 필요하겠지만 지금처럼 끌려다니지 않고 강제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수사기한이 연장된다면 SK와 롯데그룹 등 다른 대기업 수사도 특검이 착수할 수 있게 되는데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경제계의 볼멘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황 대행이 특검 기간 연장 문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바가 있다는 점도 거부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황 대행은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특검 연장 문제와 관련해 "만약 그런(연장) 생각이 있다면 정해진 기간 동안 열심히 하지 않겠다는 생각 아니냐"며 "그렇게 할 일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특검이 여론을 등에 업고 황 대행을 압박하고 있다는 불만도 감지된다. 앞서 특검이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한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며 황 대행을 끌어들인 바 있는데 이번에는 수사기간 만료 3일 전까지만 하면 되는 연장 신청까지 일찍 내면서 여론전으로 황 대행을 압박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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