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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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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당시 전일빌딩 탄흔 7·8·9·10층 집중 발견"

 "총탄이 철재 캐비넷을 뚫고 기술서적 3~4권에 박혀 있었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 소재 전일빌딩에 대한 헬기 공중사격이 자행됐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특히 전일빌딩 7층에서 시민군이 저항했던 것으로도 보여 헬기사격이 단순 위협 사격 수준을 넘어선 조준사격의 개연성도 엿보이고 있다. 

광주시 5·18진실규명지원단은 23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2시20분 까지 80분 동안 5·18 기록관 7층에서 1980년 당시 전일빌딩 내 전일방송에 근무했던 재직자 22명을 대상으로 집단 인터뷰를 실시했다. 

집단 인터뷰는 사전 질문지에 따른 5·18 전문가 7명이 개별 면담 방식으로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면담을 통해 전일빌딩 구조와 주요 피탄지점, 헬기 공중사격 여부, 탄피 등 흔적 보존 여부, 집단발포일과 항쟁 최후 진압 이후 상황 등을 집중 조사했다. 

전일방송 재직자들은 증언에서 "당시 7층 기술부 사무실에 헬기로 추정되는 강력한 탄환과 그 흔적이 존재했다. 기술부에는 시민군이 사용한 칼빈소총과 대검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전일빌딩 중 높은 층인 7·8·9·10층에 피탄 흔적이 집중 분포했으며 이중에서도 7층 기술부·공개홀 주변에 탄피와 탄흔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기술부 엔지니어였던 천길홍씨는 "5월27일 항쟁 진압 뒤 출근해 보니 7층 기술부 금남로 쪽 유리창을 관통한 총탄이 사무서류가 들어 있던 철재 캐비넷을 뚫고 기술 서적 3~4권에 박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사무실 바닥에도 총알 5~6개 떨어져 있었다"고 덧붙였다. 

천씨의 증언은 기술부 직원이었던 홍기정(69), 오영윤(69)씨의 증언과도 일치했다. 또 당시 아나운서였던 최경천(74)씨의 목격담과도 같았다. 

전일방송 기술부 캐비닛의 방송기술 관련 서적에 박힌 총탄은 일반 M16총탄이 아닌 강력한 화기로 추정되는데 이를 뒷받친하는 증언도 나왔다.

당시 프로듀서였던 이상옥(68)씨는 "광주 사동에 살았는데 5월27일 새벽 헬기에서 군인들이 뛰어내리는 모습을 봤다. 도청 쪽으로 뛰어갔다. 도청 쪽으로 날아가는 헬기가 사격하는 것을 봤다. 헬기가 파바닥 소리를 내며 빨간 빛을 뿜어냈다"고 말했다. 

 

 

 

또 "27일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송국에 올라가니 7층 조정실에 칼빈 1정과 대검 1정이 있어 광주경찰서(현 동부경찰서)에 가져다줬다"고 설명했다. 

전일빌딩 7층 기술부에 대한 집단 탄흔은 전일방송 재직자 전원에게서 동일한 증언이 나오고 있어 이 층에 대한 정밀조사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경천(74)씨는 "10층에 올라가 봤더니 유리창 총구멍과 함께 바닥에는 사선으로 패인 총탄 흔적이 많이 있었다. 유리창 총구멍과 패인 총탄 흔적을 연결해보니 공중에서 쐈다는 결론이 쉽게 나왔으며, M16이 아닌 더 센 총기인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청원경찰이었던 진태연씨는 "2층 공무국과 7·8·9·10층 유리창에서 총탄흔을 발견했다"며 "특히 높은 7~8층에 집중돼 있었다. 동쪽 상무관 방향에도 총탄 흔적 많았다"고 회고했다.

조사위원들은 면담을 마친 뒤 전체 회의를 열어 "전일빌딩에 대한 공중사격 및 탄흔은 전체 10층 규모 중 7·8·9·10층에서 다수 발견됐으며 특히 기술부와 주조정실·공개홀이 있던 7층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7층에서 시민군이 사용했던 대검과 칼빈총이 발견됐던 점으로 미뤄 공개홀 등 7층에 시민군이 마지막까지 저항했거나 주요 활동거점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전일방송 당시 근무자들이 20일 오후 11시 이후 방송이 중단되면서 21일부터 27일 또는 27일 오전까지 사실상 출근하지 않은 점으로 미뤄 전일빌딩에 대한 공중사격은 27일 새벽일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추론했다.

단 21일 오후 2~4시 사이 금남로 등 일대에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다수의 증언이 존재, 전일빌딩 근무자를 제외한 여타 증언자의 발굴과 조사도 필요하다는데 뜻을 함께했다. 

광주시는 헬기 공중 사격에 대한 진실 규명을 위해 전일빌딩 7층에 대한 정밀조사와 피탄 흔적 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격 날짜 등을 규명해 나갈 방침이다.

아울러 당시 군 기밀분서를 입수해 항공 무기체계의 광주 투입 경위, 헬기 기동 상황, 항공 부대 지휘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윤장현 시장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는 일이 곧 후손들을 위한 의무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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