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4.19. (금)

내국세

'해외자원 투자' 한국가스공사…탈세인가 절세인가?[上]

LNG수입 통한 자원부국 목표, 대기업 참여로 이윤창출 창구변환

국세청이 지난해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수 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한 가운데, 이와 연계한 또 다른 세금쟁점이 조세심판원에 계류중에 있다.

 

오는 6월 초순 조세심판원 심판관합동회의에 상정예정인 이번 심판청구 쟁점은 지난 2006년 개정된 법인세법 제 1조에 따라, 내국법인을 규정하는데 있어 ‘주소지’ 뿐만 아니라 ‘실질적 관리장소’도 내국법인으로 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의 ‘법인 거주지 요건(내국법인 또는 외국법인)’을 둘러싼 국세청과 심판청구인들간의 이번 다툼은 향후 유사한 거래유형에 대한 과세여부를 판가름한다는 측면에서 국내 유수의 기업은 물론, 로펌과 세무회계업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세무대리업계에서는 이번 심판결정에 따라 적게는 수 천억원, 많게는 조 단위까지 과세유형이 변경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 현실에서 해외자원투자에 기업들이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세금 감면이라는 유인책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국제조세조약과의 균형을 위해 지난 2006년 개정된 법인세법을 이참에 현실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 또한 비등하다.

 

절세와 탈세의 미묘한 간극만큼이나 복잡미묘한 이번 쟁점 심판청구사건에 대해 투자 초기부터 시작해 국세청 과세논지 및 청구인들의 반박논리 등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국세청이 지난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조사요원을 한국가스공사 사업장에 투입해 1천200억원에 달하는 개별소비세와 법인세 등을 추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과세쟁점과 관련해 조세심판원에서는 세금부과의 정당성을 둘러싼 심판청구가 접수·진행중으로, 향후 수천억원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심판사건의 쟁점을 파악하기 위해선 지난 1996년 한국가스공사와 오만, 1997년 한국가스공사가 카타르를 상대로 체결한 LNG 수입 계약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한국가스공사는 1996년 -1997년경 카타르 국영회사 및 오만 국영회사와 향후 25년간 연간 수백만 톤의 LNG 도입계약에 나섰다.

 

한국가스공사는 협상과정에서 시장가격 보다 할인된 계약을 원했으나, 카타르와 오만에서는 개별 회사에 대한 특혜성 조치로 여겨질 수 있기에 이 같은 계약조건을 거절했다.

 

대신 한국가스공사측에 자국 국영회사에 지분투자를 역 제의했으며, 한국가스공사는 카타르와 오만으로부터 LNG를 장기간 시장가격으로 도입하는 대신, 배당금을 통해 실질적인 할인효과를 얻을 수 있었기에 각각 5%의 지분투자를 체결했다.

 

한국가스공사의 이같은 지분투자는 상당히 성과를 거둬, 계약체결 이후 2016년 현재까지 배당수입만 약 2조원 가까이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들이 계약 추진 사실을 알고 난 이후. 자원개발투자 성공에 따른 배당수익을 노려 한국가스공사와의 컨소시엄을 통한 해외투자를 요청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카타르와 오만 국영회사 등은 각각 5%의 지분이 당초 한국가스공사라는 단일 주주에서 복수의 주주로 나뉜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겨 단일주주로 투자할 것을 요청했으며, 가스공사를 비롯한 한국의 기타 주주사들은 합작법인 ‘코라스(KORAS)’와 ‘코엘엔지(KOLNG)’를 설립해, 투자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국가스공사와 국내 대기업들은 국내 로펌의 도움을 받아 합작법인 ‘코라스’와 ‘코엘엔지’를 국내에 설립할 경우 세금의 일부(30-50%)만 감면을 받기 때문에, 세금이 없는 세계적인 조세피난처인 버뮤다에 법인을 설립하게 된다.

 

결국 합작법인 설립은 버뮤다에, 코라스 지사는 미국 휴스턴, 코엘엔지 지사는 영국 런던에 설치한 후, 10여명의 직원들이 각각 미국과 영국에서 현재까지도 근무를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상당한 절세(?)효과를 거뒀다.

 

한국가스공사와 국내 대기업들은 ‘코라스’와 ‘코엘엔지’가 카타르와 오만 국영회사로부터 배당받은 소득을 다시금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재배당을 실시하는 등 배당소득 대부분을 국내로 반입했다.

 

당시 세법상 합작회사를 통해 본인들이 직접 투자한 후 배당받은 것으로 볼 경우 조세특례제한법 제 22조(해외자원개발투자 배당소득에 대한 법인세의 면제)에 따라 2조원에 달하는 배당금에 대해 단 한푼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

 

합작회사 ‘코라스’와 ‘코엘엔지’가 영국과 미국에 지사를 두고 실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어 실체가 없는 도관회사 여부는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적어도 2006년 1월1일 이전까지는 한국가스공사를 비롯한 대기업 주주사들의 이같은 절세전략은 효과적이었다.

 

정부가 기존에 대부분 국가와 체결한 조세조약과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국내세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법인의 거주자 판정 여부를 종전 ‘설립지 기준’에서 ‘실질적 관리장소 기준’으로 확대하기 이전까지.

 

합작회사 코라스·코엘엔지
2006년 개정세법, 내국법인 판정기준 실질관리장소로 확대

 

2006년 1월1일자로 개정·시행된 법인세법 제1조에서는 ‘내국법인이란 국내에 본점이나 주사무소 또는 사업의 실질적인 관리장소를 둔 법인을 말한다’라고 규정하는 등 내국법인의 요건에 ‘사업의 실질적 관리장소’를 추가했다.

 

법인세법 개정당시 국회 기재위 검토보고와 2006년 개정세법 개정취지를 살피면, 기업의 거주지(본점이나 주사무소)를 중심으로 내·외국법인을 구별하는 관례를 기반삼아 조세피난처 등에 명목회사(Paper Company)를 두고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주된 업무를 수행하는 외국법인 등에 대해 조세회피 우려를 담고 있다.

 

특히, 법인의 거주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관리장소를 적용하고 있는 외국 대부분 국가들과의 조세조약 체결시 우리나라(설립지 기준)와 국제관행간의 상충되는 문제점이 있어 법률을 개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OECD 조세협약 모델조문에 대한 주석(주석서 4-24)에서도 ‘실질적 관리장소는 전반적으로 법인체의 사업수행에 필요한 중요한 관리와 상업적 결정이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장소’로 규정하는 등 이사회 개최장소·최고경영자 및 기타 임원이 통상적으로 활동을 수행하는 장소임을 밝히고 있다. 
즉, 개정법률은 국내 세법상 법인세를 회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에 법인을 설립했더라도, 법인의 실질적이고도 중요한 의사결정을 국내에서 행하는 경우 국내 설립법인으로 취급해 한국에 법인세를 납부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관련, 국세청이 한국가스공사와 미국 및 영국 등의 현지 현지확인 결과, 한국가스공사와 기타 주주사들은 각각 1명의 이사를 추천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거나 서면결의로 대체한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코라스’와 ‘코엘엔지’ 등 합작법인의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관리 또는 상업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사업의 실질적 관리장소’가 국내에 소재하게 된 것을 끄집어 낸 셈이다.

 

-23일 오전 하편(下篇)에 이어집니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