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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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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뒤바뀐 운명…文은 당선 신고, 朴은 법정에

역사의 반전도 이런 반전이 있을까. 5년 전과 현재의 모습이 달라도 너무 달라진 문재인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이야기다. 2012년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으로 광화문에서 국민대통합을 역설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패배자로 고개를 숙였다.

그로부터 정확히 4년 6개월여가 지난 오늘.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구입한 머리핀으로 올림머리를 한 뒤 법정에 서서 재판을 받고 있고, 문 대통령은 정치 멘토이자 평생 동지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찾아 제19대 대통령으로서 당선 신고를 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묘역에서 엄수되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한다. 노 전 대통령의 추도식에 한번도 빠짐없이 매년 참석한 문 대통령이지만 올해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대통령 신분으로 추도식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히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도사를 직접 낭송할 예정이지만 그 안에는 대통령 당선 신고의 의미도 포함돼 있다. 5년전 이루지 못했던 대통령의 꿈을 마침내 이뤘다는 보고를 전직 상관에게 올리는 셈이다. 

대선 패배의 결과를 안고 찾았던 2013년 당시 추도식에서 문 대통령의 얼굴엔 비장함과 결연함이 서려있었다. 친구가 못 다 이룬 꿈을 대통령이 돼 대신 이루고 싶었지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없음에 미안함도 묻어났다. 

당시 민주당 초선 의원 신분이었던 문 대통령은 "우리들의 꿈이자 목표는 지난해 대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결코 내려놓을 수 없으며, 5년 이후에는 반드시 이뤄야 하는 것"이라며 "지난번 출마해서 국민으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은 바 있으니 다음 대선 때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결국 문 대통령은 5년 만에 노 전 대통령 묘역 앞에서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게 됐다는 감격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된다. 5년 전 대선 패배로 고개를 숙여야 했던 상황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인 것이다.

반면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의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5년 전 대선을 끝내고는 '모든 국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외쳤고, 2013년 5월 노 전 대통령 추도식이 열린 그날에는 청와대에서 '창조 경제'를 주문하고 있었다. 

권력의 정점에 있던 박 전 대통령은 형사재판의 피고인 신분으로 국민 앞에 서 있다. 그것도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40년 지기 최순실씨와 함께 법정에 서 있다.

문 대통령은 평생 동지에게 당선 신고를 하는 날에 박 전 대통령은 평생 친구와 함께 수용자 번호를 달고 함께 법정에서 재판관의 지시에 따르고 있다. 두 전현직 대통령의 상반된 모습에서 너무나 많은 생각이 드는 하루가 아닐 수 없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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