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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4.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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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환수 '첩첩산중'···직무급제 도입도 난망

박근혜 정부 공공개혁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새 정부가 폐지하기로 하면서 앞으로 남은 후속 조치들이 어떻게 진행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성과연봉제를 조기에 도입한 기관 등에 대해 지급됐던 인센티브 반납을 원칙으로 삼았는데 현실적으로 이를 회수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6일 오후 김용진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개최하고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관련 후속조치 방안'을 의결했다.

 성과연봉제를 확대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적 갈등을 조속히 해소하고 보수체계 합리화를 노사가 자율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동시에 이 같은 수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도 노조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된 성과 연봉제를 폐지하고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인센티브 1600억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쓴다?

이번 의결로 노사 합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성과연봉제 관련 취업규칙을 재개정할 수 있게 됐다. 종전 보수체계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체계로 변경하는 것이다. 합의를 통해 도입한 기관은 성과연봉제를 계속 유지할지 또는 변경할지를 기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다.

 기관이 자율적으로 보수체계를 권고안 이전으로 환원하거나 권고안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변경하는 경우에는 이미 지급한 조기이행 성과급과 우수기관 성과급은 노사 협의 등을 통해 반납하는 것이 원칙이다.

 양대노총도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과연봉제 도입 인센티브 1600억원을 전액 환수하고 비정규직 처우개선, 공공부문 청년 고용 확대 등 공익 목적으로 사용할 것을 촉구한다"며 "인센티브는 박근혜 정권이 제시한 '독이 든 사과'"라고 주장했다.

 새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도 같은 주장을 했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센티브 환수는)사회적 대타협의 첫 출발"이라며 "공공부문 노조의 제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추가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월급 통장을 통해 지급된 인센티브를 과연 어떤 방식으로 다시 되돌리느냐 하는 것이다. 재산이 많아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근로자가 아니고서야 인센티브를 생활비 등으로 다 써버렸을 경우에는 토해내기가 쉽지 않기 떄문이다.

 게다가 해당 기관에는 노조원 뿐 아니라 비노조 직원도 존재한다. 노조가 반납을 원칙으로 삼았다고 해서 비노조 직원도 이에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기관의 재원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  만큼 정부와 관계없이 노사 간 합의로 결정할 일"이라고 전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는 해도 정부가 국정과제를 따르도록  강하게 독려한 것과는 달리 방침을 철회한 후의 과제는 기관과 근로자가 모두 떠안는 모양새다.

◇정부 말 잘 듣고 성과연봉제 따른 기관, 손해봤다는 지적도

 같은 날 공운위가 발표한 2016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의문점을 제기하고 있다.

당초 공운위는 이날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날 평가 결과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가 알려지면서 정부는 공공기관들의 항의를 의식해 부랴부랴 발표 일정을 16일로 앞당겼다.

 발표된 내용을 보면 한국마사회(2015년 A등급→2016년 C등급), 한국전력(A→B), 예금보험공사(A→B)등은 등급이 모두 하락했다. 박 전 대통령이 성과연봉제 도입의 우수사례로 언급한 곳들이다.

 물론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고 해서 이번 평가에서 불이익을 보지는 않았다는 것이 평가단의 입장이다.

 박순애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장은 "오늘까지도 성과연봉제(폐지)가 결정될지 안 될 지 판단하기가 어려워 두 가지 안을 다 만들었다"며 "평가 결과 상으로는 성과연봉제 관련 항목을 포함했을 때나 포함하지 않았을 때나 불이익을 받는 기관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종원 경영관리비계량 간사는 "1개 기관을 빼고는 성과연봉제 확대 권고안을 도입했기 때문에 모두 가산점을 따고 들어가 도입 여부가 점수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며 "오히려 빨리 도입한 기관은 노사관리가 잘 됐다는 면에서 이번 평가에서 득을 본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무급제 평가 기준 마련도 난제

 문 대통령은 성과연봉제 폐지를 주장하면서 대신 연공서열이 아닌 직무의 중요도나 난이도를 기준으로 직무가치와 서열이 결정되는 직무급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는 반대하지만 단순히 연공서열대로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도 옳지 않다"며 "앞으로는 새로운 직무급제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국책연구기관에 직무급제 도입 관련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다만 직무급제 역시 성과연봉제와 마찬가지로 직무 가치를 과연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란이 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알바노조, 청년전태일 등 6개 단체는 "직무급 형태는 해당 직무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있어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직무 간 차등의 합리성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해 대안적 임금체계로서는 비판적 평가를 받아 왔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히려 다른 노동에 대한 다른 임금을 합리화하는 정책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비판이 특히 컸다"고 덧붙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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