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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송강호 "배우에게 중요한 건 무엇을 말할 것인가다"

배우 송강호(50)의 최근 4년간 필모그래피는 새롭다. '초록물고기'(1997) 등 강렬한 조연 역할을 했던 1990년대 후반이 송강호 '연기 1기'라고 본다면,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2003)을 거쳐 '박쥐'(2009)로 이어지는 기간은 그가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 배우로 올라서는 2기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변호인'(2013)부터 현재까지가 3기다. 이 시기는 송강호가 영화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기간이다. '변호인' '사도'(2015) '밀정'(2016) 등에 참여하면서 그가 유독 '의미'를 강조했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역시 '송강호 3기'에 해당하는 영화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비극, 우리 현대사에서 여전히 가장 가슴 아픈 사건으로 남아있는 이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극복해나갈 것인가 하는 게 이 작품의 목표다. 그는 "연기를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어떻게 잘할 것인가'다. 그에 못지않게 배우에게 중요한 건 '무엇을 말할 것인가'다. 최근 일련의 작품 선택은 어떤 정치적인 성향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배우로서 기본적인 의식에서 나온 선택이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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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작품에서 그가 연기한 '김만섭'은 서울 택시 기사다.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을 취재하기 위해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가 입국하는데, 만섭은 택시비 10만원을 준다는 얘기에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른채 광주로 간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광주에서의 사건들을 바라본다. 송강호는 "만섭은 정의로운 시민이 아니다. 가장 평범한, 모든 사람의 시선을 담고 있다. 관객을 대표하는 시선일 수도 있다. 이 비극을 안고 살아온 국민의 시선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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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의 매력보다는 영화 자체의 무게감이 와닿았던 거죠. 80년 광주를 이야기할 때, 비극의 현대사를 기억하자, 잊지 말자고 하던 시기가 있었죠. 이런 측면에서 나온 영화나 문학도 있었고요. '택시운전사'는 단순히 그때의 참상을 그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희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크게 와닿았습니다. 이런 일들을 결국 우리가 극복해가고 있지 않나,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한발 더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송강호는 "'택시운전사'는 정치적 구호나 사상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정말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 다시 말해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1980년 5월, 송강호는 중학생이었다. 그는 아침 라디오 뉴스로 광주에서 폭도를 진압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심하고 등교했다. 송강호는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했다. 지난 10일 언론 시사회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부채 의식과 마음의 빚'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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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호는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기본적으로 가진 감정"이라고 했다. "'택시운전사'는 그런 감정들을 예술로 승화한 더 성숙한 작품이죠. 그 일들에 대한 진실을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고, 그 정신들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데 밑바탕이 됐다는 겁니다. 그것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 그게 부채 의식이겠죠."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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