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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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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非대법관' 출신 대법원장 후보···사법개혁 신호탄

진보성향의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명수(58·사법연수원 15기) 춘천지방법원장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 지명됨에 따라 사법 개혁 신호탄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임명 동의 표결 절차를 거쳐 임명될 경우 법원 안팎의 개혁 요구에 응답해야 하는 위치가 된다. 안으로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요구가, 밖으로는 대법원장 권한 축소 등 주문의 목소리가 커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정농단 사건의 상고심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댓글 사건 등 전 정부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 역시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경우 김 후보자의 마침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를 거듭 요구하고 있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요구에 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임기가 다음달 24일로 끝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에 대한 응답은 김 후보자의 몫이 될 공산이 크다. 

 현재 인천지법 소속 오모 판사가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이행 등을 촉구하며 11일째 단식하고 있는가 하면, 법관회의 현안 조사 소위원회 소속 최한돈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대법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게 법관회의 측 설명이다. 

 이 때문에 김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장을 정면에서 마주하고 있는 일선 법관들을 끌어안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양 대법원장이 수용했지만 논의가 진척되고 있지 않는 법관회의 상설화를 위한 대화 테이블에도 앉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법관회의는 이미 신임 대법원장이 자리한 이후에도 블랙리스트 추가 조사 의혹 규명을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의결한 바 있다. 양 대법원장이 추가 입장을 밝히지 않을 거라는 판단 아래 각 소위원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김 후보자가 진보 성향 법관들의 모임인 '우리법 연구회' 회장에 이어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실타래처럼 얽힌 이번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이번 사태를 야기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타깃이 된 법원 내 학술단체다. 

 비(非) 대법관 출신 인사를 지명한 것 자체가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사법부 관료화 문제 해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있다. 

 수도권 한 판사는 "대법관이 아닌 법관을 대법원장으로 지명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이는 그간 관료화의 문제로 지적됐던 줄 서기, 눈치 보기를 안 해도 된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 밖에서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중인 사법부 개혁 과제도 김 후보자를 기다리고 있다. 정치권은 국회와 법원, 대통령이 선택한 인원들이 함께하는 사법평의회가 사법행정 전반에 관여하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차기 대법원장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사건 뿐만 아니라 국정원 댓글 파문에 연루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도 전원합의체에 회부될 경우 심리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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