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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하기 2024.03.27. (수)

내국세

[현장에서]술이 요즘 이슈다…그런데 '국민건강'은 없다

요즘 술(酒類)이 세정가의 이슈다.

술에 대한 세금 부과체계가 바뀌고, 제조사가 출고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게 되고, 술값이 오르락내리락하고, 도·소매 단계에서의 유통방식에 변화가 왔다.

먼저 가장 큰 변화는 내년부터 맥주와 탁주에 대해 세금 부과방식이 기존의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는 것이다. 주류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캔맥주는 더 싸지고 생맥주는 더 비싸진다. 이에 정부는 생맥주에 대해서는 2년간 한시적으로 세율을 경감해 준다.

종가세→종량세 전환은 '국산맥주 역차별' '4캔에 1만원' 등의 이슈와 함께 공감 여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종량세 전환을 앞두고 위스키를 비롯해 소주·맥주의 출고가격이 모두 올랐다. 각 제조사에서는 하나같이 인상요인으로 원부자재 가격, 물류비, 인건비 등을 들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을 앞두고 제조사들이 선제적으로 출고가 인상 조치를 취했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특히 국세청의 주류가격명령제가 폐지되고 주류가격신고제로 전환된 점도 출고가 인상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제 제조사들은 국세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아무 때나 출고가를 인상 또는 인하하고 정해진 기간 내에 변동된 가격을 신고만 하면 된다. 과거에는 출고가를 인상하려면 물밑에서 국세청과 협의를 거치고 허락을 받아야 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오비맥주의 카스 등 출고가 인하다. 맥주 출고가를 4개월 전에 이미 인상했는데 다시 39일간 한시적으로 인하한 것. 오비맥주는 이를 특별할인행사로 홍보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출고가 한시 인하다. 술 가격을 할인행사를 위해 성수기나 비수기 때 자유롭게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오비의 이번 특별할인행사는 도매유통 쪽으로 불똥이 옮겨 붙었다. 종합주류도매사업자들은 "밀어내기 물량을 보전해 주지 않으면 앞으로 협조하지 않겠다"며 반발했다.

술을 더 팔기 위해서 출고가 인하를 할인행사로 포장해야 했느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됐다.

국세청의 '리베이트 고시'도 이슈의 한복판에 섰다. 당초 유통단체들의 필사적인 건의로 국세청이 리베이트 규제 방안을 마련했으나,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유통단체들이 새로 마련된 고시안을 거부하고 반대하면서 논란이 됐다. 리베이트를 주고받으면 처벌하고 위스키에 대해서만 일정의 리베이트를 인정해 주기로 했는데, 7월1일 시행을 앞두고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까지 논란이 돼 잠정 연기돼 버렸다.

술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 고민은 없고, '이 참에 리베이트를 주지 않겠다' '인정해 주는 리베이트가 너무 적다' '리베이트가 없어지기 전에 술을 더 사자' 등 어떻게든 많이 팔려는 고민만 가득했다.

또 비슷한 시기 배달 '치맥'에 생맥주도 허용하는 내용의 주세법 기본통칙이 개정됐다. 치킨과 함께 생맥주를 배달하는 것은 주세법령 위반이지만 지금껏 별다른 제재 없이 이뤄져 온 게 사실이다. 법령 위반 사항을 지금껏 눈감아 오다가 업계의 혼란과 소비자의 편익을 감안해 개정한다며 배경설명까지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지난 2016년에는 이른바 '맥주보이' '치맥페스티벌' '치킨집의 맥주, 중국집의 고량주, 족발집의 막걸리.소주 배달'을 허용하는 고시·규정도 개정됐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묻고 싶다. 술을 더 잘 팔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소비자가 더 쉽고 편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주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일련의 주류관련 제도나 정책에서 국민건강이나 알코올의 폐해를 고민하는 흔적은 전혀 없어 보인다. 알코올 중독자의 숫자나 알코올로 인한 국가 경제적 손실액을 구체적으로 꺼내 놓지 않더라도 그 심각성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안이다.

주류 관련 정책은 여전히 '규제'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주류산업을 규제산업으로 인식했다.

음주 패턴 등의 변화로 전체 주류의 출고량은 매년 감소 추세다. 주류제조사와 도매사업자들의 판매 경쟁은 더욱 불붙을 게 뻔하다. 국민건강과 알코올로 인한 폐해를 고려한 정책 추진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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