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검색

구독하기 2024.04.11. (목)

[기고]'Made in Korea'가 '한국산'이 아닐 때 생기는 일

박진희 관세청 원산지지원담당관

-수출물품 원산지관리의 중요성-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트레이드타워에서 열린 '미국 관세국경보호청(US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 이하 'CBP') 초청 관세정책 세미나'에서 CBP측 패널은 "원산지표시를 위반한 한국 수출업체에 대해 사전통지 없이 현장조사를 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사전통지 없이, 미국 세관 직원이, 나의 사업장에 갑작스레 들이닥쳐 조사를 한다? 듣기만 해도 부담스러운 이 조사는 2015년에 제정된 미국 집행보호법(Enforce And Protect Act, 이하 'EAPA')에 기초한 것으로, FTA에 따른 원산지조사와는 또 다른 개념이다.

 

FTA에 따른 원산지조사는 FTA 특혜세율을 적용받은 상품의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인 반면 EAPA에 따른 조사는 특혜관세를 적용받지 않았더라도 반덤핑·상계관세 적용, 보복관세 부과, 원산지표시 확인 등을 목적으로, '비특혜원산지증명서'가 발급된 수출품에 대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비특혜원산지증명서'는 무역을 하는 기업이라면 많이들 발급받고 있으면서도 그 증명서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는지 여부는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비특혜원산지증명서에 대한 조사규정이 마련된 개정 관세법이 2019. 1. 1.자로 시행되어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EAPA에 따른 조사를 통해 우리 수출기업이 원산지표시를 위반한 것으로 밝혀진 사례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부터 시작된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대미(對美) 수출품의 원산지가 중국이 아닌 'KOREA'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기 때문에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특혜원산지증명서에 대한 조사에 관해 '잘 몰랐다'는 것으로 면책될 수 없는 이상, 우리 수출업체들로서는 아래에서 소개할 관련 정보를 명확히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앞서 언급한 개정 관세법 중 제233조 제3항 개정내용을 살펴보자. 간단히 요약하면 원산지조사 범위의 확대라 할 수 있는데, 세관장은 관세양허를 위해 원산지증명서가 발급된 물품뿐만 아니라 'KOREA産'으로 원산지증명서가 발급된 모든 수출품에 대하여 원산지조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 EAPA에 따른 원산지조사에 관해 살펴보겠다. CBP는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대상과 동종·유사 물품의 수입자·수출자·생산자 등 이해관계자의 혐의 제보가 있는 경우 15일 이내에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 조사에 착수하면 미국 관세관이 수출업체 현장조사를 하는데, 이때 충분한 혐의가 있으면 사전통지 없이 조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 밖에 조사대상자에게 자료제출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조사대상자가 자료제출에 성실히 임하지 않으면 조사대상자의 이해관계에 반대되는 불리한 추정을 통해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사전통지 없는 현장조사', '불리한 추정 원칙' 등 여러모로 생소한 제도이지만, 중국산(産)이 태국, 필리핀 등 다른 국가산(産)으로 둔갑된 사실을 적발해낸 실효성 있는 제도인 이상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우리 수출기업들이 수출 역군으로서 국가경제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달라진 무역 환경과 이를 반영한 제도의 변화에 발맞추어 이제 우리 수출기업들에게는 외화 획득뿐만 아니라 '원산지관리를 통한 국가브랜드가치 제고'의 역할까지도 요구된다.

 

'우리나라에서 수출되는 물품'은 곧 '국가신인도'와 직결된다는 것을 명심하고, 관세청이 운영하는 수출물품 원산지 사전판정 지원사업 등을 적극 활용하여 평소 원산지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기를 당부 드린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