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소개] '박계장, 빽한번 써봐'

2008.03.04 13:35:06

세정신문사 발간, 국세공무원의 애환, 솔직 담겨 화재

<국장님은 화가 덜 풀린듯 우리를 노려보며 마지못해 앉으셨다.
"다음! 청량리! 보고해 봐!" '아이쿠! 된통 터지게 생겼구나! 나는 92% 밖에 안되는데…'라고 생각하면서 국장님 옆자리로 가서 보고서를 펼쳤다. "저희 청량리서는 전년 수입금액이...(중략)...전년 대비 92.9%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
얼른 국장님의 눈치를 살피니 얼굴 색깔이 서서히 변하고 있었다. 또 한바탕 천둥이 칠 것만 같다.
"뭐?! 구십이 뿌로라고?!" "이 친구 이거 정신 나갔나?"하시면서 또 벌떡 일어서더니 밖으로 나가신다. 나는 놓칠세라 무의식적으로 국장님의 왼쪽 허벅다리를 두손으로 꽉 잡아버렸다. "국장님! 끝까지 들어보시고 가십시오"하면서 서 있는 국장님을 쳐다보면서 계속 보고를 드렸다. ...(중략)... 국장님은 잡힌 다리를 빠져나오려고 꿈틀꿈틀하셨다. 나는 놓칠세라 더 힘을 줬다.
"이 다리 놔! 아퍼! 이 사람아!" 좀 풀어지신 것 같다. 손을 놓아도 나가실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잡은 손을 슬며시 놓았고 국장님은 마지못한듯 앉으신다.
"그래서 248명 전원을 서면으로 신고시키기 위해 이러한 '검토조서' 서식을 만들어서 1차는 계장이, 2차는 과장이, 3차는 최종적으로 서장님까지 권장하도록 하였습니다." "바로 이거야!"
국장님이 책상을 탁! 치시며 나를 쳐다 본다. "어이! 거기! 이거 카피 떠와! 이 친구들 한장씩 나눠줘!" 그날 나는 92.9%로 통과했다. (하략) - 책 내용 중 "국장님 허벅다리를 꽉잡고 늘어지다"편에서 >

 


어렵고 힘들었던 시대를 살아왔던 일선세무서의 생생한 이야기. 한국세정신문 창간 41주년 기념 특별연재로 장안의 화재를 낳았던 박찬훈 저 "박 계장, 빽한번 써 봐!"가 한권의 책으로 나왔다<사진>.

 

이 책이 화재를 몰고왔던 이유는 일선세무서의 한 공직자의 경험 이야기 뿐만 아니라,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인 70, 80년대라는 시대 속에서 우리네가 맨발바닥으로 누비며 살아왔던 삶을 적나라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 속에 녹아나 있는 에피소드는 웃음과 슬픔 그리고 교훈 등을 전해주고 남음이 있다.

 

인터넷과 신문 지상으로 연재된 "박 계장, 빽한번 써봐!"는 많은 댓글과 격려 속에서 연재된 글로 나이든 세무공무원에겐 추억과 삶의 애환을 되새기게 했고, 젊은 직원들에게는 선배에 대한 존경심과 국세청이라는 직장에 대한 자부심을 낳게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아울러 일반 직장인에게도 이 내용이 통용되는 것은 한 직장내에서 겪던 수많은 경험들이 상하좌우로의 인간관계, 승진과 자아실현, 성취와 실패 등 직장 생활 속에서 겪는 삶의 모습과 일맥상통하는 삶에 대한 '보편적 공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 1967년부터 2000년까지의 에피소드를 시간대별로 엮었고 국세청의 순환보직 발령의 관례에 따라 필자가 지방을 전전하며 근무하던 덕에 시대별, 지역별 사회 풍습도 엿볼 수 있는 뜻밖의 선물도 제공하고 있다.

 

"이런 글을 쓴다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닌데 우리 같은 초년병에게는 누구도 갈켜 주지 않는 소중한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그래서 나와 주위사람들은 이 글이 기다려진다".

 

"저는 방산시장에서 장사하던 사람인데... 아마 20년이 넘었기 때문에 봐도 잘 기억을 못할 것입니다. 제가 그때 은혜를 많이 입었죠...(중략).. 보름전 미국에서 이 글을 보고 하도 반가워서 이 글을 씁니다"

 

"배꼽이다. 울대가 터져버렸으니... 그 국장님 참 행복한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유머스런 부하들과 함께 지냈으니, 인정이 있어 좋아보이네요. 요즘은 너무 매말랐답니다"

 

"박 선생님 당신은 참 용기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무서장출신이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죠. 많은 후배들이 이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누구도 국세공무원출신들은 인간미 섞인 뒷얘기를 전해주지 않기 때문이죠...이 글에서는 재미와 인간미가 느껴지고 후배들이 참고할만한 것이 의외로 많아요"

 

말 많고, 서슬같던 국세청의 내부를 깊이 꼬집고 애환을 해부하며 생생하게 전해주는 글로 인해 인터넷에 많은 댓글이 위와 같이 올라왔고, 시원하다는 반응부터 너무 심하다는 반응까지 독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왔다.

 

작가는 현직 세무사로 2000년 삼성세무서장을 끝으로 33년의 세무 공직을 마쳤다. 대학 3학년 2학기 어려운 집안사정 때문에 학교를 야간부로 옮기고 학비 좀 보태려 국세청에 들어온 것이 평생직장이 됐다는 그는 "국세청에 행여 누가 되지 않을까, 후배님들이나 선배님들에게 행여 피해를 드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며 "사무실에 가면 박수로 격려해 주었고 잘 읽었다고 감사해 하는 것보고 연재의 보람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 책은 1967년부터 2000년까지 세무 공무원으로 살아온 삶의 경험들이 1편 '세무서천정이 어떻게 생겼을까?' 2편 '국장님 허벅다리를 꽉잡고 늘어지다' 3편 '박계장, 빽 한번 써봐!'로 편집, 총 86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고, 각 글마다 인터넷에 올라온 대표적인 댓글이 게재돼, 독자의 반응을 함께 보는 재미도 있다.

 

'박계장, 빽한번 써 봐!' □박찬훈 저□한국세정신문사 刊 (4*6판 양장본) □정가 15,000원

 



김형준 기자 kim64@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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