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사칭 전화사기, 계좌 단순제공자도 손배책임

2008.04.14 17:10:23

법원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에 해당한다" 판결

국세청 직원으로 사칭해 과오납한 국세를 환급해준다며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하게 한 사기사건에 이용될 수 있도록 계좌를 단순히 개설만 해 준 사람도 방조행위에 해당돼 피해자에게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방법원 제3민사부는 최근 항소심에서 국세청 사칭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원고의 손해배상에 대해 피고들이 계좌를 개설해 준 것은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에 해당하는 책임 있다며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사건의 경위를 보면, K씨와 C씨는 선배인 L씨가 "사업상 자금거래를 해야 하는데 신용불량자라서 내 명의로 예금거래를 할 수 없다"고 하자, 자신들의 명의로 8개의 계좌를 개설해 주었다.

 

L씨는 이 계좌를 이용해 S씨에게 전화로 국세청 직원이라고 사칭하고는 국세 58만9천원을 환급해 주겠다고 했다. L씨는 S씨에게 현금인출기에 가서 환급금액앞에 국세청 고유코드 3혹은 9를 누르게 하면서 (결과적으로 358만9천원, 958만9천원) 오류가 생겼다는 이유로 반복하게 하는 등의 수법으로 K씨와 C씨의 명의로 된 계좌에 총 4천553만5천8백원을 입금시켰다.

 

피고인 K씨와 C씨는 사회선배인 L씨에게 계좌를 개설해 주었지만 L씨가 이 계좌를 전화사기와 같은 범죄에 사용되리라는 것에 대해 전혀 몰랐고, 또 원고가 경솔하게 기망당한 점을 인정해 원고의 과실을 참작해야 한다며 1심 패소에 불복 항소했다.

 

그러나, 법원은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민법에서는 방조자의 경우도 공동행위자로 본다"며 "A씨가 신용불량자에다가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로 부정한 방법으로 계좌를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고, 예금통장을 만들어 교부함으로써 금원편취행위를 용이하게 한 것으로 이는 과실에 의한 방조행위에 해당돼 K씨와 C씨는 L씨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 원고가 과실이 있다는 피고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에는 전화사기 범행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기망방법에 있어서도 통상의 일반인이 쉽게 허위임을 알아차기가 어렸웠을 것으로 보이며, 또 원고의 연령이나 경력 등에 비춰 원고에게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은 "원고가 경솔하게 국세청을 사칭하는 직원에게 기망당한 과실을 참작하여야 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배척하고, 편취당한 금원 전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한 것에 의의가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kim64@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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