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공론이 빚어낸 '5월 세정대란'

2009.06.04 10:08:00

"국민들로부터 세금받아 어디다 쓰고, 이렇게 힘들게 하느냐?" "구민(區民)들이 낸 세금만으로도 주차장 수백여개도 짓겠다. 세무서 오지 못하도록 일부러 주차장 좁게 만든 것 아니냐."

 

국세청은 매년 5월 종합소득세 신고납부업무로 한차례 전쟁을 치루고 있으며, 올 들어서는 유가환급금 업무와 최초 시행되는 근로장려금 신청업무도 함께 겹쳐 일선세무서가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상당수 세무관서에서는 신고창구가 부족한 탓에 각 과 사무실 책상과 집기들을 재배치한 후 해당 부서 내에서 납세자들의 신고업무를 처리하는 등 70∼80년대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신고광경이 다시금 나타났다.

 

특히 전국 일선 세무서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주차장 체증은 고질적인 문제로, 관서를 내방한 납세자들은 차량 주차문제로 세무서 직원들과 입씨름을 벌이는 등 별로 유쾌하지 못한 경험을 한두번씩 갖고 있다.

 

더욱이 올해에는 종소세 신고 뿐만 아니라 근로장려금 신청 등으로 세무서를 찾는 납세자가 더욱 늘어 주차문제로 입씨름을 벌이는 광경이 전국 어느 세무서에서도 흔히 목격됐다.

 

낮기온이 30도를 넘어서는 등 불볕더위로 유명한 대구지역에서는 앞서처럼 '세금받아 어디에 썼느냐?'는 국세청 입장에선 무척이나 억울한 민원인들의 항의마저 묵묵히 감내하기도 했다.

 

밤 10시가 넘도록 야간업무는 물론 3주째 휴일 없이 관서로 출근해 신고업무에 매진해 온 직원들로서는 납세자들의 이같은 엉뚱한 항의를 무한정 받아줄 수도 없는 노릇.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각종 신고업무가 5월 한달에 집중적으로 몰리게 된데 대해 직원들 대다수가 이구동성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종소세 신고업무만으로도 벅찬데 유가환급금과 근로장려금 신청기간을 5월로 한 것도 문제이며, 그 많은 납세자와 신청자를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세무서 청사 실정을 과연 감안했느냐?"는 게 일선세무서 직원들의 불만의 골자다.

 

일선 某 직원은 "근로장려금 신청업무를 왜 5월에 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바로 이것이야말로 일선 현장을 도외시한 채 책상에서 만들어낸 탁상공론의 전형"이라고 일갈했다.

 

이같은 일선의 목소리에 대해 기획재정부 및 국세청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내년부터라도 납세자와 일선 직원들 간의 혼란을 피하고 세정업무의 원활함을 위해 반드시 신고시기의 분산을 해야 할 것이다.

 



대구=최삼식 기자 echoi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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