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3천원'에 상한 자존심

1999.05.03 00:00:00


 요즘 세무대리인들을 만나면 그다지 밝은 얼굴을 대하기가 어렵다. IMF이후 줄어든 고객에 수금마저 되지않는 상황에다 이달부터는 전문가라는 자존심마저 삭여야한다는 현실에서 오는 자괴감이 역력해 보인다.
 다름아닌 국세청이 이달 소득세확정신고를 앞두고 올해부터는 소득세신고를 납세자 스스로 신고서를 작성해 신고하는 자율신고체제로 전환, 이를 세무대리인들이 대행해야 하고 그 수수료로 실비도 되지않는 고작 3천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주원인인 듯 싶다.
 국세청으로서는 소득세신고를 자율신고제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납세자들이 여하히 신고서를 작성해 신고를 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보고, 신고서 작성을 어려워하는 납세자들에게 세무대리인들의 도움을 요청했고 또 세무사들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국세청의 요청이다보니 딱히 거절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 대답은 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은 차치하더라도 자신들의 주가(?)를 액면가에도 훨씬 못미치는 3천원에 한정한데서 적잖이 자존심이 상한 얼굴들이다.
 세무사들은 신고서작성이 1~2분만에 `뚝딱' 처리되지 않는다는 점, 찾아온 납세자들을 돌려보낼 수도 없다는 점, 국세청의 요청에 적극 협조하기 위해 파트타임 직원을 고용한다 해도 신고서 작성능력을 가진 전문인력을 구하기 힘들다는 등의 어려움을 들어 난색을 표하면서도 차라리 이런 구차한 애로사항은 현재의 직원들에게 밤샘근무를 시키더라도 감내하겠다고 말한다.
 문제는 참을 수 없이 상처받은 자존심이다.
 국세청의 말대로 신고를 맡기려오는 납세자에게 친절하게 해줄 경우 미래의 고객이 될 것이고, 내년부터는 몇만원은 거뜬히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미실현 이익에 대해 세무사들은 더이상 속고싶지 않은 심정이다. “부가세신고서대행에서도 많은 경험을 해보았으나 아무리 잘해도 미래의 고객이 되지않더라”는 것이 세무사들의 얘기다.
 “차라리 올해는 무료로 하고 내년부터는 정상적인 보수를 받는 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입니다. 올해 3천원받고 내년에 어떻게 당장 몇만원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세무사들이 고작 3천원짜리 전문직으로 추락하는 느낌입니다”라는 것이 세무사들의 솔직한 고백이다.
 3천원이라고 못박을 것이 아니라 실비로 하던지 아니면 차라리 무료봉사라고 하는 것이 세정협조자들의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지켜주는 것이 되지않을까 한다.


서주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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