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퇴임식

2000.01.10 00:00:00

지난 연말을 기해 많은 세무공무원들이 명예퇴직으로 공직을 떠났다. 국세청 본청을 비롯해 지방청과 일선세무서에 이르기까지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수백명의 고참들이 한꺼번에 명퇴 또는 정년퇴직으로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 새롭게 제2인생의 첫발을 내딛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20년이상 공직생활을 하다가 그만둔 베테랑들이다.
그동안 이들은 국가공무원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국가재정 역군으로서 세수확보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며 평생을 공직에 몸담아 왔다. 하지만 이들이 공직을 마감하는 퇴임식장은 그동안의 노고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안정된 직장인 만큼 평생직장으로 알고 박봉에도 불구하고 공직자로서 국가에 봉사해 온 노력에 비해 마지막으로 떠나는 자리가 너무 초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값지고 보람있게 여겨 왔던 직장을 불과 5∼10분간의 행사로 마감한 것이다. 물론 직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다른 기관들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퇴임식장의 분위기다. 대부분의 지방청과 일선세무서에서 퇴직하는 일반공무원들은 해당과에서 마련한 다과로 관서장 방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그야말로 명예로운 퇴임식인 만큼 이들을 격려하고 다같이 축하해 주는 등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될 퇴직자들을 성대히 환송해야 하는 자리다. 그러나 가족 친지 그리고 친구들이 참석해 축하해 주는 화려한 퇴임식을 찾아 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아무튼 퇴임식을 지켜본 많은 동료 세무공무원들은 이같은 분위기를 시대적인 탓으로 돌리면서 한편으로는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허술하게 치뤄진 동료들의 퇴임식을 지켜보면서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똑같은 상황이 재연될 것이기 때문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공직을 떠나는 마지막 퇴임식장은 졸업식장과도 같이 새 출발을 축하하는 자리로 거듭나야 한다.

새롭게 제2인생을 시작하는 자리인 퇴임식은 보다 따뜻한 인정미가 넘치는 자리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퇴임식이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격려와 함께 힘찬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기원하는 행사로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최삼식 기자 echoi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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