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면 출세해야지

2000.06.08 00:00:00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청장에게 직접 전화할 겁니다.”
지난달 29일 종합소득신고를 앞둔 상황에서 임대소득을 신고하기 위해 삼성세무서를 찾은 40대후반의 한 여성납세자가 마침 김성호 서울청장이 소득세신고 현황을 파악하고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삼성署 자기작성교실을 둘러보면서 납세자에게 애로사항이 없는지를 물어보는 과정에서 한 말이다.

金 청장은 흥분해 있는 납세자에게 즉시 명함을 건내주고 유능한 직원이 많으니 궁금한 내용은 직원에게 물어보고 특별히 청장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해 달라며 흥분을 가라앉혔다.

이 때 “세무행정에 불편한 게 있어서 그렇습니까”하고 물으니 그게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럼 왜 눈물이 앞을 가리느냐”고 되묻자 격양된 목소리로 “국회의원 등 힘있는 권력층에 있는 납세자들은 세금 한푼 내지 않고 있는데 힘없는 서민층만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 게 억울하다”는 것이었다. 순진한 서민들은 기간내에 세금을 내지 않으면 큰 일 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흥분하기까지 했다.

그는 이어 서민층이 억울하지 않게 성역없는 세무조사를 벌여야 할 것이라고 충언하면서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있듯이 권력을 잡든지 해야지 억울해서 살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처럼 일반납세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동안 권력층에 있는 위정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앞세워 얼마나 많은 비리를 저질렀고 비리에 연루되었는가를 상기해 보면 이해되는 대목이다.

임대소득이 2천만원밖에 안 된다는 이 납세자가 개포세무서로 알고 잘못 갔다가 삼성세무서로 발길을 돌리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길래 직원에게 화를 냈을까, 이같은 상황도 모르고 친절하게 설명해야 하는 세무공무원은 오죽했을까 등을 생각해 봤다.

서민들이 세금에 대해 갖는 부정적인 생각이 누구 때문인가를 확인시켜 준 상황이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일반서민들의 납세의식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정자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들만 변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김종상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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