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 지역담당책임제

2000.08.03 00:00:00



“보고된 자탈자료들을 체크하다 보면 쓴웃음이 나옵니다. 애꿎은 음식점이나 구멍가게 등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니까요. 울타리 속에 가둬둔 채 밖에서 움직이는 생생한 정보들을 파악해 보고하라니 나타나는 당연한 결과 아니겠습니까.”

일선세무서 세원관리과에 근무하는 某총괄조사관이 전하는 얘기다. 최근 들어 달라진 일선세정가의 풍속도와 이에 따른 어려움들을 화제로 삼은 끝에서였다.

지역담당제가 폐지돼 사업장 방문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탈자료를 보고하다 보니 퇴근시간 동료들과 어울려 찾아간 삼겹살집 등 음식점에 관한 정보들이 자탈자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대형 기업체의 탈세문제나 거액의 외화도피사범 등에 대한 정보는 아예 기대할 수도 기대해서도 안된다는 것이 바로 옆 총괄조사관의 부언이었다.

이들은 특히 베테랑급 직원들의 연이은 조직이탈이후 나타난 문제점들을 덧붙여 강조한 뒤 과거사로 말문을 이었다.

“퇴근시간이후 납세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소주잔이라도 기울이다 보면 굵직굵직한 정보들이 나올 때가 많았습니다. 눈감아 달라는 청탁 역시 동종업종에 대한 최신 정보들을 전제로 한 부탁이기에 또 다른 관점에서는 `생산성'과 연결됐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옳지 못한 청탁과 향응접대 부정비리라는 따가운 시선이 못박혀 있어 떳떳치 못한 일로 여겨져 왔지요.”

얼핏 과거사에 대한 미련이나 향수(?)로 해석될 수도 있는 이러한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낸 그들은 결국 “무엇인가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세정개혁의 성공사례로 호평받고 있는 `지역담당제 폐지'에 대한 야누스적 시각의 대표적인 사례들이 아닐 수 없었다. 正道稅政의 그늘에 대한 또 다른 차원의 안타까움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일선직원들의 한목소리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떨쳐버리기가 쉽지 않은 대목이었다.



박정규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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