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부의 착각

2001.12.06 00:00:00


행정자치부는 얼마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예산 조기집행 특별지시를 내렸다.

이번 지시는 지자체가 예산을 연말연초에 조기 집행해 어려워진 경제의 회복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2001년 회계연도 종료를 1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아직 집행되지 않은 예산에 대한 제반절차를 조속히 이행할 것과 2002년 예산에 대해서도 1/4분기에 조기 집행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행자부의 특별지시가 없어도 남은 예산은 대부분 이월되지 않고 집행될 것이다. 멀쩡한 인도의 보도 블럭이 교체되고 상하수도 공사가 무리하게 감행되기 일쑤다. 불필요한 소비재를 구입하거나 부적격자 및 부적격 기업이나 기관에 자금이 유입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연말의 지자체의 예산은 먼저 본 사람과 영향력 있는 인사가 차지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행자부 지시는 지자체의 그동안 예산 낭비를 옹호해 주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하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지자체의 급격한 적자운영에도 말이다.

자영업을 하는 김某씨는 “연말만 되면 멀쩡한 보도블럭이 해마다 교체되고 있어 아까운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또 최某 區의원은 “연말이 되면 區에서 남은 예산을 무리하게 집행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나 대부분 묵과되고 있다”고 털어놓고 있다.

한편 행자부는 내년도 예산에 대해서도 연초에 일부 집행되도록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 예산의 부실운영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지자체의 방만한 예산운영도 원인이겠으나 심의기관인 의회가 지자체에 대한 견제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에는 각 선거가 있어 행정기관이든 의결기관이든 미리 선거에 편승해 민생이나 경제회복 등의 시급한 문제에 대해서는 소홀해질 수 있다.

벌써부터 지자체 공무원들의 해외연수가 많아지고 유원지로의 단체휴가 등이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을 표로 의식한 단체장의 발상이다.

아무튼 각 지자체나 의회는 예산이 제대로 사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행자부도 이번 조치를 지시에서 끝나지 말고 목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점검하고 감독해야 할 것이다. 노는 마당에 멍석을 깔아주는 꼴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종호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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