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과 채찍

2003.01.13 00:00:00


'당근과 채찍'. 한마디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재계의 일정한 행동양식을 압축해 표현하면 이렇다. 어느 정도 먹히는 것도 같다. 좋은 게 좋은 게 아니냐는 유화적 기운도 감지된다. 일련의 이러한 그의 행동이 국민들 사이에서 노무현으로는 개혁이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연기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노 당선자의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운 재벌의 변칙 증여ㆍ상속을 막기 위한 완전포괄제의 조기 도입이 재계의 강력 반발로 시행 자체가 유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깊은 목소리도 없지 않다.

최근 이러한 우려를 증명하듯 노 당선자가 기업의 구조조정 본부를 해체하겠다고 했다가 재계가 반발하자, 기업의 자율에 맡긴다며 말을 바꿨다. 좋은 표현을 빌리자면 유연한 자세로 돌아섰다. 당당하고 의연한 꼬리가 어느샌가 슬그머니 감춰져 버렸다. 충분한 검토후 정책을 말할 단계이다.

특히 증여ㆍ상속세의 완전포괄주의에 대해서도 당사자인 재계는 어떻게든 노 당선자의 발목을 잡아보자는 속셈이다. 향후 강력 반발과 구애작전 등 당근과 채찍, 양면작전을 구사하겠다는 태도다.

노 당선자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증여ㆍ상속세 완전포괄주의는 한마디로 변칙적인 부의 세습을 막겠다는 것이다.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최근 삼성 등 특정재벌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언론의 보도가 나가고 나서 삼성측은 그 진위 여부에 촉각을 세운 바 있다. 다행히 인수위측의 해명을 듣고 나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변칙적인 증여ㆍ상속을 막고 과세체계 간소화를 위해 모든 상속 및 증여 행위에 과세하는 '완전포괄주의'의 도입은 재벌기업들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신종 금융상품을 통해 재산을 2ㆍ3세들에게 편법적으로 물려주는 것을 막기 위해 현행 '유형별 포괄주의'에 입각한 상속ㆍ증여세를 선진국형 '완전포괄주의'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유형별 포괄주의는 부동산, 현금, 주식 등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유형을 법률에 정해 놓고 그 유형에 속하는 각종 상속ㆍ증여행위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체계이며, '완전포괄주의'는 '모든 상속ㆍ증여행위'에 대해 과세하는 체계다.

민주당 역시 구랍 28일 최고위원회 세제발전심의회를 갖고 이같은 내용이 상속ㆍ증여세법에 반영되도록 재경부에 요청했다. 민주당은 이를 바탕으로 오는 8월말까지 종합적인 조세체계 정비방안 마련을 추진하는 등 가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 장기적으로 소득세도 근로소득, 이자소득, 배당소득 등 법에 규정된 항목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현행 열거주의를 '완전 포괄주의'로 바꿔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 제도의 시행은 조기에 도입해야 하며, 재벌들의 반발은 당연히 예상된 바 주저함없이 추진하길 촉구한다. 여기에 공시서류에 허위표시를 하는 경우 CEO 등 최고경영진에게 민사와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회계개혁은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 이 제도는 미국의 회계법인 'Sarbanes Oxley Act' 법을 준용하고 있다. 향후 이 법은 세계적인 기준으로 진전될 전망인 바 조기에 시행하는 것이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국제적으로 우리의 국가 신용도가 올라갈 수 있는 주요 사안이다.

우리 나라 기업의 경우 자율적 회계투명성을 애당초 기대하기 어렵다. 외국기업들이 우리 나라를 보는 견해도 투명성과는 거리가 있는 듯 보인다. 이는 주주들의 보호라는 넓은 의미에서도 반드시 입법화돼야만 한다. 새 정부의 재벌개혁에 대한 후퇴는 안 된다. 강력한 시행만이 국제환경에서 기업경쟁력을 높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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