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주자

2003.02.10 00:00:00


얼마전 B세무서 A씨는 참으로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갑자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아 무슨 일 때문이냐고 묻자 다짜고짜 협박성 발언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이가 없는 A씨는 도대체 무슨 일인가 궁금해서 만나보았다.

내용의 요지는 10년전에 자신이 맡았던 업무처리 과정에서 민원을 제기한 사람이 손해를 보았기 때문에 보상을 하라는 것이었다.

A씨는 황당하기도 했지만 민원인인 만큼 당시의 업무가 자세히 생각나지 않아 충분히 알아본 후 업무처리에 아무런 하자가 없었음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민원인은 그 정도로 되겠느냐며 금품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 중ㆍ하위 공직자에 대한 사정바람이 불거라고 협박하며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계속적으로 돈을 요구하고 마땅치 않을 경우에는 진정을 하겠다는 공갈까지 가미했다.

결국 맘대로 하라는 A씨의 반발이 커지자 민원인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사라졌다.

최근 설 명절을 틈타 이같은 일이 이지역 국세공무원 사이에는 가끔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공갈단이라 해야 할지, 브로커라는 단어가 맞는 것인지 정확하게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참으로 황당하고 어이가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연유로 이같은 일이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는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정부는 개혁 차원에서 대민 접촉이 많은 세무ㆍ경찰ㆍ환경ㆍ건축분야에 종사하는 중ㆍ하위직을 중점적으로 사정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잘못된 것은 분명 시정해야 하는 개혁의 논리를 적용하면 너무나 타당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무차별적인 사정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하는 공무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자신들이 맡고 있는 일에 소신을 갖고 추진하기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공무원들은 '99년 기능별 조직 개편이후 지역담당제를 폐지하고 납세자와의 접촉을 차단하면서 국세청이 개혁의 성과로 정부가 인정하는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특히 부패방지위원회가 지난해 부패방지 시책의 추진성과를 조사한 결과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 74개 기관 중 국세청이 우수기관으로 선정됐음에도 사정의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또한 행정개혁 우수기관 표창, 납세자 만족도 우수기관 등 국세청이 많은 변화와 개혁의 성과를 인정받으면서 부패 척결, 개혁대상의 도마위에 오른 것에 대해 국세공무원들은 근무의욕마저 잃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끔 한건씩 불거져 나오는 비리사건은 세무공무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어느 조직이든 숫자가 많으면 문제가 있는 직원은 있게 마련임에도 불구하고 세무공무원에게 무슨 문제만 발생하면 전체 조직이 모두 그런냥 쳐다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세공무원을 협박하는 일련의 일들도 이같은 분위기를 악용한데서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국세공무원들의 분위기는 '사면초가'라는 단어가 적절한 표현이다.

성실하게 살아오면서 공직에 대한 자부심으로 공명정대하게 업무를 처리해 오던 직원들마저도 회의감에 빠져들고 있다.

올바른 사회와 국가의 건설을 위해서는 공무원이 바로 서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작은 부분으로 전체를 매도해 공직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오히려 부패된 일부를 도려내는 것보다 못하다.

소신을 가지고 국세공무원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사기 진작의 대안과 애정을 갖고 이해하는 국민들의 자세가 필요할 때다.


오관록 기자 gwangju@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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