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가는 국세청의 골프금지령

2003.05.19 00:00:00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국세청이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국민의 정부 출범 때도 정도세정이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세정개혁을 단행했다. 기능별 조직개편으로 전국 일선 세무서를 99개로 축소하며, 조사과를 신설하고 지역담당제를 폐지하는 등 세무 부조리를 차단하기 위해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 업무를 추진하는 6급이하 직원들의 생각은 사뭇 달랐다.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세청의 세정개혁에 대한 하위직 직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직원들의 처우개선은 뒤로 한 채 많은 변화를 요구하는 데다, 직원들은 과중한 업무에도 성실한 자세로 열심히 근무하는데 비해 국세공무원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직원들의 불만은 세정개혁이 하위직 국세공무원들의 부조리를 척결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금품제공자를 신고하면 인사상 우대하고, 금품 등을 제공하는 납세자에 대해서는 세무조사 대상자로 선정하겠다는 내용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광주청의 K某 6급 직원은 '99년 기능별 조직 개편이후 금품을 주고 받는 납세자나 직원이 어디에 있느냐면서 '누가 용돈이나 한번 줬으면 좋겠다'고 비아냥거리고, 최근 거액의 금품 수수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는 사람은 고위직 간부들로 윗물은 혼탁한데 아랫물만 깨끗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하위직 직원들은 5만원짜리 티켓만 받아도 징계처리하면서 수백만원씩 떡값으로 받는 윗분들의 행동은 조직에 먹칠을 했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국세청은 세정개혁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이 재정역군이란 자부심을 가지고 신바람 나게 일할 수 있도록 복지증진과 사기진작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때인 것 같다.

얼마전 국세청 간부회의에서 이용섭 국세청장의 골프장 출입금지 및 부킹(골프예약) 청탁을 하지 말라는 지시에 대해 세간에 말들이 많다.

S세무서 L某 과장은 "윗분들은 이미 골프를 배워 놓고 아랫사람들한테는 골프를 배우지 말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국세청이 주 5일 근무제 등 시대의 변화에 맞춰 골프금지령을 해제해야 하며 정년후 여가선용을 위해 능력있는 직원들은 골프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무차별적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 각료들과 소비심리를 살리고 경제를 살려야 된다는 취지로 골프회동을 한적이 있다. 또 행자부 장관도 본인은 골프를 못하지만 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든지 골프를 쳐도 상관하지 않겠다고 해 국세청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용섭 청장의 지시가 공직자로서 대내외적으로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업무에 충실하라는 메세지로 직원들의 주의를 재차 환기시키는 의미로 받아 들여지지만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골프운동을 직원들의 자율에 맡기고, 접대용 골프를 치거나 특별한 소득이 없이 골프를 치는 직원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규정을 마련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이 어떨런지….

수준급 골퍼로 알려진 이용섭 청장이  직원들의 사기진작과 근무에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골프운동을 허용해 주기를 많은 국세공무원들은 바라고 있다.


오관록 기자 gwangju@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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