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현대판 봉이 이선달

2005.09.22 00:00:00


남의 집 화장실을 사용하고 되려 열냥을 받아서 나오는가 하면, 꿩 한마리로 선달의 벼슬을 사고, 닭을 봉으로 속이는 못된 장사꾼을 벌주고, 대동강 물도 팔아먹은 조선 후기의 풍자적 인물 봉이 김선달 이야기가 지금도 가끔씩 회자되고 있다.

그런데 70∼80년대 국세청에 근무하던 현대판 봉이 이선달 때문에 최근 광주지방국세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방이후 지난 70년대 국유재산 관리업무가 시·군에서 국세청으로 이관된 후 이석호(전 세무공무원)씨가 관재업무를 담당하면서 불법으로 취득한 국유지 3천579만여평(여의도 면적 19배)을 친·인척 명의로 매입한 사건이 지난 '93년에 터진 이후 이 사건이 또다시 세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씨는 지난 '71년부터 '74년까지 목포세무서에서 국유지 매각업무를 담당하면서 친·인척 등 35명의 명의를 차·도용해 국유지 매매계약서 등의 증빙서류를 위조·허위 작성하는 방법으로, 목포시 등 6개 시·군의 국유지 3천579만여평을 불법 취득했다.

이씨가 취득한 국유지는 목포, 무안, 해남, 진도지역의 알만한 유적지나 신안·완도 등지의 국립해상공원까지도 포함돼 있다.

이씨는 지난 '85년 당시 해남지청에 근무하는 김승규 현 국가정보원장에 의해 구속 기소됐으나 사문서 위조 및 동행사 외에는 모두 공소시효 덕택(?)에 면죄부를 받고 이듬해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8년여동안 법망에서 벗어나 있던 그는 지방자치시대를 맞으면서 들끓는 여론의 표적이 됐고 뒤이은 검찰의 수사로 한국의 제일 땅부자에서 수감자로 전락했다.

이씨가 불법취득한 국유지 2천600만평은 이미 국고로 환수됐으며, 나머지 땅도 이번 감사원의 적발로 국고로 회수될 전망이다.

광주청은 李씨 사건의 특수성을 감안해 '94년 관재계를 신설하고 법대 출신 국세공무원을 선발해 국유지 환수업무를 담당하면서 특별매각제도를 도입해 제3자 명의 중 소멸시효가 끝나지 않은 10년미만인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현 공시지가의 20%로 재매입하도록 환수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광주청은 이씨의 친·인척 명의의 국유지 환수가 거의 완료된 것으로 판단하고 제3자가 정상적으로 취득한 토지 중 지난 '77년 시·군에 국유재산 관리업무가 이관될 때까지 구 관재국에서 매각한 국유지를 대상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안내하고 땅주인 찾아주기 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지난 8월말 감사원의 감사 결과 혈세를 낭비하는 국유지 환수는 부당하며, 매입 당시 매각대금을 다 치뤘는데 또다시 토지대금을 치루는 것은 부당하다는 현 토지 소유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난감해하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앞으로 있을 국회 재경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대비하고, 사건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감사계 직원 4명과 광주청 직원 2명을 투입, 지난 9월1일부터 14일까지 광주청에 대한 계통감사를 실시했다.

국세청은 李씨가 70년대초 국유지 매각업무 담당자로 매각실적 우수공무원으로 인정받아 표창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씨는 '93년이후 현대판 봉이 이선달로 불려지고 있다.


오관록 기자 gwangju@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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