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사교육비…2020년 19.4조원→2022년 26조원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사교육 경감' 포함
정부⋅여당, 사교육 '이권 카르텔' 엄정 대응 기조
국세청 "수강료 대폭 인상해 사교육비 부담 가중" 입장
지난해 7월⋅올해 4월 입시학원 등 기획 세무조사 진행
대통령 발언으로 촉발된 수능 논란이 사교육 ‘이권 카르텔’ 문제로 옮겨붙고 있다. 교육부가 앞으로 2주 동안 사교육 ‘이권 카르텔’, 허위⋅과장 광고 등 학원의 부조리에 대해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다고 밝히자 세정가에서도 이 문제를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7월과 올해 4월 고액 수강료를 받은 입시학원에 대해 국세청이 기획조사를 실시하는 등 사교육 시장과 국세청 중점 추진업무가 항상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22일 세정가에서는 국세청이 하반기에도 입시학원과 고액 스타강사 등을 대상으로 기획 세무조사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교육 카르텔’ 대처와 관련해 서둘러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앞서 국세청은 지난해 7월 민생침해탈세자 99명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면서 고액 입시⋅컨설팅 학원사업자 등 15명을 조사대상에 넣었다. 당시 정상 수강료 외에 수능 전후 특강 명목으로 학생 1인당 500~600만원의 컨설팅비를 챙긴 입시학원이 조사받기도 했다.
올 4월에는 고액 수강료를 받으면서 세금신고를 누락한 학원사업자 등을 포함한 민생침해탈세혐의자 75명에 대해 기획조사를 실시했다. 75명의 조사대상 중 학원사업자는 10명으로, 이들은 고액 수강료를 받은 입시⋅직업 교육학원사업자들이었다.
국세청은 이들 학원사업자가 정규 수업료 외에 고액의 특강료와 교재비를 현금으로 받고도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자녀 명의 특수관계법인을 기존의 거래관계에 끼워 넣어 특수관계법인에게 이익을 나누고 자녀에게 편법 증여한 학원사업자도 있었다.
세계 여느 나라와도 견주기 힘든 교육 열기에서 비롯된 기형적인 사교육 현장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는 물론 사교육비 또한 급증했다.
올해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의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교육 참여율은 지난 2020년 67.1%에서 2021년 75.5%, 지난해 78.3%로 급증했다.
-교육부,통계청 자료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사교육 현장으로 내몰려 지난해 초등학교 사교육 참여율은 전년보다 3.2%p 올라 85.2%에 달했으며, 중학교 76.2%(3.0%p), 고등학교 66.0%(1.4%p)로 높은 수준이다.
학부모가 지출하는 사교육비도 덩달아 가파르게 증가해 2020년 19조4천억원에서 2021년 23조4천억원, 지난해 26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 과정에서 사교육에 참여하는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21년 49만5천원에서 52만4천원으로 7.9%p 올랐다.
국민 대다수의 소득 수준은 눈에 띄게 오르지 않은 상황임에도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 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대선 과정에서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며, 지난해 5월 발표한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사교육 경감’이 포함됐다.
당시 인수위는 82번째 국정과제로 ‘모두를 인재로 양성하는 학습혁명’을 제시했으며, AI 학습시스템·메타버스 활용 맞춤형 학습 등으로 사교육 경감을 추진하고 코로나로 인한 학습결손 해소에 집중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윤 대통령의 수능 발언으로 인한 정치권의 논란과는 별개로 일 년에 수백억원씩 벌어들이는 ‘스타강사’, ‘일타강사’ 또한 사교육비 논란에 다시 불을 붙이고 있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지난 21일 SBS 라디오에서 “일부 강사들의 연수입이 100~200억원에 달하는 것이 공정한 시장가격인가”를 되물으며 사교육 시장에서 초과이윤 문제를 지목했다.
일례로 수학 일타 강사로 알려진 모씨는 교육업계에서 연봉이 300억원대로 추산할 만큼 귀한 몸값을 자랑하며, 이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서울 대치동 일대에선 연봉 100억원을 넘는 일타 강사가 상당수로 알려진다.
국세청 역시 사교육비 부담 가중 문제를 세금 측면에서 대처하고 있다. 학원사업자나 고액 강사에 대해 주기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7월과 올해 4월 등 두 차례의 기획조사에서 국세청은 “수강료를 대폭 인상해 사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하고 강도 높게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도한 가격 인상 등으로 폭리를 취하는 민생침해탈세자는 앞으로도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사무총장이 ‘공정한 시장가격’, ‘초과이윤이 있을 때 문제가 있다’라는 사교육 시장을 향한 문제제기와 궤를 같이하는 대목으로, 전 국민적인 관심사항을 조사행정에 적극 반영해 온 국세청의 업무흐름상 학원가를 향한 세무조사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국세청은 올해 성과관리시행계획에서 ‘민생탈세’ 분야와 관련해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예체능학원과 직업훈련학원을 지목해 검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수능 논란과 함께 정부가 사교육 ‘이권 카르텔’ 문제를 짚고 넘어가겠다고 밝혔고, 26일경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를 앞두는 등 주변 여건을 감안할 때 하반기에 다시 한번 조사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세청 조사국 관계자는 “학원가의 세원 양성화를 제고하기 위해 신고분석을 한층 강화하는 것은 물론 지난 2008년부터 기획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다”고 환기한 뒤 “비단 학원가 뿐만 아니라 대부업과 프랜차이즈업 등 서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업종을 중심으로 기획 및 상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