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밸류업 인센티브 기준으로 타당한지 의문"

2024.04.15 15:06:48

획일적 지배구조 기준, 低밸류기업 우대 가능성도

외환시장 규제 완화 등 기업환경 개선, 근본적 해법

한국경제인협회, 전문가 좌담회 개최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 우수기업에 대해 5종 세정지원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지배구조'를 인센티브 기준으로 활용하는 데 대해 비판적인 시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획일적인 지배구조가 인센티브 기준이 되면 오히려 밸류가 낮은 기업을 우대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일부 우수지배구조 기준이 신산업 진출을 저해해 밸류다운을 유발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기업 성장을 위한 경영환경 개선이 근본적인 밸류업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15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지배구조, 기업 밸류업 인센티브 기준으로 타당한가?'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어떤 지배구조가 우수한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논의와 실증적 검증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지배구조는 각 기업이 처한 상황에 따라 기업의 특성에 맞춰 자율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들도 장기적·근본적 기업 밸류업을 위해서는 금융·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별로 상황이 다양한데 획일적인 지배구조를 밸류업 인센티브의 기준으로 제시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밸류업 인센티브와 지배구조를 연계하는 과정에서 밸류업 기준에 맞는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이라도 재무건전성이 낮을 경우 시장으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며 "이런 기업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역시 "우수지배구조 기준이 과연 측정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라며 "객관적인 연구 결과도 존재하지 않고, 그런 연구가 가능하지도 않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일부 '우수지배구조' 기준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예를 들어 '특수관계인이 개인회사를 갖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은 개인의 사유재산권에 대한 제한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완전모자회사가 많으면 우수지배구조'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자본 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되물으며 "신산업 진출 등 사업 확장이 크게 제한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완전모자회사란 모회사가 자회사의 의결권 주식을 100% 소유하는 관계를 말한다.

 

아울러 "소위 우수지배구조는 '지배주주 보유주식 수가 많은 계열회사와의 내부거래(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이전 예방'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이는 이미 공정위의 면밀한 감시로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은 100억원 이상 내부거래에 대해 공시 의무가 있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기업의 낮은 수익성과 성장성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업지배구조를 비롯한 ESG 등 비재무적 요소가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주장은 실증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며 "밸류업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투자와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장사의 밸류업을 위해 금융사는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거래소는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한계기업을 자본시장에서 걸러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낮은 수익성·성장성 이외에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밸류업을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은 외환시장 관련 규제, 지정학적 위험,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 높은 법인세율, 징벌적 과세·준조세, 높은 상속세율, 반기업 정서 등이 대표적이다. 

 

연 교수는 장기적·근본적인 밸류업 해법으로 "외환시장 규제 완화, 외국인 등록제도 개선 등 금융시장 발전방안이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통해 장기적으로 기업을 밸류업하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한국 증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이를 투자에 참고하는 글로벌 펀드들의 투자자금 유입이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현재 소위 좋은 지배구조라고 제시되는 기준들은 일감 몰아주기 방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소유집중·분산에 따라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좋은 소유구조라는 것은 없으며 좋은 소유구조 자체가 좋은 지배구조 기준이 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유리 기자 kyr@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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