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 졸속 운영에 잇따른 심판 패소

2024.04.22 11:57:33

증여재산 평가기간 확대 요건 '가격변동 특별한 사정 없어야'…심의위, 자의적 해석

조세심판원, 합동심판관회의 열고 지방청 평가심의 '제동'

 

상속·증여재산의 시가를 평가하는 국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과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됨에 따라, 납세자가 불복제기에 따른 2차 고통마저 짊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심판원이 최근 잇달아 내놓은 3건의 심판결정 사례에서 국세청은 모두 패소했으며, 해당 심판사건에서 과세관청은 납세자가 신고한 증여가액을 인정하지 않고 지방청 평가심의위원회를 거쳐 결정한 가액을 증여분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으나 종국에는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가 잘못됐다는 심판결정이 내려졌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에서는 증여재산의 시가 인정은 ‘평가기준일 전 6개월부터 평가기준일 후 3개월까지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평가기간에 해당하지 않는 기간으로서 평가기준일 전 2년 이내의 기간 중에 발생한 매매사례 등도 납세자, 지방국세청장 또는 관할세무서장이 신청하는 때에는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증여·상속가액에 포함시킬 수 있다.

 

문제는 재산평가심의위원회에 상정하기 위해선 상속·증여 물건의 가액이 ‘시간의 경과 및 주위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해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

 

납세자와 과세관청이 맞부딪히는 상황은 해당 조항에서 발생해, 증여재산과 매매사례가액 간에 확연한 가격 변동이 발생했음에도 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는 이를 쉽사리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심판원이 최근 합동심판관회의까지 상정해 심의한 청구번호 ‘조심2023서10486’ 사건의 경우는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있기에 평가기간 외의 매매사례가액을 시가로 볼 수 없다고 심판결정한 사례다.

 

A씨는 2022년 6월29일 부모로부터 서울 강남구 소재 아파트를 증여받으면서 증여세를 신고했으나, 삼성세무서는 2020년 9월4일 비교대상 아파트의 매매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확인한 후 서울청 평가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했다.

 

서울청 평가심의위원회는 2023년 4월25일 쟁점유사매매사례가액이 쟁점아파트의 시가에 해당한다고 보았고, 과세관청은 이를 토대로 그해 8월 A씨에게 증여세를 결정·고지했다.

 

A씨는 비교대상 아파트의 계약일과 증여일까지 약 1년10개월 동안 인근아파트의 재건축사업 시행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및 △△노선 신설 등으로 쟁점아파트 주위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공동주택 가격과 시세 등이 유의미하게 상승했기에 쟁점매매사례가액을 증여세 시가로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반발했다.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있기에 평가기간 외의 매매사례가액을 시가로 볼 수 없다는 A씨의 주장과 달리, 삼성세무서는 ‘서울청 평가심의위원회의 평가 결과 쟁점아파트의 재산형태나 주위환경에 변화가 없어 가격 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이 인정됐다’고 봤다.

 

심판청구번호 ‘조심2023서9608’의 경우도 모친에게서 아파트를 증여받은 B씨가 매매사례가액을 인정할 수 없다고 제기한 불복 사례.

 

B씨는 2020년 7월1일 서울시 중구 소재 아파트를 모친으로부터 증여받고 증여세를 신고했으나, 중부세무서는 2018년 9월12일 매매계약된 같은 단지 아파트의 매매가액을 서울청 재산평가심의위원회에 시가 인정 심의를 의뢰했다.

 

서울청 평가심의위원회는 2022년 9월27일 ‘매매계약일부터 증여일까지의 기간 중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인정된다’고 쟁점매매사례가액을 증여시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결국 중부세무서는 쟁점매매사례가액을 쟁점아파트의 시가로 해 2022년 12월6일 증여분 증여세를 결정·고지했다.

 

이에 반발한 B씨는 쟁점아파트 매매가격은 2018년 대비 2020년 7월까지 꾸준히 상승했고, 공동주택가격·개별공시지가·KB매매평균시세 및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실거래가격지수 등을 통해 확인되기에 쟁점아파트와 매매사례간에는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항변했다.

 

비단, 서울청 뿐만 아니라 인천지방국세청 평가심의위원회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

 

C씨는 2022년 4월7일 부모로부터 서울시 도봉구 소재 쟁점아파트를 증여받고 증여세를 신고·납부했으나, 의정부세무서는 2021년 7월3일에 같은 단지내 매매된 아파트 거래가액을 증여재산가액으로 볼 수 있도록 인천청 평가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했다.

 

인천청 평가심의위원회는 의정부세무서의 의뢰를 받아들여 동일단지내 유사매매사례가액을 C씨의 증여재산가액으로 결정했다.

 

이에 반발한 C씨는 2021년 8월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액이 폭락했으며, 부동산 가액이 최고에 달했던 2021년 7월 이후 증여일까지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것이 분명함에도 9개월 전 매매사례가액을 쟁점아파트의 시가로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조세심판원은 이들 3개 심판청구 모두 납세자의 손을 들어주는 등 지방청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결정이 잘못됐음을 꼬집었다.

 

조세심판원은 합동심판관회의에 상정된 A씨의 심판사건에서 “예외적으로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음을 전제로 평가기간을 확대해 찾을 수는 있겠으나, 이 경우에도 평가기간 확대와 동시에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은 있었다고 추정돼야 한다”고 적시했다.

 

덧붙여 “법령 문언 자체에서 보더라도 ‘시간의 경과’를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의 고려 요소 중 하나로 정하고 있어, 시간경과에 따른 가격변동도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으로 예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을 좁게 인정할 경우 평가기간을 엄격히 제한해 규정하고 있는 취지를 몰각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세심판원은 또한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었다는 사실은, 그 사실을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며, “입증 여부는 그 사실을 판단하는 자로 하여금 평가기준일과 매매계약일 기간 중 가격변동의 상당한 변화가 있어 평가기간 확대를 허용하는데 상당한 의문을 가지게 하는 정도면 족하다”고 밝혔다.



윤형하 기자 windy@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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