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과세 필요" 전문가들 "낮은 소득세부터 올려야"

2024.05.27 13:12:16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 "고소득·자산가, 비과세·저율과세로 세부담 낮아"

조상호 세무사 "1년간 순자산 증가분 종합해 과세소득별로 분류 과세"

이상민 연구위원 "주식 양도차익 소득 범위 확대보다 금투세 더 중요"

 

 

저성장,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재정 확보를 위한 증세가 필요하다며 소득세율 인상,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필요성을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세무사모임(대표·조상호)은 27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22대 국회 조세재정분야 입법방향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누진적 보편증세의 기조 하에 포용과 혁신의 조세체계를 구축하고 중부담-중복지에서 필요한 세수를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소득세 강화방안으로는 최고세율 적용 과세표준을 하향하고, 전 소득구간에서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법인세는 최고세율을 25%로 유지하고 세율 구조를 2~3단계로 단순화해 최고세율과 최저세율의 격차를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복지세를 도입해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의 세액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납부세액의 10%를 세율로 정하고,  상위 0.1%에 행복세(한국형 보유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증세 필요성에 공감대를 갖고 소득세율 인상,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낮은 소득세부터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저세율 6%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며 “우리나라 소득세 명목세율(중저구간 과표 구간)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소득·자산가 계층은 자본소득 비중이 높은데도 비근로소득에 대한 다양한 비과세 또는 저율과세로 세부담이 낮다”고 진단했다.

 

또한 “고가의 1세대1주택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또는 폐지가 필요하다. 일반 부동산공제율보다 다소 높은 공제( 연3%, 한도 45%)만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투세는 원안대로 가고 거래세를 폐지하는 한편, 장기투자감면만 줘야 한다”며 “이와 함께 여러 손실 이익을 통산해 주고, 이월공제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부세와 재산세는 이원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부동산세제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기형적 구조”라며 “부유세가 가까운 징벌적 종부세가 더해지고 재산세는 낮은 세부담을 낮춰준다. 이는 거래세는 낮추고 보유세는 높인다는 원칙에 위배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세제개편의 원칙으로 ‘넓은 세원, 낮은 세율’에서 ‘넓은 세원, 적정 세율’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과세정상화의 1차과제로 비과세·감면의 축소로 실효세율을 회복하고, 적정세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명목세율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특히 “간접세가 아닌 개인소득세와 재산과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제적 지대에 대한 과세 강화에 역점을 둬야 한다”며 “기업의 소득이 아닌 초과이윤에 과세하고 부동산자산의 정상수익 초과소득에 대한 과세방안으로 주택보다 토지 위주의 과세”를 강조했다.

 

조상호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세무사모임 대표는 “상위 약 1%의 납세자가 종합소득세 세수의 50%와 법인세 세수의 약 90%를 부담하는 상황이라면 증세 정책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5년간 법인세를 10원도 내지 않는 법인이 절반을 넘는다면 이들에 대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법인소득에 대한 최저세율을 인상하고, 개인 유사 법인에 대해서는 개인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고려할 때”라고 주장했다.

 

특히 “법인세의 비과세 감면 축소와 새로운 세목에 대한 과세도 중요하지만 보다 조세정의에 합당하고 납세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세제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자산금융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폐지하고, 현행 소득별로 분류 계산해 합산하는 것이 아니라 1년간 순자산의 순증가 부분에 대한 소득을 종합해 과세 소득별로 분류해 과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상속세를 현행 유산세 체계에서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 조세정의 개념에 부합한다며 세수 때문에 유산취득세로 이행하지 못한다면 일본식 유산취득세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 정부의 감세조치 중 가장 세수감소 효과가 큰 정책은 법인세율 인하“라며 ”우리나라는 다른 OECD 국가보다 사회복지금을 큰 폭으로 내는 대신 법인세를 다소 많이 부담하는 구조로 전체 구조를 비교하지 않고 법인세율만 고려하는 것은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부동산관련 세금은 경제적 실질 및 조세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정시장가액 비율인하, 종부세 적용금액 인상, 세율 인하 등 종합적인 감세정책을 통해 2022년 3조3천억원의 종부세 세수가 2023년 1조5천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금융관련 세금 인하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의 대원칙을 위배한다“며 금투세 도입 필요성을 힘줘 말했다. 그는 ”금투세는 주식 뿐만 아니라 파생상품, 펀드 등의 양도차익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주식 양도차익 소득의 범위를 넓히는 것도 필요하지만 모든 금융관련 소득에 일반적으로 과세를 하는 금투세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저출산, 빠른 고령화 등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적극적인 재정을 통해 경제활력을 살리고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정책을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고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소득과 자산소득의 양극화라는 측면에서 보편적 세율을 조정해 세수증대를 하는 것은 증세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금융투자소득세를 형해화해서는 안된다“며 ”자본시장이 발달한 나라를 위한 세제인 만큼 시작을 하고 단기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항을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선명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현장 질의에서 “현장에서 보면 법인과 개인사업자의 세금에 대한 인식이 낮다. 세금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증세도 중요하지만 보편적 세금 납부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것이 첫 디딤돌”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kyr@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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