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경제단체 "지배구조 규제 남발, K-디스카운트 심화"

2024.09.11 08:06:51

경제단체 8곳이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법안에 반대하는 공동건의서를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경제단체들은 기업 자율성을 해치는 과도한 규제로 글로벌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영권 공격세력에 악용될 여지도 우려했다.  

 

10일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국내 8개 경제단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법안들 중 기업경영과 투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규제사항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모아 11일 국회와 정부에 공동 건의했다. 건의서에는 한경협과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가 이름을 올렸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8월말까지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온 상법 개정안 18건 중 14건이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무위에도 최근 ‘상장회사지배구조법 제정안’이 올라왔다. 

 

이들 법안의 주요 내용은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 외에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가 이사를 선임할 때 집중투표제 실시 의무화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 △독립이사제 도입 및 이사회 구성방식 강제 △권고적 주주제안제 도입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이 담겨 있다.
 

경제단체들은 이런 규정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소수주주 권한을 강화시키는 효과보다는 경영권 공격세력이나 단기수익을 노리는 글로벌 헤지펀드에게만 유리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발의안들은 이사들을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로 뽑도록 강제하고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선출하도록 하는데, 이 경우 최대주주 대신 2~3대 주주들 입맛에 맞는 이사들이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단체들은 2003년 외국계 행동주의펀드 소버린이 SK를 공격해 약 1조원의 단기차익을 거두고 한국에서 철수한 사례를 들며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공격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결국 국부유출이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와 비교해도 법적 강제가 심한 현행 상법상의 이사회 구성방식을 더욱 강화시켜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단체들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나 이사에 공정의무 부과 △ESG 이슈에 관해 주주들이 적극 의견을 개진하도록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 현장주총과 전자주총을 병행 개최 등도 소수주주에게 실질적 혜택을 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사 충실의무 확대는 불만 주주들의 소송 남발로 기업들의 신산업 진출이나 M&A는 물론, 과감한 투자 집행에 차질을 초래할 수 있으며 자금조달 위축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권고적 주주제안’도 문제삼았다. "주주총회 진행을 매우 어렵게 만들 수 있고, 일부 주주들이 기업 주총을 사회운동의 장으로 변질시키거나 행동주의펀드가 주주제안권을 남발해 기업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주주총회 역시 사회적 약자(노령층, 장애인 등) 소외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또한 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에게 현장주총과 전자주총 병행 개최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고 기업 현장에 큰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단체들은 "2020년 상법 개정으로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강화 등 이미 과도한 지배구조 규제가 도입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규제 강화 입법을 멈춰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의 MSCI 선진지수 편입을 통한 대규모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 유도 △상속세 등 불합리한 과세체계 개편 △기업 성장과 미래 신성장동력 촉진 등을 통해,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근원적으로 높여나가는 정책 지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김유리 기자 kyr@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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