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사인연합회, 제19회 감사인포럼 개최
외부감사법상 외부감사인에 대한 과징금 신설은 중복부과·남용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본시장법, 공인회계사법, 외부감사법에 모두 과징금 부과 규정이 있어 과도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과징금은 원칙적으로 기타의 제재 처분과 동시에 부과될 수 있는 만큼, 동일 행위에 대해 과징금, 형벌 및 다수의 행정상의 제재가 연쇄적·중첩적으로 부과된다면, 이중처벌의 금지, 무죄추정의 원칙, 비례의 원칙, 적법절차 원칙 및 권력분립 원칙 등을 위반하는지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감사인연합회(회장 김광윤)는 6일 공인회계사회관 5층 대강당에서 ‘외부감사인의 법적 책임과 감리절차 상의 개선과제’를 주제로 제19회 감사인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부감사인의 민사·행정·형사책임 관련 개선과제, 회계감리 절차 관련 개선과제를 짚었다.
권 교수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거래 인과관계를 광범위하게 추정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외부감사인의 책임범위를 넓히는 것”이라며 “피감회사 이사가 분식회계하는 것과 외부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고의로 부실하게 작성하는 것은 별개의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감사인이 연대책임을 피하기 위해서는 고의가 없었음을 증명해야 하지만 규모가 작은 회계법인이나 감사반으로서는 증명이 버거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외부감사인 손해배상책임의 제척기간을 8년으로 정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공인회계사가 부담하는 다른 손해배상책임과의 정합성이 미흡해 외부감사인에게 가중된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또한 행정 책임 관련 “회계법인 대표이사의 책임 강화는 오히려 외부감사인의 감사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의 자본시장법과 공인회계사법에 따른 과징금 부과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추가해 외부감사인에 대한 과징금을 신설한 것에 대해서는 제재의 중복 부과와 그 남용이 우려된다”며 “외부감사인의 책임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중소규모 회계법인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과징금의 납부로 인해 중소 규모 회계법인의 파산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증선위 의사록에 피조치자에 대한 제재 관련 심의 내용을 제대로 증명해야만 증선위 의결이 선례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감사인·회사에 충분한 방어권 필요", "다양하고 중복적 처벌규정 산재, 정비해야"
토론자로 나선 이영한 서울시립대 교수(전 증선위 감리위원)는 “증선위 감리조치의 결정은 감사인과 회사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행정조사의 법적 위상 뿐 아니라 향후 소송 및 과징금, 징계, 경력 등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중요성이 있으므로 감사인과 회사 모두에게 충분한 방어권이 주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증선위의 결정은 회사 입장에서는 대표이사 해임권고, 검찰 고발, 거래소의 실질심사 대상 선정 등의 후속조치와 연결돼 있다. 감사인 입장에서는 징계조치, 업무제한 등 업무상·경력상 조치, 투자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주요 근거자료로 인용된다.
아울러 피조치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과 함께 증선위 의사록이 선례로서의 역할을 할 수준이 되도록 5명 심판관에 불과한 증선위와 감리위원회의 위원 수 또는 지원조직 직원수를 늘리는 등의 조직 강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종만 등록회계법인협의회장(신한회계법인CEO)는 “하나의 감리 결과에 너무 다양하고 중복적인 처벌 규정이 산재해 이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규종 금융감독원 감리1국장은 “감리업무를 수행하다 보면 일부 감사인의 감사조서 작성이 매우 부실한 사례가 다수 확인된다”며 “감사인의 정당한 감사절차 수행을 입증하는 가장 중요하고 근본적인 방법은 감사조서의 충실한 기재”라고 강조했다.
또한 회계법인의 규모와 무관하게 매 감사업무 과정에서 감사조서를 충실하게 기재하고, 감사조서의 보관을 철저히 수행할 것을 주문하고 “이를 위해 회계법인 대표이사와 품질관리 담당이사 등에 대한 중요한 감사 실패에 대한 책임 부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3년에서 8년으로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시효 연장은 외감법 도입시 다양한 제도와 함께 시행돼 단순히 손해배상책임 기간만으로 가중함을 판단하기 어려우며, 국내 심사·감리 주기가 10년 크게 초과하는 점에서 8년의 기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개선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태현수 금융위 자본시장국 회계제도팀장은 “외부감사법이 손해배상청구권의 제척기간을 8년으로 정한 것과 관련해 합리적인 제재 운영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경영진과 회사의 대주주 등이 교체된 경우 과거 회계부정 제재의 효과는 위반행위 발생 당시의 행위자 및 경영진뿐만 아니라 현재 회사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법적안정성과 투자자 보호 등의 관점에서 제재제도의 합리적인 운영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재심이 없는 회계감리 사건의 경우 증선위 자문기구인 감리위원회를 거쳐 증선위에서 상정되는데, 감리위원회 단계에서 감독당국이 제재의 근거로 판단한 부분에 대해 충실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의 분식회계로 결정될 경우 기업의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도높은 제재가 부과되는 만큼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제재와 함께 피제재자의 소명 기회를 부여하는 등 충실한 제도적 보완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