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홍 변호사 "국가보조금 위반결정 조세예규에
EU 저세율국과 미국 다국적기업 대부분 관여"
EU가 BEPS와 더불어 회원국의 조세경쟁에 대한 EU 차원의 대응책으로 국가보조금 제도를 강력히 집행하고 있는 가운데, 조세예규 관련 국가보조금 분쟁은 국제조세질서의 두 축을 형성하는 미국과 EU의 국제조세전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BEPS 이후 EU가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대응에 중점을 두면서 이전가격 문제를 다루는 조세예규에 대해 적극적으로 국가보조금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보조금 위반 결정이 된 조세예규는 EU 저세율국과 미국 다국적기업들이 대부분 대상이다.
김정홍 법무법인 광장 외국변호사는 1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조세관련학회 연합학술대회에서 ‘EU 국가보조금과 유해조세경쟁’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지난 9월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세제 특혜를 제공해 EU 국가 보조금 규정을 위반했다는 EU 집행위원회 판단이 유효하다고 최종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아일랜드 정부에 약 20조원 이상(140억 유로+이자)에 해당하는 국가보조금을 환수하라고 명령했다.
이 판결은 EU 차원에서는 다국적기업 조세회피와 불공정 조세경쟁에 대한 큰 승리로 평가되는 반면, 국제조세학계에서는 판결의 법리적 타당성을 두고 상당한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OECD 이전가격지침을 국가보조금 판단의 준거규범으로 하는 문제에 관해 피아트와 아마존 판결에서 제시된 법리가 애플 사건에서 왜 적용되지 않았는지, 2010년 OECD에서 채택된 AOA가 과거로 소급해 적용규범이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EU 집행위원회가 환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배경으로 최근 십여년간 국제조세 논의의 중심에 있는 BEPS와 더불어 각 회원국의 조세경쟁에 대한 EU 차원의 대응책으로 강력히 집행되고 있는 EU 국가보조금 제도를 지목했다.
1990년대 후반 EU 차원에서 유해조세경쟁이라는 국제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행동규범그룹과 국가보조금이라는 두 개의 제도가 병행 운영돼 왔다. 양 제도는 기본적으로 상호 보완관계에 있다.
EU의 국가보조금 규제는 BEPS 이전에는 회원국의 일반적 조세제도를 대상으로 선택적 혜택을 부여하는지를 검토해 왔다. 그러나 BEPS 이후에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대응에 중점을 두면서 이전가격 문제를 다루는 조세예규에 대해 적극적으로 국가보조금 결정을 내리고 있다.
김 변호사는 “현재까지 조세예규에 관한 국가보조금 결정에 대한 EU 법원의 판결을 보면 이전가격지침이 국내세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준거제도 기준에서 집행위원회가 패소하는 사례가 더 많으나 가장 최근 애플 국가보조금 판결은 이와 다른 결론을 내려 다소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국가보조금 위반 결정이 된 조세예규들을 보면 대부분 EU의 저세율국과 미국 다국적기업들이 관여됐다”며 “이는 결국 유해조세경쟁을 통한 국제적 조세회피에 EU가 국가보조금이라는 강력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조세예규 관련 국가보조금 분쟁은 국제조세질서의 두 축을 형성하는 미국 대 EU의 국제조세전쟁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EU는 단일시장이라는 핵심적인 가치의 유지와 강화를 위해 회원국의 조세제도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고 특히 직접세 분야의 조화 작업을 꾸준히 수행해 왔는데, 회원국의 조세예규에 대한 국가보조금 규제는 결국 EU법(TFEU 제107조)의 강력한 집행을 통한 또 다른 BEPS 대책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다만 “애플 판결에서 집행위원회의 승소 결과에도 불구하고 조세예규에 대한 국가보조금 규제의 정당성과 법리적 타당성을 두고 논란이 여전하고, 특히 집행위원회가 OECD의 이전가격지침을 준거제도로 삼는 것은 회원국의 조세주권을 침해하는 무리한 법 집행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EU의 국가보조금 규제가 적용대상으로 기존의 BEPS나 EU의 조세회피방지지침(ATAD)으로 다루지 못하는 유해조세경쟁 관련 제도에 한정한다면 계속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U 차원에서 적극적인 입법으로 법인세 개혁안(BEFIT)과 이전가격지침안이 유해조세경쟁에 대한 대책으로 제안되고 있으나 이러한 지침의 합의에는 EU 이사회 만장일치라는 큰 장벽이 있어 현실적으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변호사는 “필라2가 전세계적인 규범으로 정착되고, OECD의 유해조세제도포럼이 지속적으로 각 국가들의 제도를 점검해 나간다면 특혜조세제도나 개별 기업에 대한 조세예규를 통한 조세경쟁은 앞으로 점점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세금을 줄여 투자를 유치하고 이에 따른 소득이전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면, 조세경쟁은 계속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허원 교수 "트럼프 2기, EU 기업 상대 보복성 조치 가능성"
“국가간 조세경쟁, 고액자산가 등 개인 대상으로도 활발"
토론자로 나선 허원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는 “트럼프는 선거 공약으로 법인세 인하·규제 완화·고율 관세 부과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신미국 산업주의’를 천명했는데, 이에 비춰봤을 때 향후 EU와 미국의 국제조세 측면의 대립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EU의 대응조치에 대해서도 기존 정부 차원의 항의를 넘어서 EU 기업들을 상대로 한 보복성 조치 가능성도 예측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또한 “국가간 조세경쟁은 이제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고액자산가 등 개인을 대상으로도 활발해지고 있다. 최근 많은 국가들이 세제혜택을 통한 자본·투자이민에 관심을 갖고 이민제도들을 마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