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서,암투병 권춘오 조사관돕기 성금모금

2005.12.22 00:00:00

'저 하얀 눈길을 같이 걸을 수 있는 기적을…'


세밑 경기침체로 각박하기만 요즈음 국세공무원들이 암투병 중인 동료직원을 돕기 위해 동료애를 발휘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최근 정읍세무서(jeongeup@nts.go.kr,서장·박현수) 직원들은 특별한 차를 한잔씩 마셨다.

 

박현수 정읍세무서장(中央)이 권춘오 조사관에게 성금을 전달하고 있다.

 


징세계 직원들이 차를 보약처럼 생각하며 손수 다린 차를 모든 직원들에게 돌린 것이다. 직원들은 훈훈한 정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향긋한 한 잔의 차를 마시며 암투병 중인 권춘오 조사관(37세)을 생각했다.

자칫 생색내기로 오해하기 쉬운 바자회나 일일찻집을 운영하는 것보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한방차를 대접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인삼과 대추를 넣고 직접 다렸다는 채현숙 징세조사과장은 각 과 사무실을 돌며 직원들에게 차를 따라줬다.

미리 E-메일을 받은 직원들은 권 조사관의 근황과 사진을 지켜보고 너나할 것 없이 성금을 내놓았다.

이후 박현수 서장이 중심이 돼 손수 마련한 금일봉과 함께 직원들의 성금을 권 조사관 집으로 찾아가 직접 전달하며 위로·격려했다.

박 서장은 이날 "병마와 싸우고 있는 권춘오 조사관은 병수발을 하고 있는 아내와 두 자녀에게 가장으로서 자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어 미안하다고 말하는 등 현재 딱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권 조사관은 현재 척추종양(암)으로 인한 휴직상태로 내년 3월이면 직권면직 처분을 받게 돼 그동안 받던 50여만원의 급여마저 받지 못할 형편으로 주위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정읍세무서 징세조사과에 근무하는 이민호 조사관은 동료직원 권춘오 조사관의 병문안을 하고 난 뒤 같은 직장 동료로서 안타까운 심경을 글로 표현해 주위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권춘오 조사관의 안타까운 사정이 주위의 국세가족에게 알려진지도 3년여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권 조사관이 앓고 있는 질병은 척추종양(암)으로 1차례의 수술을 받았지만 암이 뇌로 전이가 돼 서울대병원에서도 척추부분의 암이라 더이상의 수술은 어렵다고 해 현대의학으로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은 진통제 처방 이외에는 더이상 없다고 합니다.
권 조사관은 병가원을 제출할 때에도 힘이 들어서 2층에 있는 관리팀에 올라가지 못해 1층에서 병가원을 제출하고 갔으며,그동안 많은 분들의 관심과 정성에도 불구하고 병세가 더 악화돼 현재는 거동이 불가능해 집에 누워서만 지내는 상태입니다.
직원들이 집을 방문하겠다는 연락을 받고서 일부러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등을 기대고서 방문객을 맞이했으나 그것도 5분 정도가 지나자 힘들어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우리 옛말에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그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부인이 너무 많이 지쳐 있었으며 대화 중에 한 가정의 가장으로 책무를 다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과 자신의 병보다는 가족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이 우리를 더욱더 안쓰럽게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휴직만료일이 불과 5개월정도 남았으며 이 기간내에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직권면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부인 또한 전업주부로 생계가 막연한 상태입니다.
금번 지난 12월 4∼5일 큰 폭설로 정읍은 기상관측이래로 40센치가 넘게 내린 눈 때문에 출퇴근길에 불편하고 혼잡했으나 그 눈길을 걷고 싶어도 걸을 수 없는 권 조사관을 생각하면서 비록 우리의 업무가 힘이 들 때도 있지만 현재 내 자신이 무슨 일인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행복한 것 같습니다.
비록 박봉의 급여로 수시로 찾아오는 애경사에 사람의 도리를 다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지만 연말을 맞이해 한번쯤은 어려운 직장동료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져 작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번 가졌으면 합니다.'



오관록 기자 gwangju@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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