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납세제 도입 논란

2003.02.03 00:00:00

조세회피수단 악용 VS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가 모기업과 자회사를 단일 과세단위로 간주해 소득을 합산해 과세하는 연결납세제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이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기업들 역시 그동안 이 제도의 도입을 건의하는 등 줄기차게 논란이 돼 왔던 사항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정부가 기업 투명성을 위해 기업에 요구하는 결합재무제표제도와 부합하는 것이어서 도입을 두고 정부와 재계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계는 외환위기이후 정부가 기업들에게 지주회사체제로 바꾸도록 유도해 놓고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하지 않아 지주회사체제 전환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경제계의 시각이다.

정부의 방침은 공적자금 투입 등으로 적자재정이 편성되고 있는 상태에서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할 경우 심각한 세수 감소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자칫 기업들의 조세회피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 때문에 미뤄온 것이 사실이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단체들은 연결납세제도를 조속히 도입해 줄 것을 정부에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연결납세제도 도입을 포함하는 세제개편 건의안을 지난달 18일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건의 내용은 기업이 회사를 분할한 뒤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때 세금부담이 늘지 않도록 해야 하며, 기업의 조세부담을 낮춰 기업의욕을 높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자회사 전체 소득을 합해 세금을 매기기 때문에 한 회사라도 적자가 나면 전체 이익이 줄어 기업으로서는 세금 부담이 낮아진다.

현재 각각 세금을 내고 있는 모회사인 A기업과 자회사 B기업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두 기업 소득을 합해 A기업만 세금을 내게 된다. 예를 들어 A기업이 1년 동안 흑자 1천억원, B기업이 적자 500억원을 냈다 하면 A기업은 합산 결과인 500억원 흑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연결납세제도가 도입돼도 실제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대기업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와 정부는 새로 도입키로 한 연결납세제도의 연결대상회사 기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회원국 수준보다 크게 높은 100%로 정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경우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어야 연결납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사업분할을 통한 구조조정 기업이나 금융지주회사들만이 실제로 세금 감면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재경부 역시도 연결기준을 100% 적용해야 기업들의 세금 탈루를 막고 자유로운 조직선택을 통한 구조조정 촉진 등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부분의 재벌그룹들의 내부 지분율이 10%를 넘지 않고 있어 재벌기업들은 연결납세 대상에서 제외되는 반면, 사업분할을 통한 구조조정 기업이나 금융지주회사들이 주로 혜택을 받게 된다. 현재 OECD 주요 회원국의 연결대상회사 기준은 미국 80%, 프랑스 95%, 영국 75%, 독일 50%, 일본 100% 등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기업이 조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구조조정과 지주회사 설립을 촉진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긍적적인 측면이 있는 반면, 내부거래와 손익의 상계로 세수 감소를 초래하고 결손법인 인수를 통한 조세회피 수단으로 이용될 부작용도 있다.

김진수ㆍ이준규 경희대 교수는 연결납세제도에 관한 협동연구를 통해 정부는 '99.4월 계열기업간의 복잡한 출자관계를 지주회사와 자회사로 단순화해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화하고 분사화의 촉진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고자 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을 허용했으나, 지주회사의 설립 허용요건이 까다롭고 우리 세제가 연결납세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지주회사의 설립 및 전환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이 지배종속관계에 있어 경제적인 일체성을 유지한다면, 연결납세제도를 통해 이들 회사의 손익을 통산해 과세하는 것이 경제적 논리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그들은 그러나 연결납세제도가 도입되면 법인세 세수의 감소 가능성, 회계처리 방법의 복잡화, 기장작업의 과도한 비용 소요 등과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우려도 있는 반면, 우리 나라의 현행 법인세제에 보다 가깝고 연결납세의 내용이 간단하고 조세회피행위에 의한 조세 탈루를 쉽게 방지할 수 있는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지주회사제도의 활성화와 기업의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수 있고 대외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다.

앞서서 지적한대로 현재 미국,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오스트레일리아 등 선진 18개국이 이미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들은 '외환위기이후 정부가 재벌그룹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결합재무제표를 작성, 제출하도록 했을 때부터 재벌기업들은 연결납세제도도 함께 도입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허용되지 않았으며, 정부가 지금까지 연결납세제도를 허용하지 않은 것은 이 제도가 조세회피를 위해 적자사를 인수하거나 흑자사를 그룹에서 연결하는 등의 편법 성행과 함께 모회사의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돼 재벌그룹의 경제력이 오히려 집중되는 것'을 우려해서라고 밝혔다.

그들의 논지를 빌리면 현행 제도하에서는 초기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을 사업부제로 동일 법인내에 두면 세금부담이 줄지만 별도 법인으로 분사하면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있게 되지만, 연결납세제도가 도입되면 자회사로 분사를 하든 사업부제를 하든 세금부담이 똑같기 때문에 분사나 인수합병(M&A) 등 기업조직을 탄력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장점이 있게 된다.필요에 따라 기업의 구조조정이 촉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 제도의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보고 있다. 시행이 늦으면 늦을수록 우리 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도 '기업 및 주주과세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지주회사의 과세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연결납세제도가 도입돼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즉 지주회사와 자회사간의 거래에서 손익을 각각 인식하면 이는 동일한 회사내의 사업부간 거래에 대해 손익을 인식하는 것과 결과적으로 같으며, 따라서 법적 형식에 따라 지주회사와 자회사 등에 대해 각각 개별적으로 과세하면, 거래 중에도 미현실된 소득이 과세되는 문제가 발생되고 결손금 상쇄상 불이익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지주회사와 자회사 중 어떤 것은 소득이 발생하고 어떤 것은 결손이 발생하는 경우 현행법에서 각각 개별적으로 과세받으면서 이월결손금을 공제함에도 불구하고, 동일 법인내의 사업부문과 같다고 보아 동일 경제주체로서 과세한다면 사업부문간 결손과 이익을 바로 상계할 수 있는 반면,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에 대해 따로 과세하게 되면 그만큼 조세부담이 증가돼 법인기업의 경쟁력이 떨어뜨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서로 특수관계에 있는 지주회사와 자회사들간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경우 부당한 내부거래에 의해 손익을 서로 이전시키는 그룹기업간 손익 조작을 조장하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어 연결납세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연결납세방법은 모회사는 납세대리인이 될 뿐이고, 각 자회사는 자기에게 배분되는 연결납세액의 납세의무자가 되고 모회사가 직접 납세의무자가 되고, 세액은 각 자회사에 배분하는 방법이 있는데, 모회사가 납세대리인이 되는 것이 우리 나라에 적합할 것이란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여하튼 재경부는 이미 연구기관에 관련 용역을 준 상태며 연말까지 용역 결과가 나오면 내년 상반기에 법안을 개정, 정기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이런 일정이 예정대로 추진될 경우 경제계가 끈질기게 요구해 왔던 연결납세제도는 이르면 2004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먼저 결합재무제표를 만들어야 연결납세가 가능하다. 현행 결합재무제표 시스템(자산 70억원이상인 주식회사로 지분율이 50%이상 또는 30%를 초과하고 최다 출자자인 경우)을 그대로 활용하면 대상 기업이 많아져 세수 감소가 막대해질 뿐만 아니라 연결납세제도 도입 취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의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차원에서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에 조세상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가 연결납세제 도입과 함께 대기업 집단의 결합재무제표 관련 제도를 크게 바꾸기로 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지난해 6월말 현재 결합재무제표 작성 기업은 13개사에 불과하다. 당초 근거법령인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는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와 상호채무보증 금지대상인 자산총액 2조원이상 기업집단은 40개사에 달하지만 정작 27개사는 작성을 면제받고 있다.

SK, 현대자동차, 금호, 현대중공업, 한화, 두산 등이 빠져있는 대신 삼성그룹과 LG그룹을 비롯해 한진ㆍ동부그룹은 결합재무제표 작성 대상에 포함돼 있다.

결합재무제표 작성 대상을 늘리기 위한 조치는 표면적으로 연결납세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측면이다. 연결재무제표만으로는 기업집단내 모든 기업들이 파악되지 않기 때문에 결합재무제표를 근거로 그룹내 전체 기업을 대상으로 연결납세를 시행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결합재무제표 작성 대상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연결납세제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기업을 확대하는 조치 등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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