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ㆍ증여세법 논쟁 - 유형별 포괄주의 VS 완전포괄주의

2003.03.06 00:00:00

[찬성]집행규정 구체화 - [반대]과세 제대로 못한탓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취임하면서 그가 조세정책 중 가장 핵심사항 공약으로 내세운 상속ㆍ증여세법 완전포괄주의 도입을 두고 전문가들의 논란이 뜨겁게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국회 재경위에서조차 의견을 달리하는 등 혼선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쟁점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현행 상속ㆍ증여세법이 유형별 포괄주의로 변칙적인 증여나 상속을 할 경우 과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어서 이를 도입하되 위헌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나라에도 독일의 조세기본법 제42조에 '일반적 조세회피행위 부인 규정'과 같이 부당한 편법적 조세회피를 인정하지 않도록 세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둘째,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에 제7조와 제31조 규정에 완전포괄주의가 규정돼 있어 새로운 법 규정을 명문화 하는 것은 중복이며, 마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해 과세체계의 근본을 바꾸는 것처럼 홍보돼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 상속ㆍ증여세법의 유형별 포괄주의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의 경우 과세를 할 수 있는 13가지 유형을 증여세법에 열거하고 이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제한적)유형별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따라서 세법에 명시되지 않은 다양한 새로운 금융기법에 의한 사전 상속 및 증여의 경우 조세법률주의에 의해 원천적으로 과세가 불가능하게 돼 있고, 현행 세법에서는 다양하게 개발된 새로운 금융기법에 의한 증여를 모두 세법에 일일이 열거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상속ㆍ증여세법의 획기적 개정을 통한 변칙적 사전 상속 및 증여방법을 차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완전포괄주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완전포괄주의는 상속 및 증여세법에 열거된 과세대상이 아니라도 명백하게 무상이전에 의한 경제적 이득이 발생한 경우 실질과세 원칙에 따라 과세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납세자연합회는 증여세에 완전포괄과세제도를 도입할 경우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하는 위헌의 소지가 있고, 과세당국에서 조세권한을 남용할 소지가 있어 이의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하고, 과세대상과 세율은 법으로 정한다는 조세법률주의는 존중되고 지켜져야 하며, 조세법률주의라는 형식논리보다는 현실 반영의 법 개정이 요구된다며, 선진국에서는 '일반적 조세회피 부인 원칙(GAAR: General Anti-Avoidance Rule)'이 법제화돼 있어 납세자가 납부할 세금에 대해 고의적으로 회피할 경우, 납세자가 과세가 부당하다는 명백한 입증자료를 제시할 수 없을 때에는 과세 당국이 납세자의 이의를 부인하는 권한을 법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조세법률주의의 위헌 시비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것.

특히 우리 나라에도 독일의 조세기본법 제42조에 '일반적 조세회피 행위 부인 규정'과 같이 부당한 편법적 조세회피를 인정하지 않는 조세법 개정이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만약에 우리 나라의 국세기본법에 독일과 같이 '일반적 조세회피 행위 부인 규정'을 신설하고, 개별세법인 상속 및 증여세법에서 현행 소득세법 제41조 및 법인세법 제52조와 같이 '부당행위 부인 규정'을 둔다면 편법적 부당한 상속ㆍ증여세 회피를 방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에서 '유형별 포괄주의'라 해 13가지만 과세할 수 있도록 열거된 규정을 예시 규정으로 바꾸고 '완전 포괄주의'를 도입한다면 조세법률주의를 위반한다는 위헌론 시비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이와 함께 일본 헌법 제12조에 '국민은 자유 및 권리를 남용해서는 안 되며, 공공복지를 위해 이를 이용하는 경우 그 책임을 져야 한다'와 같이 조세회피를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개인의 권리남용 내지 악용'으로 간주한다면 상속ㆍ증여세의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해도 조세법률주의 위헌시비는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덧붙여 민법에도 '권력 남용을 부인'하는 규정이 설정돼 있으나 상위 법인 헌법과의 상ㆍ하위 법간의 조화적 연계가 빠져 있다며, 우리 나라 헌법에도 공공의 이익에 반해 개인의 자유 및 권리를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수용해 설치한다면 완전포괄주의의 과세제도 위헌 판정시비는 완전히 방지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은 제한적(유형적)포괄주의로 제42조에 따르면 '제33조 내지 제41조4에서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증여의제 외에 위 개별규정에 준하는 경우 및 위에서 정한  것 외에도 일정한 요건에 해당되면, 증여의제로 보아 과세하겠다'고 해석되며, 제33조 내지 제41조4와 유사하지 않는 방식과 이익에 대해서는 과세할 수 없어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위헌시비에 대해서는 지나친 조세법률주의에 집착, 공공의 이익에 반하고 또다른 재산권 침해를 초래하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국세청의 지방청장 출신이며 한나라당 소속 의원인 김정부 의원도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은 유형별 포괄주의라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 재경부 입장
재경부 역시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은 유형별 포괄주의이므로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

전윤철 전 재경부 장관은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나오연 재경위원장이 현행법에 완전포괄주의를 담고 있다고 지적한데 대해 "제32조가 포괄주의를 천명하고 있지만 누구에게 얼마의 세율을 부과할 것이냐는 것이 구체적으로 법규화돼 있지 않아 선언적 규정으로 거의 사문화됐다는 것이 재정경제부 의견이다"며 노 대통령의 발언은 제32조를 구체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규정을 보완하겠다는 뜻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

◇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 완전포괄주의 가능
한나라당 소속이며 재정경제위원장인 나오연 의원은 "현행 상속세법에 완전포괄주의 규정이 있는데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상속세법을 개정해서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법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주장한다.

재무부 세정차관보 출신인 나 의원은 지난달 19일 재경위에서 "재벌의 세금없는 상속ㆍ증여를 철저히 봉쇄하겠다는 취지에는 나도 찬성하지만 이미 있는 규정을 또다시 입법화하는 것은 불필요한 것이다"며 " '96년에 이미 포괄주의를 규정한 상속세법 제32조가 통과됐는데도 당국이 제대로 집행을 안 하고 있을 뿐이고, 이 문제는 행정당국이 시행령 등 운용상의 문제를 명확히 해서 집행하면 되는 것이지 입법문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속세법 제31조(증여재산의 범위)에 '증여재산에는 수증자에게 귀속되는 재산으로서 금전으로 환가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과 재산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과 재산적 가치가 있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모든 권리를 포함한다'고 돼 있어 이는 포괄적 규정이며, 아울러 제32조(증여의제 과세대상)에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유형 무형의 재산(경제적으로 환가할 수 있는 경제적 이익 및 법률상 또는 사실상 권리를 포함한다)을 직ㆍ간접적으로 무상 이전을 받은 경우에는 그 무상으로 이전된 그 재산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새삼스레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헌법재판소로부터 부부자산소득 합산과세에 대해 위헌판결을 이끌어내는데 중심적 역할을 한 김면규 세무사는 상속재산에 관한 4개條의 의제 및 추정규정(제8조∼제10조, 제15조)과 증여재산에 관한 17개條의 의제 및 추정규정(제35조∼제45조)을 보고, 이 법이 열거주의라고 단정해 열거되지 않는 재산에 대해 과세할 수 없다고 보는 측면은 잘못된 판단이라는 견해다.

그는 현행 상속 및 증여세법 제7조 '피상속인에게 귀속되는 재산으로서 금전으로 환가할 수 있는 모든 재산적 가치가 있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모든 권리를 포함한다'는 규정과 제31조 역시 무형적 재산을 모두 포함하고 있어, 이 두 조항을 살펴보면 모든 유ㆍ무형의 재산에 대해 과세대상으로 삼는다는 포괄적 표현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포괄적 규정이 조세법률주의에 합당하는 뜻은 아니라고 밝혔다.

여하튼 재경부가 추진위를 구성, 본격 가동에 들어가 오는 9월 정기국회에 법 개정안을 상정할 것으로 보여 향후 공청회 등에서 이 문제는 계속 논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돼 어떻게 결론이 날지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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