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행정 개혁 향방]'불신벽' 깨는 투명세정 실현이 관건

2003.03.27 00:00:00

정치권력으로부터 중립성 유지


이용섭 국세청장의 취임을 기해 향후 국세청에 대한 개혁의 가속도가 붙을 것인가? 전반적 상황을 봐가며 차근차근 개혁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세청장 자리는 그동안 내부승진이 관행처럼 굳어져 왔고, 대부분 장관으로 영전되는 사례가 있어 왔으나 손영래 국세청장의 퇴임과 이번 이용섭 前 관세청장의 국세청장 취임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 전부분에 대한 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있어 소위 빅4 중의 하나인 국세청의 개혁도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의지는 비켜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 임명과 김 부총리의 재경부 차관시절 세제실장을 지낸 이용섭 청장을 국세청 수장으로 임명한 것은 개혁의 패달을 확실히 밟기 위한 포석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이용섭 청장은 과연 국세청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당장의 과제는 그동안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과거사를 정리하고, 국민들로부터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가 해야 할 일의 가장 큰 관건은 정치권력 등 외부 압력으로부터 중립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번 국회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핵심적인 질문은 정치권력으로부터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느냐였다. 그는 "국세청장직을 걸고 국세청장 재직기간을 인생에 있어 없는 시간으로 알고 법과 원칙에 입각해 세정을 펼쳐 나가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했다.

국세청의 독립성을 훼손시킨 세풍사건이 이제 시작단계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흐를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국세청 내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풍과 함께 논란을 빚어왔던 언론사 세무조사 역시 독립적인 세무조사라기 보다는 계획된 세무조사라는 의혹을 주기에 충분했던 만큼 국회에서도 지적했듯이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언론사도 여타 기업과 똑같이 정기적인 세무조사와 함께 탈세의혹이 제기될 때 특별세무조사를 적용하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이 청장 역시 국회에서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정기적인 세무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려야만 한다.

두번째로는 조사 위주의 세정을 서비스 위주의 세정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특히 기업에 대한 자의적 판단의 세무조사 지적에 대한 불신을 제거하는 일이다. 기업들의 세무조사에 대해 과거 표적 세무조사라는 일부 지적도 받아왔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할 때는 목표를 미리 정해놓고 한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국회 청문회를 통해 법과 원칙에 의해 불성실 신고자에 대해서만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탈세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세무조사는 과세목적 외에 사용돼서는 안 되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경우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한 바 있어 자칫 융통성이라는 명분으로 법과 현실이 상충되는 문제를 어떻게 조정할지도 관건이다.

그동안 납세자들로부터 줄기차게 지적을 받아 온 공평과세 역시 그 실현이 문제이다. 국세청이 전산 등을 통한 과학세정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아직은 피부에 와닿는 세정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와의 과세가 항상 문제시 돼 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근로자의 세금을 낮추겠다고 공약한 바 있기 때문에 봉급생활자의 세부담이 다소 낮아질 것이지만, 그에 앞서 전문직업인과 자영업자의 세원을 정확히 파악해 과세하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부분은 일선 서의 업무량 과중 등으로 세원관리에 허점이 많아 효과적인 세원관리를 위한 인력운용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아울러 지난해 대전청 某 감사계장이 의혹으로 제기했고, 이번 청문회 때도 김황식 의원이 지적한 바 있는 감세청탁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는 일이다. 이러한 부분에 상당부분 의혹이 해소됐다고 국세청은 자체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이 부분에 대한 개혁없이는 공평과세는 한낱 구호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이 청장의 소신과 1만7천여 공무원들의 윤리적 문제가 선결되지 않고서는 도저히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다.

여하튼 이러한 개혁의 과제를 안고 있는 그의 개혁방향을 한마디로 명시한다면 '법과 원칙에 입각한 국세행정의 시행'으로 함축되고는 있지만, 이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는 이 청장이 과거 관세청장 시절 업무스타일을 등을 통해 '무색무취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어 과연 정부 부처 중 가장 폐쇄적인 조직인 국세청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겠느냐에 의문부호를 달기도 한다.

이는 앞에서 지적한 측면들이 결국 인사 등 종합적인 행정에 있어 리모델링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잘 반영되겠느냐며 반신반의하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우선 그는 앞에서 지적한 몇가지 개혁과제를 풀어가야 하지만, 당장 인사부터 손을 대야 한다. 각 정부 부서에서 일고 있는 기수 등 서열파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과연 어떤 인사를 펼칠 것인가에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인사는 만사다'라는 말이 있듯 조직에 있어 인사는 매우 중요한 첫번째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국세청의 중립성 못지 않게 중요하게 거론된 것이 인사문제였다.

왜냐면 지난 '91년 추경석 청장이후 줄곧 이어져 온 내부 승진 전통이 깨졌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현재 차장과 서울청장, 중부청장과 2급 국장 등 모두 7명의 고위간부 중 1급 고위층은 이미 용퇴의사를 표명한데다 일부 국장의 용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세청 일각에서도 만성적인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상당 부분 물갈이가 돼야 한다는 기대를 걸고 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이번 청문회에서도 서열 파괴 인사를 해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된 상태.

그는 관세청 시절 성공적인 인사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는 '근무 희망지 전자신청 시스템'(2002.3월)을 국세청에 맞게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직원들의 희망보직이 인사권자에게 전산으로 바로 전달되는 시스템이다. 직원들이 희망하는 지역이나 부서를 원하면, 이를 상황에 따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인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현재 국세청 PMS시스템이 가동되고 있어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오히려 관세청이 국세청의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 현재 시스템을 좀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천의지가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청장은 또 청렴세관을 만들기 위해 '이달의 관세인'을 선발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우대받는 분위기를 조성한 바 있듯이 '이달의 세무인'이나 연말에 '올해의 세무인' 등 사기진작 인프라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그는 열심히 일하면 기수에 관계없이 하위직도 국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인사와 9ㆍ8급 정원은 줄이고, 6ㆍ7급 정원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를 잘 아는 이들은 이 청장이 인사에 있어 파격적이거나 개혁적이진 않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재경부 핵심 부서를 거쳐 전형적인 관료 성향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국세청 내부의 반발이 일어날 정도로 파격적인 인사는 하지 않고, 안정적이고 경험이 풍부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싣고 있다.

또한 지방대 출신임에도 그가 재경부의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고 국세청장까지 오른데는 업무에 있어서는 빈틈이 없기 때문이다. 일이 늦어지면 바로 호통이 떨어지고 옳지 않는 일을 보면 바로 지적하는 다혈질적인 면도 감지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도 이러한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여하튼 이용섭 국세청장 시대를 맞아 급진적인 개혁은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향후 인사 등을 통해 그의 국세청 개혁에 대한 방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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