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 허용·감사인 징계강화 놓고 논란

2003.04.28 00:00:00

반복되는 분식회계 방지책 어떻게 하나?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위한 회계제도개혁안이 최근 공청회를 거친후 대강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개혁안에는 회계법인이 경우 감사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컨설팅 업무에 대해 구체적으로 열거해 감사와 컨설팅을 동시에 하지 못하도록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회계법인이 기업에 대한 감사나 실사과정에서 고질적인 유착관계 등 문제점 개선과 감사 또는 중대한 착오 또는 누락이 있는 회계법인에 대한 징계시효가 없어 공인회계사처럼 징계시효를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공인회계사의 징계시효를 현행 3년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과 처벌보다는 현행 민사소송이 가능하므로 이를 통한 제재수단이 효율적이라는 의견 등이 제시되고 있다.

◇회계법인의 고질적 감사 부실 여전

감사의 부실은 결국 분식회계 등 양상으로 나타나는 결과를 가져온다. 회계장부를 조작하는 분식회계는 국내 문제뿐만 아니라 미국에서조차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대표적 사례가 엔론사태다. 엔론사태는 분식회계와의 전쟁을 선포하기에 이르렀으며, 더욱더 강화된 회계개혁법을 만들었다.

최근 SK글로벌 분식회계 문제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SK글로벌의 분식회계는 20∼30년에 걸쳐 진행돼 온 것으로 그 방법도 은행부채 잔액을 아예 없는 것으로 만들어 1조5천억에 이르는 분식회계를 하는 등 그 방법도 단순해 적발하기 쉬운 분식이었음에도 형식적인 감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대우그룹 부실 감사로 인해 국내 회계법인들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피해보상 소송이 잇따랐다.

또 지난 '98년에는 부실화된 종금사들에 대한 자산·부채를 실사하면서 실사를 맡은 회계법인들이 잘못 실사하는 바람에 수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결국 회사가 부도가 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본지2002.10.10 2면 참조 >

금융감독원은 지난 '98.4.24 영업정지중인 대한·나라종합금융(주)에 대한 영업재개 여부 결정에 관한 보고서를 금융감독위원회에 부의했다.

이 때 실사를 맡은 안진회계법인은 정당 순자산가액이 마이너스 1천776억원인데도 성원상호신용금고의 영업권 140억원을 부풀려 평가하는 등으로 순자산가액을 138억원으로 평가해 제출했다. 또 자기자본비율(BIS)을 산정한 산동회계법인은 당기순손실을 적게 계상하거나 부도가 발생한 성원계열기업의 여신을 정상여신으로 분류하는 등 자기 자본 2천386억원을 많이 평가함에 따라 정당 자기자본비율이 마이너스 1.48%보다 무려 6.71%P 높은 5.23%로 산정했다.

이와 함께 보성그룹이 최대 주주였던 나라종합금융(주)의 경우 지난 '97년 기준 자산·부채를 실사한 산동회계법인은 회사측이 순자산 부족이 발생해 영업 인가가 취소될 것을 우려해 특정금전신탁 평가손실 653억원을 은폐하기 위해 특정금전신탁을 해지하고 인출한 자금 978억원을 다른 금융기관에 어음할인 대출한 것처럼 조작했는 데도 이를 발견하지 못해 정당 순자산가액 마이너스 339억원보다 653억원이 많은 314억원으로 평가 제출했다.

나라종금은 특히 특정금전신탁 평가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영업정지일인 2000.1.22까지 위와 같은 수법으로 가공대출을 반복해 분식회계를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계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사안은 확인만 하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는데도 이를 적발치 못한 것은 결국 회사측의 요구를 회계법인이 그대로 수용한 것이지 실질적인 실사를 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이같은 엉터리 실사 때문에 1차에 이어 2차 영업정지 때까지 1년간 대한종금에 2조6천억원, 나라종금에 1조7천억원 등 총 4조3천억의 공적자금이 추가로 투입됐고, 이 두 금융사는 현재 청산이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로비에 의해 관치가 개입돼 회계법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해진 수순대로 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간사 역할을 했던 삼일회계법인의 김일섭 부회장은 당시 종합금융회사경영정상화계획평가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대한종금 획기적인 경영 정상화 대책없이는 회사의 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판단했고, 나라종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경영정상화 조치가 선행될 때까지 영업정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경부 금융정책국은 회계법인들의 실사 결과만을 갖고 영업을 재개토록 했다.

◇공소시효 규정마련과 기간 연장 문제
앞에서 지적한 나라종금과 대한종금사 실사 부실에 따른 처벌을 구하는 감사원의 재정경제부에 대한 '공인회계사법 제39조 적용에 있어서 시효경과 적용 여부에 대한 의견 조회'에 공문을 살펴보면, 부실 실사보고서 작성에 대해 위 실사를 담당했던 공인회계사들은 공인회계사법 제48조의 규정에 의한 처벌대상이지만 같은 법 제48조제3항 규정에 의거, 3년을 경과했으므로 처벌을 할 수 없게 돼 있다고 적시하고, 실사를 담당했던 회계법인에 대해 공인회계사법 제39조의 규정에 의한 처벌대상이 되며, 회계법인에 업무정지 등을 명하는 경우 결국은 공인회계사들도 업무를 하지 못하므로 제48조 규정에서 3년이 지나면 징계를 할 수 없도록 한 규정에 어긋나게 공인회계사가 처벌받는 결과가 되므로 법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의견이 있다며 재정경제부에 회계법인 처리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

이에 재경부 증권제도과 A사무관은 개인의견임을 전제하면서 감사 또는 증명에 중대한 착오, 그리고 누락이 있는 회계법인에 대해 징계시효가 공인회계사법에 없으므로 징계가능 기간에는 제한이 없으며, 다만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및 비례에 원칙에 따라 그 기간이 광범위하게 인정하기는 곤란하므로 수인 가능한 한도내에서 징계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법 규정상 회계법인의 징계시효에 대해 공인회계사 징계시효를 준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징계시효 규정이 없어 언제라도 년수에 관계없이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규정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국회 재경위의 S보좌관은 "감사 또는 증명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는 때로 바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일정기간이 지나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공인회계사의 징계시효를 3년으로 규정한 것은 잘못된 규정이기 때문에 이를 연장해야 하며, 회계법인에 대한 징계시효를 아울러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으론 미국처럼 처벌보다는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경우 엔론의 회계장부를 감사한 회계사들은 재무실적을 5억만달러이상 과대평가한 재무제표를 문제가 없다는 감사의견을 냈고, 애널리스트들은 엔론의 파산신고서가 제출되는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엔론의 주식을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신용등급기관들은 엔론의 매우 높은 레버리지를 숨기고 있는 엔론의 부외대차대조표를 통한 자금 조달을 적발하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모든 회계 부정 사건이 증권집단소송의 대상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계 부정으로 피해를 본 대부분 투자자들은 형사소추나 행정제재가 아닌 집단소송으로 피해를 보상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여전히 회계부정이 근절되지 않고 있지만 집단소송제가 이를 억제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00년 대우 계열사 분식회계 부실감사 파장이 일자 소액주주들은 손해배상 소송을 벌인 바 있다. 이같은 기류는 최근 재경부가 허위 공시, 분식회계, 내부자거래, 주가 조작 등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재판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도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아낼 수 있는 제도인 증권집단소송제를 조기에 도입하려는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 법안에 대한 여야의 논란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다.

증권집단소송제가 없는 현재의 제도하에서도 허위공시나 분식회계, 주가 조작 등으로 입은 피해를 배상받는 것이 가능하다. 증권거래법은 이미 허위 공시, 주가 조작 등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에게 개별적 소송의 길을 열어 놓고 있다.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이 투자자들에게 개별소송권을 부여하고 있다. 대한방직사건이나 세종하이테크의 주가 조작을 둘러싼 재판은 기존의 개별적 소송권을 활용한 것이다.

특히 회계법인에 대한 명백한 잘못이 드러날 경우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채권단 등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등 처벌보다 강한 수단이 있기 때문에 이를 잘 활용해도 부실 감사 등은 예방할 수 있어 해당 공인회계사나 회계법인에 대한 처벌문제를 확대하는 것은 타 법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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