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조합 납세의무자는 누구인가?

2003.05.19 00:00:00

국세청-실질과세원칙따라 적정과세 조합원은 사실상 공동사업자


주택조합이 아닌 조합원에게 종합소득세와 부가가치세를 물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잇달아 나와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세청은 그동안 재건축조합의 경우 의제법인에 해당되지 않으며, 이익 분배방법 및 분배비율이 정해져 있는지 여부에 따라 거주자 또는 공동사업자에 해당되는 것으로 관련 세법을 운용해 와 법원의 이번 판결은 이와 정면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국세청은 그동안 재건축주택조합의 경우 법인에 해당되지 않다고 판단, 각 조합원에게 소득세와 부가세를 부과해 왔다.

서울고법 특별11부(재판장·정인진 부장판사)는 지난 1일 금천세무서 관내 H재건축조합원 고某씨 등 12명이 금천세무서를 상대로 한 부가세 취소 처분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고씨 등은 재건축조합이 '96년부터 '98년까지 일반분양한 17개 상가와 아파트 3가구에 대해 금천세무서가 2001.4월 부가가치세 1억4천여만원을 조합원인 자신들에게 부과하자 소송을 냈다.

한편 김某씨 등 2인은 주택조합원인 자신들에게 종합소득세 2천400만원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중부세무서를 상대로 소득세 부과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 지난 1월16일 고법 승소판결을 받았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주택조합이 주택건립을 위한 한시적인 단체여서 법률상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나 조직이나 의결방법, 가입·탈퇴의 존재 등으로 볼 때 실체를 가진 과세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정인진 부장판사는 "피고는 주택조합의 설립인가는 조합 결성이 아닌 재건축사업에 대한 인가일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관련 법률에 '사업계획의 승인'이라는 별도 규정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 판사는 "주택조합은 법인격없는 단체의 성격으로 국세청은 실질과세 차원에서 조합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으나, 그 구성원인 조합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세청이 언제부터 법에 없는 이러한 세법 적용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아마도 국세청이 주택조합 해산시 세금을 납부할 자금이 없기 때문에 행정편의를 위해 개인에게 세금을 부과한 것 같고, 이는 법에도 없는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조합원에게 과세하는 것은 관련 세법의 취지와 실질과세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 주택조합의 성격을 놓고 관련 소송이 대법원에 계류중인 만큼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상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의 입장
국세청은 재건축주택조합은 거주자로 보는 단체에 해당하는 경우로 동 조합이 일반인에게 상가 및 잔여주택을 분양하는 사업은 소득세법의 규정에 의한 건설업에 해당해 종합소득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세청의 예규를 살펴보면 '주택건설촉진법의 규정에 의한 재건축조합에게 토지 등을 양도하고 환지 청산금을 교부받는 경우에는 양도에 해당돼 양도소득세 과세대상이 되는 것이며, 당해 재건축조합이 법인에 해당되지 않아 소득세법 시행규칙 제2조의 규정에 의한 거주자로 보는 단체에 해당하는 경우로 동 조합이 일반인에게 상가 및 잔여주택을 분양하는 사업은 소득세법의 규정에 의한 건설업에 해당해 종합소득세가 과세되는 것이다'(재일 46014-2870, '97.12.8)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세기본법 제13조를 살펴보면 법인격이 없는 사단·재단, 기타 단체 중 대통령이 정할 경우 이를 법인으로 봐 세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법인으로 보는 사단·재단, 기타 단체 외의 법인격없는 단체 중 조직과 운영에 관한 규정을 가지고 대표자 또는 관리인을 선임하거나 자신의 계산과 명의로 수익과 재산을 독립적으로 소유 관리 또는 단체의 수익을 구성원에게 분배하지 않을 경우 대표자 또는 관리인이 관할세무서장에게 신청해 승인을 얻으면 세법을 적용한다고 돼있다.

소득세법 기본통칙 1-1-1【법인격없는 단체에 과세】를 보면 법인격없는 사단·재단 기타의 단체는 국세기본법 제13조 규정에 의해 법인과 개인으로 구분한다고 돼 있으며, 구성원을 각자로 보는 법인격없는 단체(소득세법 기본통칙 1-1-3)는 1거주자로 보는 법인격없는 단체 이외에 단체는 공동사업을 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소득세법시행규칙 제2조는 1거주자로 보는 법인격없는 단체에 대해 국세기본법 제13조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의해 법인으로 보는 단체 외의 단체 중 대표자 또는 관리인이 선임돼 있으나 이익의 분배방법이나 분배비율이 정해져 있지 않을 경우 그 단체를 1거주자로 봐 법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세청은 이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 왔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재건축조합이 조합원에게 분양하는 상가나 주택(전용면적 25.7평이상)에 대해 부가세를 부과해 왔다.

◇법원의 판단
지난 '94년 대법원 판례('94.6.28, 선고 92다36052)를 보면 '무주택 조합원들이 조합원이 돼 조합원들의 공동주택을 건립하기 위해 설립한 지역조합인 주택조합이 공동주택건설사업이라는 단체 고유의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고, 규약 및 단체로서의 조직을 갖추고, 구성원의 가입 탈퇴에 따른 변경에 관계없이 단체 그 자체가 존속하는 등 단체로서의 주요 사항이 확정돼 있다면, 이는 이른바 비법인사단에 해당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은 주택조합이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고, 조합에 속한 조합원에게 세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된 세정집행이라는 것. 따라서 해당 주택조합에 대해 법인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는 예를 들어 주식회사의 경우 소유권이 주주에게 있지만 주주에게 세금을 부과하고자 할시는 요건이 충족되는 과점주주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택조합이라는 단체가 엄연하게 있는데도 조합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조세법률관계에서 형식·외관과 그 실질내용이 서로 다른 경우 그 실질내용에 따라 과세하는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담세능력을 고려한 적정과세를 실현하고 실질과 어긋나는 법적 형식을 통해 조세부담을 회피하는 수단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조합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재건축 사업과 관련된 각종 계약에 있어 계약당사자는 물론 인·허가의 신청, 청구 등이 주택조합에 의해 이뤄지고 있으며, 조합원은 토지 및 현금(추가부담금) 등을 낼 뿐 조합원들은 조합이 실시하는 건설사업에 어떠한 부분에도 참여하고 있지 않아 공동사업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세심판원 역시 '조합 자체가 재건축사업의 주체로서 사업자가 될 뿐 조합원 모두가 사업자인 것은 아니다'라고 수차례에 걸쳐 심판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지방세 과세청의 입장 역시 국세청과 동일한 해석을 하고 있다.

전동흔 행정자치부 행정사무관은 조합원이 현물출자해 조합을 설립했으므로 조합원과 조합을 공동사업자로 봐 조합원은 사실상 취득자로서 납세의무가 있는 것으로 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견해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대법원 판례('94.6.24 및 '96.5.10)에서 보듯 조합원을 사실상 취득자로 보는 데는 무리가 없고 조세행정의 측면에서 볼 때, 세법을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과세권 확보차원에서 조합원을 사실상 취득자로 해석, 납세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제각각 운용돼 왔던 재개발 및 재건축사업법령이 관련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으로 통합됐고 특히 이 법 제18조제1항에 '조합은 법인으로 한다'라고 규정, 오는 7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어 이후 설립되는 재건축조합은 법인으로 등기토록 하고 있어 이러한 논란은 해소될 전망이다.

재건축조합이 법인으로 등기되면 부가세와 법인세 등 신고의무가 주어질 뿐만 아니라 미납시 가산세가 강화되는 등 종전보다 높은 세금을 물어야 하고, 조합측이 세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청산시 조합원이 2차 납세연대의무를 져야 한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 반해 법원은 주택조합에 속한 조합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잘못된 징세행정이라고 보고 있어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이대로 판결이 굳어지면 7월이전 부과분에 대한 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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