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정보 공개범위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2003.06.02 00:00:00

유용한 정보제공·합리적 의사결정기반 구축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 공개 소송
지난 '94.4월초부터 5월13일까지 서울지방국세청에 의해 방송사와 일간 신문사 등 언론사 세무조사가 사상 최초로 대대적으로 실시됐으며, 이에 대한 결과를 즉각 공개하라며, 바른언론을위한시민연합은 서울청을 피고로 세무조사 결과의 공개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이듬해인 이듬해인 '95.8.24 서울고등법원은 '세무조사 결과는 행정정보공개운용세부지침에 의한 공개 제외대상으로 특정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가 밝혀질 경우 납세자 본인은 물론 기업경영의 비밀이 유출돼 납세자의 경영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조사과정에서 당국을 믿고 조사에 협조한 납세자와의 신뢰관계가 무너지게 돼 원활한 세정운영에 저해 우려가 있어 비공개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94구3962 판결. 확정)

바른언론시민연합은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기는 하나 국민의 알 권리도 헌법상 기본권으로 대기업, 특히 언론사의 사회적 역할과 공적 책임 등에 비춰 언론사의 경영관리에 관한 사항은 국민의 일반적 관심 앞에 공개돼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돼야 하며, 국민의 알권리 충족, 행정의 투명성 확보라는 행정정보공개령의 취지 측면에서 볼때 언론사 세무조사 결과는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전제하고, '공무원의 수비의무 관한 법규정은 취지가 비밀 누설에 의해 위협되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는 것에 있어 특정인을 확인할 수 없도록 삭제해 공개하는 등의 기술적 방법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과세정보 공개 찬성
그동안 국세청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주 나왔던 지적이 과세자료 정보 제공에 대한 논란이었다. 이때마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 81조8 조항을 이유로 들어 개인이나 기업들의 과세자료 등에 대한 의원들의 자료요구를 거부해 왔다.

국회 재경위 홍준표 의원 등은 개인이나 기업의 과세자료에 대해 기술적인 처리를 통해 공개하는 것이 정도세정으로 가는 길이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재경위 소속 강운태 의원은 "성실신고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납세자의 비밀을 보장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만, 불성실신고는 세무조사를 통해 적극 적발하는 것이 공평과세의 지름길이며, 공평과세에는 비밀유지가 필요하지만 본인이 동의한 경우에는 과세자료를 제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탈세 등에 대해서는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종근 의원(한나라당) 역시 "일반적인 과세자료는 구분해서 공개할 필요가 있고, 범법한 기업에 대해서는 타격을 줘야 하며, 정당하지 않은 과세정보는 보호해줄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범법·부당한 경우는 자료의 공개를 더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태희 의원(한나라당)은 "과세자료의 정보제공은 본인이 반대하지 않을 경우 할 수 있어야 하며, 성실납세자는 보호하되 불성실납세자는 과감히 자료를 공개해 응징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납세자의 보호측면에서 공개하지 않고 있어 오히려 국세행정의 투명성을 흐리고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한국조세연구원의 현진권 박사는 "조세관련 정보는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공공재이므로 국민들에게 반드시 공개돼야 하며, 개인 및 기업의 신고자료 중 일정비율 무작위로 추출해 주민등록번호, 성명, 주소 등을 없애는 등 기술적으로 처리한 후 공개돼야 한다"는 견해다.

김익래 공인회계사는 "설문 결과 추가 공개를 요구하는 조세정보로 첫째 세법해석에 대한 질의회신문을 빠짐없이 모든 기관에 공개하는 요구가 가장 많았고, 둘째 소득계급별로 분류한 조세정보 확대, 셋째 조세감면에 대한 통계 정부 공개, 넷째 체납액에 대한 자료공개 순이었다"며 "개인 및 신고자료를 표본추출해 개인정보를 파악할 수 없도록 조정한 후 이들 개별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식 세무사는 납세자가 공개를 동의할 경우 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국세기본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현재 국세기본법 제81조8 비밀유지 조항에 납세자가 제출한 자료 등에 대해 국가 기관 등에 의하지 않고는 공개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밝히고, "현재 및 잠재적인 투자자, 채권자, 그리고 기타 이용자들이 투자와 신용제공 및 이와 유사한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해관계인을 보호하고 기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함을 외부감사의 목적으로 볼 때 과세정보는 공개하는 것이 당연하며, 직업, 업종, 세목별로 세무조사 대상선정의 절차 및 대상자 선정에 기초자료로 사용된 자료종류 및 금년도와 내년도의 세무조사 방향에 대해서도 공개해야 한다"는 견해다.

구재이 세무사 역시 "과세정보 공개는 성실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로 탈세자의 권익마저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조세법처벌법의 실효성있는 적용 및 국민의 알권리 충족차원에서 현행 '비밀유지' 조항의 진보적인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과세정보 공개 반대
국세청이 최근 학계 및 업계 등의 과세정보의 진보적 공개요구에 대해 공개수위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세무조사 결과나 세무조사 선정기준 등에 대한 자료공개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경수 중부청장 역시 최근 열린 세정혁신추진위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비공개 원칙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기본법 개정에 관한 공청회에서 이주석 당시 조사국장(현 서울청장)은 "과세정보의 폭넓은 적용은 납세자의 과세정보 비밀유지의 기본취지에 어긋나 있으며, 납세자의 동의하에 공개한다고 해도 실제 납세자가 동의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규정한다고 해도 엄격한 절차규정으로 인해 사문화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한 입법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지난 4월 열린 공청회를 토대로 한 지난해 연말 정기국회 국세기본법 개정 때 당시 나오연 의원(한나라당)이 제안한 '국세기본법 제81조의8(비밀유지) 조항 중 예외조항으로 국회 등이 관련 법률 등에 따라 납세자의 과세정보를 요구할 경우 세무공무원의 과세정보 제공을 의무화 하자'는 사안은 수용이 되지 못한 바 있다.

국회 재경위 박봉수 전문위원은 검토보고를 통해 "미국 의회에서도 자료를 요구할 경우 납세자의 동의를 전제로 하며, 우리의 경우 납세자의 동의가 전제된다하더라도 국회의 과세정보 요구권이 개정안 취지와 같이 폭넓게 인정될 경우 과세정보 비밀유지와 과세목적 이외에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된 기본취지와 상충될 소지가 있다"며 국회의 과세정보 요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최선집 변호사는 오히려 현재보다 과세정보 비공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 그는 "현행법상 납세자 비밀보호를 선언하는 원칙적인 규정은 물론이고, 세무공무원의 수비의무에 관한 규정도 국세기본법이나 개별 세법에 규정되지 않아 이에 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충분하다"며 "선진국의 경우 정보공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국가재정의 근간을 이루는 조세권의 적정한 행사라는 국가 기능을 보호하기 위해 납세자의 비밀보호에 진력하고 있는 경우에서 보듯 우리도 이같이 납세자 비밀보호에 관한 제도적인 정비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특히 그는 "공익을 위해 납세자 비밀을 공개할 수 있다는 식으로 추상적으로 예외규정을 두면 이는 오히려 현재 보다 더욱 보호의 정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이같은 추상적인 공익요건은 그 충족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국민의 납세의무 그 자체만으로 공익성이 크다고 볼 수 있어 납세자 비밀보호규정을 형해와시킬 수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기회로 조세 비밀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전환이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의 김석중 상무는 "납세자의 동의 하에 과세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위험소지가 다분하며, 기업의 경우 사업상 비밀이나 경쟁사 및 제3자가 우회적으로 획득·악용할 소지가 있기에 현행 법률을 그대로 존손시키는 것이 합당하다"는 입장이다. 손광락 영남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과세정보 공개는 개인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국회라도 예외일 수 없어 과세정보 공개시 더욱 엄격한 제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다.

이처럼 과세정보 공개를 두고 찬성과 반대가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국세청이 현재 세정혁신 과제 항목 중 검토를 추진하고 있으나 현행 국세기본법 중 과세정보 제공범위가 국가기관 등에 한정되도록 열거하고 있어 사실상 국세기본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그 어떠한 정보라도 일반에게 공개하는 것 자체가 법을 위반하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공개범위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법에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채흥기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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