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직불카드와 과표 활성화][1] 유명무실한 직불카드제 현주소

2003.06.16 00:00:00

열악한 인프라·미온적 정책 직불카드 활성화에 걸림돌


최근 신용불량자가 3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신용불량문제가 사회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카드 빚을 못 갚은 사람들이다. 이처럼 신용폐해 수준이 날로 심각해지면서 대안으로 '직불카드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지난해 12월 사용분부터)는 직불카드 소득공제를 30%로 늘리고, 카드복권제도 등으로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직불카드는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발급된 이후 현금카드 겸용이 되면서 해마다 발급건수가 늘었고, 고객이 직불카드 기능을 이용하건 말건 은행이 현금카드를 만들어 주면서 무조건 기능을 붙여주고 있기 때문에 사용실적보다는 발급에 따른 양적인 가입자 수만 늘어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적극적으로 직불카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이용액은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직불카드 사용액은 673억원으로 전년의 829억원보다 156억원이(18.8%) 감소한 수치로, 700조원에 이르는 신용카드 사용액에 비하면 '새발의 피'인 양 적은 수치이다.

그러면 정부가 그토록 활성화시키고 싶어하는 직불카드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인프라가 부족해 직불카드를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다"는 이유를 댄다. 그러나 속을 자세히 들려다 보면 현금서비스에 부가서비스 혜택이 주어진 신용카드가 있는데 굳이 직불카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이유를 찾기에 충분하다.

직불카드는 소비자가 선택할만한 이점이 별로 없다는 것이 이용률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현재 직불카드는 신용카드와 같은 각종 혜택(놀이공원 무료 입장, 영화 할인, 레스토랑 할인 등)과 캐시백이나 P 적립기능 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또 비밀번호를 입력한 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분실할 염려는 없으나 이를 제외하면 굳이 직불카드를 쓸만한 유인책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부수적인 요인인 인프라 부족은 신용카드 단말기에 7만원 정도 하는 부품을 장착하면 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직불카드 수수료는 1∼2%로 신용카드 수수료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직불카드 발급이 활발하지 않고 사용자도 많지 않다 보니 투자의 필요성을 느끼는 가맹점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는 지난해 9월말 현재 직불카드 가맹점 수는 36만여곳에 불과해 1천600만개에 이르는 신용카드 가맹점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을 보면 이를 충분히 뒷받침해준다.

이밖에 신용카드는 24시간 사용이 가능한 반면 직불카드는 온라인 거래 가능시간인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30분까지로 제한돼 있는 점, 분실됐을 때 위험은 없으나 직불카드 결제를 위해서는 단말기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절차를 거쳐 번거롭다는 점 등으로 고객들은 외면하고 있다.

재경부
정부는 최근 이같은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해서 나서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커다란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제도로 추진하고 있는 실태를 파악했다.

재경부는 신용카드 과다 사용으로 문란해진 신용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방안으로 올해부터 직불카드 사용금액에 대해 소득공제율을 종전의 20%에서 30%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직불카드의 소득공제 비율을 신용카드보다 10%P 높은 30%가 적용된다.

미성년자나 소득이 없는 사람을 위해 예금범위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직불카드는 신용불량자를 방지하기 위한 좋은 대안으로 평가된다. 또 직불카드는 본인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 대금을 자신의 은행계좌에서 가맹점 계좌로 자동이체하는 방식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은행에 잔고가 있어야만 결제 가능하므로 신용불량 등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면에서 정부의 정책효과를 거두는데 적절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최근 신용카드의 무분별한 사용 등으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발생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비교적 신용불량 등의 문제점이 없는 직불카드에 혜택을 줌으로써 카드사용을 유인할 목적으로 공제율을 인상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정부는 신용카드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직불카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1회 50만원, 1일 100만원으로 제한됐던 이용한도도 폐지해 결제계좌의 잔액내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재경부가 사용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방안인 30%의 소득공제율은 직불카드의 열악한 인프라 등을 감안한다면 정부가 바라는 활성화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신용카드의 과다 사용문제로 인해 직불카드에 소득공제라는 옵션을 하나 추가한 것일 뿐 사용자는 서비스, 세율 등을 고려해 직불카드가 됐던 신용카드가 됐던 알아서 사용하면 그만'이라고 밝힌 후, '그런 것까지 정부가 관여할 바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에 대한 각종 서비스를 받고 싶은 사람에게 지난 70년대 독재시대와 같이 직불카드를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시장논리에 따라 카드사용을 소비자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고 밝히고, 이는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며 발뺌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직불카드 활성화를 위한 가맹점에 대한 세제 혜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은행업계에서는 직불카드 가맹점에도 세제혜택을 주고 소득공제율도 40∼50% 수준으로 대폭 올리지 않는 한 직불카드 사용을 획기적으로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재경부는 '가맹점에 대한 혜택 및 더이상의 추가 세제혜택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밝혀 '말로만 직불카드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사용자들의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
국세청은 직불카드 활성화를 위해 복권당첨이라는 제도로 유도하고 있다. 국세청은 최근 신용카드가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면서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등 사회적인 문제로 보고, 신용카드 사용을 억제하면서 직불카드를 장려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난 1월부터 이같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직불카드를 사용했을 경우 신용카드를 2번 사용한 것으로 인정돼 당첨 가능성이 배로 확대됐다. 매달 국세청은 전달 카드 사용분에 대해 일시와 시간 순서로 번호를 매겨 추첨을 실시하는데 직불카드의 경우 한번을 써도 번호를 두개씩 주기 때문에 당첨된 확률이 높다는 것. 카드복권의 경우 1억원(1등)부터 1만원(6등)까지 상금을 주고 있는데 1등에서 6등까지 한달에 17억5천만원의 당첨금이 지급된다.

이에 앞서 국세청은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를 통한 세원 발굴을 위해 지난 2000.2월부터 매월 신용카드영수증복권제를 실시해 1등(1명)에게 1억원, 2등(2명)에게 3천만원을 각각 주는 등 6등(1만원)까지 당첨금을 지급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재 신용카드 복권의 당첨 확률은 0.16%로 직불카드는 이보다 더 높다"며 "아직까지는 직불카드가 활성화된 것 같지는 않으나 여러 가지 세제 및 세정혜택으로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현재 가맹점 수수료가 1∼2%에 불과한 직불카드는 상품을 구매하거나 음식점 등에서 사용할 때 사용자의 은행계좌금액 한도내에서만 결제되기 때문에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위
금감위는 신용카드와 관련한 은행측의 부실채권에 대한 충당금 누적 등 부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직불카드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금감위는 직불카드 활성화를 추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직불카드 활성화의 제약요인에 대한 요구사항을 전반적으로 수렴해 구체적인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금감위는 관계자는 "현재 직불카드 사용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11시30분까지로 제한된 것을 24시간 가능토록 확대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는 한편,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는 것과 직불카드 결제액의 일부를 신용구매에 포함시켜 현금대출 비중을 50%이하로 낮춰야 하는 카드사의 부담을 덜어 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외상으로 쓰고 나중에 결제하는 신용카드와 달리 통장에 잔고가 있어야 결제가 가능한 직불카드는 카드 남용 등의 폐해를 줄이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용이 미미해 이용자에게 다양한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금감위는 카드회사들을 대상으로 현재 결제역할만 가진 직불카드의 기능에 현재의 신용카드처럼 제휴나 마일리지 등 다양한 서비스 등을 구성할 것을 유도하는 한편, 카드 가맹점의 직불카드 취급을 장려하기 위해 현재 매출액의 평균 1.5∼2% 수준인 가맹점 수수료를 1%이하로 낮추도록 유도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현재 전국적으로 20만개 수준인 직불카드 가맹점 수도 내년 하반기까지는 단계적으로 200만개 정도로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금감위의 이같은 정책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왜냐하면 이런 정책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직불카드에 사용에 따른 수익성 문제 등을 들어 시장논리에 따라 적극적인 투자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희복 기자 info@tax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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